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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전설에 나타난 재난과 공동체의 대응[8]

고성지역 인문학 연구[마지막 회] / 이광형 강원대학교 강원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2021년 10월 22일(금) 14:0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5. 결론

지금까지 화진포 전설을 재난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각편에 나타난 재난과 공동체의 대응 양상을 고찰해 보았다. 화진포 전설이 속하는 <장자못> 유형은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서사 구조의 큰 변형 없이 전승되어 왔고 따라서 지금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학술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이를 재난의 관점에서 다룬 논의는 없었다. 이에 본고는 화진포 전설에 나타난 재난의 양상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한 첫 시도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발판 삼아 논의를 전개하였다.
2장에서는 화진포 전설의 서사 구조를 분석하고 그 속에 담긴 재난 및 공동체의 대응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화진포호 주변에 기록물로 현전하는 세 개의 각편을 분석한 결과 화진포 전설의 서사적 특성은 며느리의 석화, 즉 죽어서 돌이 된 며느리가 고총서낭으로 신격화되고 마을에 닥친 재난이 해결되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는 화진포 전설에 나타난 복합적인 재난 즉, 1차-홍수로 인한 이화진 일가의 수몰, 2차-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며느리의 심리적 재난과 마을에 닥친 흉년과 전염병 같은 재난 등에 대한 공동체의 대응 양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화진포 전설에서 며느리의 죽음과 재난의 극복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점은 조선 후기 유교적 재이론의 지향점과 인접하여 있다. 고대부터 화진포호 주변에 정착하여 재난을 이겨내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전설은 조선 후기로 오면서 재난을 유교적 재이론에 입각하여 포섭하려는 유교주의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유교적 가족주의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며느리가 이야기의 핵심 화소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3장에서는 며느리의 석화와 고총서낭화를 구비의 측면에서 천착해 보았다. 구비는 어원상 돌이라는 물질성과 덕(의 칭송)이라는 윤리성과 연관되어 있다. 화진포 전설에 나타난 재난은 기존의 질서 체제의 와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2차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돌이 된 며느리를 고총서낭으로 모신다는 것은 공동체 차원에서 재난을 극복하고 체재를 유지해 나가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 화진포 전설은 부의 측면에서 보면 개인이 축적한 부 역시 공동체 전체의 자산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윤리성을 지니고 있다. 즉 화진포 전설에서 며느리의 죽음-석화-고총서낭화라는 일련의 연쇄는 텍스트 내적으로는 이화진 일가가 독점했던 부가 다시 공동체의 소유로 환원되는 것을 의미한다. 돌이 된 며느리와 결합되어 있는 ‘침을 받아 먹고 살아라’는 실제의 서낭신앙에서 보이는 ‘침 뱉기’와 인접해 있는 비유적 표현으로서 화진포 전설이 지니는 구비전승의 생명력을 표상한다. 이렇게 화진포 전설이 텍스트 자체의 생명력을 기반으로 구비전승되면서, 각편에 담긴 윤리성 또한 연행 현장을 둘러싼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4장에서는 화진포 전설의 구비전승이 평상시에도 재난의 위험에 대비하고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공동체의 붕괴를 예방하는 공동체의 인문학적 지혜의 소산임을 밝혀 보았다. 재난은 필연적이면서 예측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재난으로부터 전적으로 안전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구성원들은 평소에도 건설적인 편집증으로 개념화할 수 있는 재난을 예비하는 삶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화진포 지역의 공동체는 화진포 전설을 구비전승함으로써 공동체의 차원에서 재난을 예비하여 온 것이다. 특히 며느리는 공동체적 개인을 상징적으로 대표함으로써 화진포 구비 공동체가 재난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보다 생존에 유리한 윤리적 공동체로 새롭게 결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한다.
화진포 전설은 수해, 기근, 전란, 전염병 등 재난을 겪으며 살아온 지역 구비 공동체의 인문학적 지혜의 소산으로서 오랜 전승 기간 동안 구술성과 기술성의 교환(交換)을 통해 구비의 생명력을 획득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화진포 구비 공동체는 평상시에 화진포 전설을 매개로 교환(交驩)함으로써 특히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 시에 반목과 대립보다 화합과 결속이 우선해야 한다는 당위를 일상화해 온 것이다.
화진포 구비 공동체는 현재에도 화진포호 주변에 화진포 전설을 기록하여 전함으로써 화진포가 자연경관의 수려함뿐만 아니라 서로의 지혜를 모아 재난을 극복하면서 살아온 공동체의 삶의 현장이라는 인문학적 가치가 더해진 명승지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도 크고 작은 재난이 끊이지 않는, 화진포를 포함한 강원도 영동 북부의 지역적·지형적 특성, 주민들의 삶 등과도 연관지어 논의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를 기약하기로 한다. <끝>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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