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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허기에 대한 모색

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2020년 07월 20일(월) 16:46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1909년 오스트리아의 다뉴브강가에서 철도공사 중 발견된 11.1cm의 작은 돌 조각상은 발굴된 마을의 이름을 붙여 ‘빌렌도르프 비너스상’이라고 불린다. 현재 오스트리아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여인상은 다산과 풍요의 주술적 숭배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것인가’라는 주제는 고대 원시시대나 현대 문명사회에서나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아트스페이스에는 구석기 원시시대의 빗살무늬 토기 속에서 막 걸어 나온듯한 메릴린 먼로의 옷을 입은 빌렌도르프 비너스 형상 작품이 전면 양쪽에 서 있다. 이화여자대학원에서 조소학을 전공하고 2019년 ‘올해의 이화인상’을 수상한 김선영 조각가의 ‘Heart Land 2020 / 궁극적 욕망’이라는 주제의 초대전이 진행 중이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것인가

구석기 원시인들의 이 질문과 소망은 오늘의 현대인에게도 여전한 소망이고 변함없는 질문이 아닐까. 언젠가 누구에게서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당혹감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우리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만큼 충족시켜주어야 할 공급원이 필요한 동물적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일이 삶의 첫 순위이거나 전부라면 참, 그것은 슬프고 쓸쓸한 이야기가 아닐까. 굳이 우리나라의 가난한 역사를 되짚어보지 않더라도 가족의 밥을 벌기 위해 힘에 겨운 노동과 모멸을 견디시던 아버지들의 속울음, 어머니들의 속앓이는 고통을 잊어버린 무릎의 흉터처럼 가끔 만져지는 것이다.
요즘 소위 먹방을 위주로 한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특히 오락프로그램 중 음식을 요리하거나 먹는 장면이 무척 많아졌다. 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간을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앉게 했고 음식을 손쉽게 배달해 주는 업체들이 성행하다 보니 음식문화도 급격한 퓨전요리로 변신과 발전이 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허기가 진다는 것. 배가 부른데도 자꾸만 식욕이 당겨서 먹는 일에 치중하는 것은 어쩌면 정신적 허기를 육체적 허기로 착각한 뇌의 혼란성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 중 테살리아의 오만한 부자 에리식톤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있다.
요정들이 살고 있는 참나무를 베어버린 벌로 굶주림의 여신 리모스가 허기를 불어넣어,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나머지 딸까지 노예로 팔아서 음식을 사 먹게 되고 마침내 먹을 것이 없어지자 자기 몸까지 먹어치워 결국 이빨만 남게 된 테살리아의 부자 에리식톤에게서 탐욕의 집착으로 인해 비참한 파멸로 치닫는 자본주의 현대인들의 욕망을 보게 된다.
돈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도 전의 옛날 옛적, 서로의 가진 것들을 주고받던 원시적 물물교환 시대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로 기대하며 웃어가며 맑고 푸른 하늘 아래서 얼마나 넉넉하고 순수했을까를 동화 속 이야기처럼 상상해 본다.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시장원리는 생산품들은 물론 예술, 문화, 심지어는 종교 분야까지 일부 소수계층의 착취행태나 정경유착(政經癒着)으로 전락되기도 한다.

인간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또한, 세상의 모든 가치가 화폐로 환산되는 오염된 거래방식의 돈이 돈을 낳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구조 고리로 인해 금수저, 흙수저라는 민망한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비정상적 경제구조는 일부 계층의 과잉소유 욕구를 부추기고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이미 오래된 비극적 현실이다.
윤동주 시인의 옛 시 <장>에서는 그 수요와 공급의 질긴 간극(間隙), 결국 고단한 삶의 쓴 생활끼리 서로 맞바꾸어 이고 돌아가는 가난한 순환의 관습이 아프게 읽힌다.

‘이른 아침 아낙네들은 시들은 생활을 / 바구니 하나 가득 담아 이고…… / 업고 지고…… 안고 들고…… / 모여드오 자꾸 장에 모여드오. // 가난한 생활을 골골이 벌여놓고 / 밀려가고 밀려오고…… / 저마다 생활을 외치오……싸우오. // 왼 하루 올망졸망한 생활을 / 되질하고 저울질하고 자질하다가 / 날이 저물어 아낙네들이 / 쓴 생활과 바꾸어 또 이고 돌아가오.’
- 윤동주 詩 ‘장’ 전문

우리는 짧은 한 생애를 고품격, 가치 있는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유전인자의 불완전함, 유년의 트라우마, 혹은 환경과 여건,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수많은 이유와 핑계 등으로 불안정한 품성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성경의 한 구절에서 영적 허기의 모색점을 찾으며 절대자에게 묻는다. 지금,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아트스페이스의 실내 연못에는 김선영 작가의 작품 예수 그리스도의 커다란 가시면류관이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물양귀비꽃 숲 위에 둥실 정답처럼 아름답게 떠 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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