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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의 성 [41]

-닥터 홀 가의 감동적인 의료선교 이야기
황연옥 작가의 전기소설(傳記小說) 연재 [41] / 삽화 윤광자 화가

2022년 03월 07일(월) 09:38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미국에서 난방비 후원금이 도착했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요양원 환자들을 춥지 않게 하려고 밤을 새워가며 미국의 친지나 친구들에게 난방비 후원을 간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 난방후원금을 보내 준 것이다. 때마침 평양의 선교기관에서 난방기구가 들어왔는데 크기가 맞지 않아 요양원에서 필요하다만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추위가 오기 전에 난방문제가 다 해결되었다.

어느 날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뜻밖의 방문객 해주 시장이 진료실로 왔다. 요양원 설립을 반대했고 선교 사업이 ‘해주의 적’이라고 말하던 그가 요양원에 온 것이다.
“시장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시장은 주위를 살피더니 착잡한 표정으로 셔우드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닥터 홀 선생님, 우리 아들 때문에 왔습니다. 아이가 요즘 기침을 많이 하는데 혹시나 결핵에 걸리지 않았는지 진찰해 주십시오. 저 … 만약 결핵에 걸렸다면 여기에 입원시켜 치료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장은 두려운 목소리에 면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진찰 전인데요. 만약 결핵에 감염 되었다면 정성을 다해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진찰을 하는 동안 시장은 안절부절 하며 몹시 초조해 하였다.
진찰 결과 시장의 아들은 예상대로 결핵에 감염되었으나 다행히 초기였다.
“입원실이 많이 부족하지만 아드님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시장 아들은 요양원 규칙에 잘 따랐고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여 상당히 효과가 빨랐다. 얼마 후, 통원치료를 할 만큼 좋아졌다. 셔우드는 퇴원 후에도 소년이 완치 될 때까지 정성껏 돌봐주었다.
“선교사 선생님께서 옛 감정을 잊어버리고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시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몇 달 후, 시장은 지역 유지들의 야유회에 셔우드와 요양원 의사들을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병든 동포들의 생명을 살려주는 요양원 건립을 반대 했던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은 적극 돕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반대하였던 요양원 도로확장 허가를 해주었고 도로건설에 보태 쓰라고 135달러를 희사하기까지 했다. 많은 분들이 사랑의 기부금을 보내왔다. 감동의 물결이었다.

요양원 입원환자들에게 병을 완치시키는 과정을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기침을 안 하고 얼굴 혈색도 좋아져 병이 나은 것처럼 보여도 결핵균이 잠복해 있어 언제 재발 될지 모른다고 말해도 다 나았다며 집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런 환자 중에 대표적인 환자가 ‘형’이라는 이름의 청년이었다. 형이가 요양원에 처음 왔을 때는 중환자였다. 높은 열과 심한 기침, 매일 한 컵이나 되는 가래를 토해냈다. 다행히 왼쪽 폐는 정상이었다. 치료효과가 좋고 회복도 빨랐다. 체중이 늘고 기력도 회복하여 본인도 새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하였다.
형이는 향수병에 걸려 퇴원하겠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수고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고 만류했지만 그는 끝내 고집을 부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몇 달이 지난 후 병이 재발해 다시 입원시켜 달라는 연락이 왔지만 입원실이 없어 기다리는 사이에 그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이 같은 일들은 비일비재 하였다.
그렇게 죽어가는 환자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아파하는 셔우드에게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요양원에서 농장을 만들어 운영하면 회복기의 환자들이 무료하지 않고 소득도 생길 것이다. 위생교육과 현대식 영농방법을 교육한다면 완치하고 고향에 돌아가 현대식 영농기술자가 될 것이다. 농장뿐만 아니라 모범 촌락을 만들어 환자들이 깨끗한 주택에서 계몽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면 금상첨화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극적으로 요양원에 인접한 곳에 3만평의 비옥한 과수원 땅을 구입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이 과수원을 운영하던 젊은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 그의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아 아들을 생각나게 하는 과수원을 처분하고 싶어 했고 아주 싼 가격으로 사라고 요양원에 제의를 해 왔다. 마침 해롤드 윌리스 무어를 추모하는 기념으로 유용하게 쓰라고 보내온 돈이 있어 농장을 마련할 땅을 사게 되었다.
1929년 겨울, 서쪽 건물과 여성 전용 별채를 지을 후원금이 선물처럼 마련되었다. 이 여성 전용관은 어머니 닥터 로제타와 그 친구 분들이 보내준 소중한 후원금으로 지어졌기에 여동생 이름을 따서 ‘에디스 마거리트기념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미경이나 엑스레이 촬영기계, 단체 일광욕을 시키는 최신식 의료기구들이 기부에 의해 도착 될 때마다 셔우드 부부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이 요양원은 조선 사람들의 생명을 사랑하는 분들의 정성으로 만들어 진 ‘사랑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핵 위생학교’로 시작한 해주 결핵 요양원은 조선의 결핵환자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장소로 변하고 있었다. 조선의 재력가 중에 결핵병이 든 환자가 요양원에서 병이 완전히 나은 후 별채를 지어 기증하는 일도 있게 되었다.

