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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숲으로 ⑦

향토소설가 김담 연재 산문(散文)

2018년 09월 06일(목) 08:52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산빛이 우윳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숲정이로 향해야 할 때란 뜻이었다. 해마다 아까시 꽃이 필 때면 ‘천마’도 함께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가을, 버섯 철이 당도했다고 젊은이들이 설레발놓아도 어른들은 들깨 꽃이 피어야만 송이를 채취할 수 있다고 믿는 감각과 비슷했다. 올해는 산벚도 이르게 피었고, 날씨도 널뛰기를 했지만 이른 봄부터 숲정이를 들락거리면서 고비, 고사리도 꺾고 더덕과 잔대 그리고 삽주와 도라지도 캤으며 두릅도 땄지만, 천마는 매우 특별했다. 혈압이 높은 어머니는 이따금 약 드시는 것을 까먹고는 했다. 연세가 연세이니만큼 그럴 때마다 숨이 가쁘고 어지럽다며 나를 불렀다. 아무리 민간에서 통용되는 민간요법이 의심스럽기는 해도 천마만큼은 어머니에게 특효약이었다.
난초과 식물인 천마는 꽃이 피었다고 해도 꽃인지, 무엇인지 짐짓 헷갈렸다. 어느 해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촘촘하게 돋기도 했고, 또 어느 해는 두어 개만 보일 때도 있었다. 한국 특산종으로 대부분 참나무류 그늘 아래서 만날 수 있었다. 어쩌다 참나무를 베어낸 잣나무 숲에서도 만났으나 이젠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어른들은 천마가 나는 곳에 일부러 참나무를 베어 쓰러뜨려 놓기도 했다. 이를 테면 천마의 밥, 양분 공급을 위해서였다. 그러고 보면 솎아베기(간벌)를 한 숲에서는 버섯이 나지 않는다고, 나더라도 예년 같지 않다고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나무의 당분을 먹고 자라는 버섯 처지에서는 당을 공급해 주는 나무를 잃었기 때문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기생식물인 천마로서도 숙주를 잃으면 성장은 물론 싹조차 틔울 수 없다는 것은 달리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걸음이 급했다. 마을 남쪽 숲정이에는 사방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마을을 빙 둘러가며 숲 기스락에 만들어 놓은 ‘토치카’에서는 훈련 중인 병사들이 진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숲정이로 향할 때마다 매번 망설망설했다. 숲정이엔 따로 길이 없었으므로 아무 데고 걸음 내딛는 곳이 곧 길이었다. 숲이 무성해지기 시작하는 때였으므로 참취도, 참나물도 조금씩 쇠기 시작해서 묵나물로 만들면 안성맞춤일 듯했지만 그대로 지나쳤다. 첩이 아흔아홉이라고 하는 고사리는 이미 자랄 데로 자라 고사리밥이 너풀거렸으나 또 다른 곳에서는 손가락 마디만 한 고사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잠시잠깐 망설였지만 이것도 손대지 않았다. 해 질 녘 산책길에 두어 움큼씩 꺾고 삶아 말려서 명절에 쓸 수 있을 만큼은 마련해두었기 때문이었다.
시차를 두고 싹이 돋는 천마는 해마다 같은 장소에서 싹을 틔웠다. 마치 성지 순례를 하듯 하루는 동쪽, 또 하루는 서쪽, 또 하루는 남쪽을 갈마들면서 천마 상태를 살폈고, 대부분 열흘 내외로 싹이 돋았으며 그런 다음 꽃을 피우곤 했다. 손끝 한 마디만큼 싹이 돋았을 때는 덩이뿌리도 단단했지만, 이미 꽃이 핀 다음에는 덩이뿌리도 양분이 다 빠져 속이 궁글었으므로 꽃이나 구경하고 물러나는 게 서로에게 이로웠다. 이파리가 없는 천마는 얼핏 오리나무더불살이와 닮아 보였다. 길이 나지 않은 숲정이 입새는 덩굴나무와 떨기나무들로 우거져 판판이 걸음을 잡아챘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조심 떨기나무들을 주저앉히며 걸음을 뗐다. 그런 까닭에 고라니든, 멧돼지든 짐승들이 오가는 길목을 만나면 걸음이 달뜰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발밑은 잘 살펴야 했다. 뱀은 물론 눈에 잘 띄지 않는 진드기 때문이었다. 페터 볼레벤이 쓴 『숲 사용 설명서』(위즈덤하우스, 2018)에 따르면 진드기를 옮기는 매개체가 주로 노루, 멧돼지와 같은 산짐승들이기 때문이었다. 이들 진드기는 짐승들 털에 붙어 있다가 풀숲으로 자리를 옮겨 마침내 인간에게 이동하여 흡혈했다. 어른들 말씀으로는 깨알 만했던 진드기가 피를 빨아먹으면 메주콩 만해진다고 했고, 어릴 적 들판에 놓아기르던 소에 들러붙었던 바로 그 진드기처럼 커진다고 했다. 요즘은 ‘살인진드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아닌 말로 숲에서 나올 때마다 바짓가랑이에는 깨알 같은 진드기들이 새카맣게 달라붙어 있곤 했다.
