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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에서의 퇴로(退路)

특별기고 / 진형민 고성소방서장

2018년 06월 27일(수) 15:3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조선시대 서원은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기 위해서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서원 건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기묘사화에서 많은 이들이 칼날의 정치에서 물러나려 해도 벗어날 퇴로가 없어 그 화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많은 선비들의 죽음을 목격한 이황은 이후 서원의 건립에 힘쓰게 된다.
퇴로의 중요함이란 이러한데, 화재에서의 퇴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도대체, 비상구를 생명의 문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통로에 물건을 적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밤이 되어도 밝은 현시대에 유도등은 왜 필요하고, 옥상에 불법건축물을 세워서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재가 발생하면 현재의 상황은 180도로 변하게 된다. 전기는 차단되어 건물 내부는 암흑으로 바뀌고, 한모금만 마시면 목숨을 잃는 위독한 검은 연기는 아래에서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으며, 건물 내부를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인은 암흑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상상을 해보자. 어둠속에서 유도등 불빛을 따라 겨우 비상계단으로 가보니 비상문은 잠겨있고, 벽면을 짚으면서 계단을 오르는데 적치물이 통로를 막고, 옥상으로 올라가보니 불법건축물이 있어 대피할 장소가 많지 않고, 오히려 가연성 연기로 그 불법 건축물이 화염에 휩싸인다면?
이러한 화재발생으로 인한 급속한 변화에서의 혼동과 다수인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속히 주변에 화재를 알림과 동시에 119에 신고를 하고, 건물구조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피난유도를 해야 한다.
또한 건물관계자는 사용자와 이용객을 위한 퇴로가 잘 확보되고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고, 비상문을 잠그고 통로에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가 타인의 탈출구를 막는 행위임을 인지하여야 하며, 각 소방시설의 정상작동 여부를 항시 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퇴계 이황은 퇴로가 없이 정치에 나아간 그들에 대하여 낚시에 걸린 꼴이라 하였다. 내가 있는 이 건물의 퇴로는 어디인지 의문을 가져야 할 때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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