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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착각, 실제를 바라보는 긍정적 관점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21년 03월 10일(수) 13:0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높은 창문이 있다.
내 눈높이로는 볼 수 없는 바깥 풍경. 작은 돌멩이를 창문틀 위에 올려놓는다. 그 돌이 보는 바깥세상을 나는 간접적으로 바라본다. 상상의 관점은 순식간에 빠르게 달려 창문 하나는 곧 좁은 공간의 방과 무한히 확장되는 우주의 경계가 된다.
오래된 마을.
골목길 한쪽에 돌멩이를 내려놓는다. 조금 멀리 서서 큰 나무들 사이의 낡은 집들과 돌담 아래 놓인 조그만 돌을 지켜본다. 돌멩이는 예전부터 이 마을의 일부였던 것처럼, 역사와 전통과 스토리를 처음부터 함께 했었던 것처럼 스며들어 나 대신 그곳에 서 있어 보는 것이다.
높은 산의 정상.
바람 부는 산꼭대기에 나를 세워둔다. 광활하고 광대한 세상이 보인다. 그런 나를 더 먼 공간의 어디쯤에서 다른 각도의 시선으로 또 하나의 내가 바라보고 있다. 나와 내가 보는 세상을 다른 의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나. 그것은 실제의 내 이상향이며 현재의 수준보다 훨씬 격이 높은 관점이다.

다른 의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가끔 큰 산맥 위로 검푸른 먹구름이 높게 펼쳐져 떠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즐거운 착시에 환호한다. 진짜 산 높이의 배나 더 높게 올라선 거대한 구름은 그 능선조차 산처럼 아름다워 히말라야산맥을 마주한 듯한 착각 속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수평선을 따라 길게 올라선 구름도 먼 육지의 산들이 펼쳐진 것처럼 보여 바다가 큰 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착각은 잠시의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럴 경우 착시로 인한 황홀한 즐거움을 누려보는 일을 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때로 나는 과거의 어린 시절 행복했던 날들로 돌아가곤 한다. 조금 높은 지대의 목조주택 반 2층 다락방에서 내려다보이던 풍경. 정원과 펌프가 옆에 있는 우물을 지나 대문 밖, 지붕 낮은 마을의 골목길들. 비라도 오는 날이면, 국어책의 시나 시조를 소리 내어 읽거나 노래를 부르다 빗소리 함께 낮잠에 빠져들던 나에게 멀리서처럼 들려오던 엄마의 부르시는 소리. 잠결에 깨어나면 어느새 비 그친 저문 저녁, 막 퇴근하신 아버지는 물 먹어 반짝이는 나뭇잎들 사이사이 아래의 펌프 우물가에서 씻고 계셨고 저녁상 차리시는 엄마의 모습이 분주하셨다. 그때의 기온과 습도, 소리와 냄새들, 풍경과 상황들이 아직도 선히 펼쳐 보인다. 어릴 적 대구에서의 초등학교 4, 5학년 시절을 지금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떠나온 상태에서 즐겁게 추억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글한 웃음이 온몸을 간지럽히고 있는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좋은 것들을 생각하고 꿈꾸지 않고 불행했던 과거의 경험이나 미운 사람들을 자꾸만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늘 행복한 기록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어떤 트라우마나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나의 불행을 핑계 대며 살기에는 우리의 남은 인생은 너무도 짧고 아깝다.

어쩌겠는가. 봄이 오고 있는데

아직 모든 사람이 마스크 얼굴로 살아가는 중이다. 이 역시 결핍의 현상이라고 본다.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상태의 시기, 어려서부터 그 형태가 다른 수많은 결핍의 순간들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겪으며 살아왔고 현재도 그런 상태일 수도 있고 앞으로도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살 확신이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결핍이 자족(自足)하는 힘을 길러내지 못하고 결핍의 피폐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그 사람은 영적, 정신적, 육체적인 저성장아(底成長兒)로 늙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상상이든 착각이든 실제이든,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감사하는 일을 연습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우리의 웃음은 이 시대 어쩌면 최고의 테스트 시점인 마스크 안에서 영영 소멸되고 마는 것이 아닐까.
정원에는 벌써 튤립 순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비로 시작되던 눈이 좀처럼 멈출 줄 모르고 폭설로 내리고 있다. 목말랐던 대지에 내리는 3월 첫날의 눈은 이 겨울의 첫눈이자 어쩌면 마지막 눈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설사 눈이 더 내리더라도 이제는 금세 물기로 녹아 흐를 것을 우리는 안다.
어쩌겠는가. 봄이 오고 있는데, 튤립이 피어나겠다는데.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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