그렇더라도 짐승들이 오고간 길은 이미 길이었으므로 다른 곳보다 걸음을 내딛기가 수월했다. 폭은 삼십 센티미터 남짓 되었지만 그 정도면 인간이 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었으나 이따금 짐승들이 오가는 길과 인간이 가고자하는 길은 어긋나기 마련이었고, 나는 미련 없이 짐승들이 오고간 길을 버리고 수풀 속으로 들어섰다. 무릎 위를 웃도는 수풀 속 바닥은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알 수도 없었으므로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었다. 수년 전부터 오고가는 곳이 되었지만 매해 다른 느낌이었고, 다른 색이었다. 올해는 참나무들이 조금 더 이르게 핀 듯 이파리들이 너풀거렸다. 보통 참나무라고 하는 나무는 참나무과 참나무속을 통칭하는 것으로 신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가 있으며 우리 동네 숲정이에서는 떡갈나무가 흔했으며 어른들은 갈나무라고 불렀고, 이파리도 다른 참나무들보다 컸으며 어릴 때 못밥을 먹을 때 생선을 싸서 주던 나뭇잎이기도 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등성이를 넘어섰다. 짐승들에게 뜯긴 도라지와 삽주 싹들이 보였고, 멧돼지 습격을 받은 봉분도 있었으나 예전에 한두 뿌리씩 돋던 천마 싹은 볼 수 없었다. 몸을 낮추고 아래쪽에 서서 위쪽을 위쪽에 서서 아래쪽을 살폈다. 낙엽이 답쌓이고, 수풀이 무성한 곳은 발길로 슬슬 헤쳐도 보았으나 내가 찾는 천마 싹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왔던 곳을 도서서 살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무렵,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싹을 본 것은 썩어가고 있는 나무 둥치를 발길로 툭툭 걷어차며 숨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진달래꽃 나무에 가려져 바람결에 볕뉘처럼 아주 잠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싹은 딱 집게손가락 길이만 했다. 조심조심 다가갔다. 옆에 답압(踏壓)으로 생긴 발자국은 내 신발 모양을 닮았다.
가슴에 손을 대고 천지신명, 사방팔방에 감사 인사를 드린 뒤 가만히 쪼그리고 앉았다. 싹의 줄기만으로는 덩이뿌리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으므로 손괭이로 살살 주변 흙을 파헤치며 머리 부분을 더듬더듬했다. 짐작보다 뿌리가 깊어 손으로 뿌리를 잡고 흔들어 뽑았으나 뽑히지 않았다. 이럴 때는 아주 잠깐이지만 머릿속으로 갖은 생각이 오고갔다. 크기는 얼마만한지, 길이는 또 어떠한지 또 잡고 흔들다 중간이 끊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도 덩이뿌리가 뽑히지 않으면 그때는 손을 놓고 주변을 더 넓고 깊게 파야 했다. 아니면 더덕이나 도라지 뿌리처럼 중간이 뚝 끊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뿌리가 끊어지면 여러모로 마음이 언짢았다.
올해 첫 수확은 내 손만 한 크기였고, 주변에 다른 천마는 보이지 않았다. 오붓하면서도 아쉬웠다. 천마는 대부분 하나만 있지 않고 주변에 줄레줄레 고마줄기처럼 둥그렇게 또는 일자 모양으로 길게 이어져 싹이 돋기 때문이었다. 하나만 싹이 돋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삼일 사이를 두고 찾았으나 두어 뿌리를 더 얻을 수 있을 뿐이었다. 어른들은 해거리를 하는 모양이라고 했고, 결과를 놓고 보면 가히 틀린 말도 아니었으나 무엇인지 석연치 않았다. 올봄엔 비도 충분하리만치 왔고, 날씨가 들쭉날쭉하기는 했어도 여러 개가 돋는 자리에서 하나만 자랐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 다른 이들 발자국을 찾을 수 없었으므로 더더욱. 그렇더라도 없는 것은 없는 것이었다. 숲을 나오면서 더덕 이파리를 발견했고, 서너 뿌리를 캤으며 큰꽃으아리 꽃을 만난 것은 또 다른 기쁨이었다.
국수나무와 멍석딸기 들과 같은 떨기들이 발길을 잡아챘다. 성가시고 귀찮았다. 어쩌면 우리 인간이 꿈꾸는 궁극의 숲이란 안전하게 돌아다니며 몸에 좋은 약초와 입이 단 나물과 열매를 얻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풍광인지도 몰랐다.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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