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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우리 사는 이야기 / 황기중 운봉리 이장

2018년 11월 06일(화) 09:24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그 웅장한 설악산이 그토록 푸르름을 자랑하더니 어느덧 고운 단풍으로 우수수 낙엽이 되어 갈바람에 떨어진다.
때가 되면 단풍 들고, 낙엽지면 떠나련만 동장군의 전초병은 5.16 총칼처럼 매섭게, 12.12 워커발처럼 격렬하게 한밤중 경복궁 뜰 앞으로 탱크가 돌진하듯 윙윙 소리치며 공수병의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다가와 가을을 몰아내고 있다.

어느덧 고운 단풍으로

여린 잎 낙엽지면 제 절기(동삼) 오련만 그새를 못 참고 밀어내고, 빼앗고, 쳐들어와 쏴쏴 바람질로 할퀴니 백발의 손 내젖는 갈대처럼 노구의 마음은 스산하기만 하다.
누가 좋아한다고, 누가 반겨준다고, 간밤엔 소낙비를 몰고 와 무섭게 쏟아붓고 한나절엔 따뜻한 햇살로 양의 탈을 쓰는 구나.
영 넘어 사는 단발머리야, 전주에 사는 봄병아리야, 자연의 섭리가 이럴진대 너흰들 비껴 가겠니? 그동안 그 예쁜 모습, 그 검은 머릿결은 얼마나 변했을까? 3학년 A반 8번 기중아 빛바랜 억새처럼 하얀 그리움을 노래한단다.
세월 따라 변하는 모습이야 어찌할까만, 껌씹듯 곱씹어 다진 우정을 잊어버리지 말고 까먹지 말고 엿가락 늘려먹듯 늘려늘려 떠올려보자.

빛바랜 억새처럼 하얀 그리움

작년까지 맞던 허리띠 구멍이 줄어들고, 눈두덩이에 안경알이 두께를 더해도, 그래도 하고 싶은 말 한마디는 검은머리 희끗희끗 변하더라도 가슴 하나는 옛날 모습 그대로 통통하고 아름답게 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얀 칼라를 두르고 교정을 드나들던 학창시절, 1964년 동광중 13회 그 시절 그 모습으로 오래오래 곱던 모습 간직하거라.
그래야, 호길이도 운석이도 종관이도 나처럼 너희들을 좋아하고 예뻐하며 사랑한단다. 그래 줄 수 있겠니? 설익은 풋과실 같은 마음으로 이 밤도 너희들이 보고 싶구나.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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