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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야 할 것과 멈추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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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김향숙 칼럼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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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5일(월) 10:56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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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난감하다. 나이 들수록 많아지는 말(言), 남은 세월 건너기 위해 말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타우라스 고산 독수리 서식지를 지날 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돌을 물고 날아 넘는 두루미떼처럼, 3년 동안 입에 돌을 물고 침묵을 배운 수도사 아가톤처럼, 사람을 만날 때마다 주머니 속 돌멩이 달아오르도록 입속인 양 만지작거린다. 침묵...
나이 들면서 늘어나는 체중이나 체지방 불균형 등의 이유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체중만 느는 것이 아니다. 말도 많아져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꼭 할 말만 했는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말을 했는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는지 자꾸만 자신을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크고 작은 모임의 대화에서 말의 실수가 종종 있었던 후회의 경험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와 소통을 위해 모임의 주제를 인식한 지혜로운 대화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어느 때든 한두 사람쯤 불러내어 식사와 차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들인가. 그러나 어떤 만남이든 습관적 수다스러움에 익숙해지지 않기 위한 절제가 필요하다. 한편, 너무 말이 없거나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소외시키며 단절된 삶을 익혀가는 고립 또한 위험하다. 혼자만의 삶에 익숙해 간다는 것은 고결하고 호젓한 선비의 길이거나 아니면, 외롭고 괴팍하게 나이 들어가는 극단적 두 갈래의 길 중 장담할 수 없는 결과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정신의학적 용어와 병명이 얼마나 많은지, 과연 정신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있기나 한 것인지, 나 또한 그로부터 자유로운지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끼리라도 서로 ‘안녕’을 묻고 ‘평안’을 위해 기도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능력 이상의 감당하지 못할 허황된 꿈을 따라가는 일은 절제의 지혜가 부족함에서 초래되는 불행요인이 된다. 과욕의 마지막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임을 알면서도 확률이 낮은 작은 요행에 모든 에너지를 걸고 브레이크 고장 난 차처럼 달리다 결국 비참한 끝을 보고야 마는 어리석은 인간의 한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자신의 영역 확장을 위해 땅따먹기 놀이에 재미를 붙이고 사는 사람들. 앞으로의 수명이 더욱 길어질 것이 분명한 노년의 삶을 생각하고 노동력이 있는 동안 부지런히 준비하는 일이야 지혜로운 경우에 속하겠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재산을 축적하는 과욕은 얼마나 비인간적인 행위인가.
<암묵적 공식>
나무 나이테는
바람의 속도를 꿈꾸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강물로 수심을 채워도
바다는 해변을 넘어서지 않는다
열 손가락이
제일 큰 숫자였던 아이는
자라면서 어른의 셈법에 감염되었고
땅따먹기 놀이에 중독되었다
골목마다 저녁연기 피어오르고
부르는 이름 따라
돌아가는 집
하나 둘 셋...
사라져 가고
잊혀져 가고
해바라기 옆에
민들레 피어나 웃고 있는 길 위로
다시
낯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어간다
나무 나이테는 바람의 속도를 부러워하지 않고 바다는 산을 오를 생각이 없다. 해바라기 큰 키 아래의 작은 민들레 웃음소리는 마냥 밝기만 하다. 내가 선 자리에서 모두의 삶을 존중하며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다. 그렇게 나이 들어가기를 내 안의 모든 세포를 동원하고 하나님께 구하며 남은 날들을 보내고 싶다.
가을이 저물어간다. 나태주 시인의 따뜻한 싯귀에 기대어 나를 우리로 생각해 주는 모두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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