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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달에 만나는 동시 몇 편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20년 01월 21일(화) 11:16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 내 안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파블로 네루다의 시 중에 있는 한 구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중국행 슬로 보트』에서 “시인은 스물한 살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 가수는 스물네 살에 죽는다”라고 말했다.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잃어버린, 아이였고 시인이었고 거침없었고 낭만적이었던 우리의 순수와 열정은 사막과 광야 같은 메마르고 거친 세상에서 방황하며 헤매다 갈증이라는 죽음의 단어로 증발해 버리는 것은 아닐지.

한 해의 첫 달은 습관적이지 않다

하늘의 해, 달, 별들은 약속된 궤도를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시계 속의 톱니바퀴는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돌아간다. 모두 정해진 규칙을 어기지 않고 오늘 이 순간에도 성실하게 제 본분을 다하고 있다. 사람들 역시 그 흐름 안에서 그 리듬을 따라 살아가지만 다른 면이 있다면 아침과 저녁, 한 주일의 첫날과 한 달의 첫날, 그리고 한 해의 첫 달은 습관적이거나 기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루 중 잠에서 깨어난 아침의 첫 시간은 보통의 시간과 다르며 일 년 중 12월과 1월이 그나마 가장 착한 달이 될 수 있다거나 하는 보편적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강소천 아동문학가는 일제강점기의 치열한 역사 한복판에서 열 살의 어린 나이에 다음과 같은 동시를 통해 이미 성숙한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섣달 그믐밤에> / 강소천 (1915년~1963년)

내 열 살이 마지막 가는
섣달 그믐밤.
올해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
남은 이야기를 마저 적는다.

-아아, 실수투성이
부끄러운 내 열 살아,
부디 안녕, 안녕...

인제 날이 새면 새해,
나는 열 하고 새로 한 살,
내 책상 위엔 벌써부터
새 일기장이 놓여있다.

-빛내리라, 내 열한 살.
바르고 참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살리라.
내 열한 살.

어떤 삶이 고되거나 외롭지 않으랴

요즘은 수준 높은 동시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시선을 통하여 맑고 순수한 생각과 언어들을 자주 접하는 일은 이미 오염되고 혼탁한 어른들의 정서순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치료요법도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청개구리> / 백석현 (1969년) 안동 대곡분교 3년

청개구리가 나무에 앉아서 운다.
내가 큰 돌로 나무를 때리니
뒷다리 두 개를 펴고 발발 떨었다.
얼마나 아파서 저럴까?
나는 죄 될까 봐 하늘 보고 절을 하였다.

<징검돌> / 오순택 아동문학가 (1942년~ )

개울을 건널 때
등을 내어 준
돌이 아파할까 봐
나는 가만가만 밟고 갔어요.

2020년 새해 1월이다.
어떤 삶이 고되거나 외롭지 않으랴. 그러나 좋은 이야기를 듣고, 읽고, 알고, 감동하는 일로 올해도 우리는 계속 변화하며 살아갈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한 해를 보내게 될지,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우리로서는 한 해, 하루하루의 아귀가 척척 맞닿으며 번져나갈 내 주변 사람들과 사건들과의 퍼즐이 신비롭고 궁금하다.
착한 아이였고 시인이었으며 거침없었으며 낭만적이었던 우리들, 지금도 역시 그 순수와 열정으로 가슴 뛰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현장에서 선한 퍼즐이 맞닿아 펼쳐져 가는 축복이 올 한 해 모두에게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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