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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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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문학회> 회원 작품 릴레이 [25] / 이미복(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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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02일(화) 10:31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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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일곱 시가 가까운데 가로등 불빛 아래 거리는 아직 어둡다, 동쪽 산위가 어스름 밝아오지만 하늘엔 보름달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떨어진 낙엽에 푹신해진 길 위를 걷다보니 어느 새 붉은 해가 산위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발걸음을 멈추고 일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였다. 해가 순간 떠오르면서 새벽이 아침으로 바뀌고 사방이 엔딩화면이 나오며 불 켜진 영화관 같다.
새벽기도 후, 혼자 길을 걷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느라 지루하지가 않다. 매일 새롭게 느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느새 휴대폰을 꺼내들게 된다. 오늘 아침은 초겨울 느낌인데 길옆에 아직 노란 산국화가 피어 있어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 주로 야산 기슭이나 인적이 드문 도로 가에 피어 있어 자주 지나가며 보던 꽃이다. 노란 들국화라고도 부르지만 정식 이름은 산국, 또는 산국화라 부른다. 꽃잎이 작아 자세히 드려다 보지 않으면 꽃의 형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가늘고 긴가지는 큰 키로 자라기도 하고 자유롭게 길바닥에 엎드리듯 피어 있기도 하다. 땅 아래로 쳐진 가지 몇 개를 꺾었다. 따뜻한 집안에 두고 좀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전구모양의 작은 유리병에 꽂아 싱크대 창문 앞에 두었다. 아침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데 작은 꽃가지에서 풍기는 꽃향기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하였다. 싱크대 앞에 서있는 내내 눈을 감고 향기를 음미하였다.
나는 봄이면 찔레꽃향기를 떠올리며 어린 시절 추억에 빠질 때가있다. 아카시아꽃향기도 좋아한다. 향기를 맛보지 못하고 계절이 지나가면 많이 아쉽다.
여름엔 장미꽃 향기이다. 요즘 흔한 빨간 넝쿨 장미나 화원에서 살 수 있는 장미는 향이 약하다. 예전에 학교 실습지에서 다양한 종류의 장미를 가꾸었는데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꽃향기에 흠뻑 빠져들었던 생각이 난다. 오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향기가 그리움처럼 느낄 때가 있다.
김하인 작가의 소설 ‘국화꽃 향기’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어 밀레니엄 작가가 되게 하였다. 마흔이 된 작은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이다. 작가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돈이 없는 학생들이라 한 권의 책으로 반 전체가 순번을 정해 읽었다고 한다. 여학생도 아닌 남학생들이라 그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소설 ‘국화꽃 향기’ 속에 빠져 있지 않았나 싶다.
이제 가을을 대표하는 꽃향기는 산국화라 말하고 싶다. 꽃은 두서너 달 이상 피어 있으니 가을 내내 행복하리라. 벚꽃처럼 화려하게 피어 순간 사라지지 않은 점이 좋다. 아름답고 귀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 곁에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그 향기로 다가오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꽃.
산국화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좋겠다. 타고 난 외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원에 꽃처럼 잘 다듬어 진 모습이 아님 어떤가? 자신을 알리고 인정받기 위한 수고와 노력은 그리 필요 하지 않다. 가까이 하는 이들만 알게 되는 존재의 가치…, 그로 족하다. 내면의 아름다움에 감동이 되어 눈을 감게 되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 오늘 산국화 앞에선 내 모습처럼 말이다.
-고성군 거진읍 출생
-거진초·중·고, 춘천교대 졸업
-<생활문학>으로 수필가 등단(2015)
- 생활문학회 회원
- 문인협회 강원고성지부(고성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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