셔우드 부부는 어느새 5년의 임기가 끝나 안식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침 운산 미국금광에 의사로 있는 닥터 어니스트 이바스 부부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의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식년 동안 병원을 돌봐 주겠다는 것이었다.
셔우드 부부는 감사하며 병원과 요양원을 사교성 많고 활달한 닥터 이바스와 직원들에게 맡기고 1930년 6월 해주를 떠났다. 일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배를 타고 미국에 도착해 뉴욕으로 갔다.
미국에 도착하니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큰 힘이 되었던 후원자 울버턴 여사가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애도의 마음으로 추모를 드리고 새로운 사촌 그레이스 해스킨스를 찾아갔다. 그녀는 선교사 생활비 일부를 후원하겠고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빙엄턴 테버너클 감리교회에 후원을 부탁하겠다고 하여 가슴이 뭉클하였다.
셔우드는 필라델피아에서 대학원에서 결핵학 연구로 명성이 있는 ‘헨리 핍스 연구소’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매리언은 뉴욕의 대학원에서 외과진료에 대한 특별한 연수를 받게 되었다. 공부하는 틈틈이 여러 교회를 방문하여 선교활동에 대한 보고와 강연을 시작했다.
어느 날 강연이 끝나자 한 신사가 악수를 청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미국결핵협회’ 뉴욕본부에서 재직하고 있는 필립 제이콥스(Philip.P. Jacobs)였다. 제이콥스는 ‘대중에게 결핵을 잘 알려주는 방법’ 이라는 제목으로 본부에서 강연을 준비하는데 셔우드에게 관심이 있으면 참여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도움이 될 두 사람을 소개하고 소개장까지 써 주었다.
“한 분은 미국의 큰 신문사인 <노스 아메리칸>의 편집자인 미첼 핫지스(Leigh Mitchell Hodges)이고, 한 사람은 에밀리 비셀(Emily P. Bissell) 양인데 이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 씰 아이디어를 미국에 소개한 주인공들입니다.”
크리스마스 씰은 지금 결핵협회의 주 수입원이고 연 5백만 달러나 모금 되며 씰 운동은 미국의 결핵 환자들을 감소시키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였다.
셔우드는 제이콥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뛰었다.
‘아! 이 크리스마스씰 운동을 조선에서도 펼칠 수 있을까?’
며칠을 골똘히 생각하며 월밍터에 사는 비셀양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연히 셔우드가 월밍터 교회로 강연을 하러 가는 일정이 잡혀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 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우리 집 근처에 작은 결핵요양원이 하나 있었어요. 운영자금란으로 항상 허덕여 요양원 문을 닫아야할 지경에 이르렀지요. 어느 날 제이곱 리스라는 분이 기고한 글을 읽고 <노스 아메리칸>의 핫지스 씨를 찾아가 이 아이디어를 전해드려 성사가 되었지요.”
그 글의 내용은 덴마크의 한 우체국 직원이 편지를 배달하다가 우표를 보고 착안한 것을 쓴 글인데 결핵환자를 돕는 씰을 만들어 카드에 우표와 함께 붙여 보내면 작은 돈으로도 결핵예방 운동에 동참하게 된다는 착안이었다.
이 착상은 덴마크 국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어 전국에 번졌다. 그 결과 요양원은 문을 닫지 않게 되었고 덴마크는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제일 낮아졌다. 비셀 양은 그 기사를 핫지스 편집장에게 전하였고 이 기사가 큰 호응을 얻어 미국에서도 크리스마스 씰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셔우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설레었다. 조선에서도 크리스마스 씰 발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씰 디자인, 인쇄방법, 보급에 대한 강의를 모두 듣고 당시 발행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씰도 거의 다 수집했다.
“셔우드, 어느새 안식년 휴가가 끝나고 있어요. 빨리 조선으로 돌아가 새로 배운 의술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어요.”
매리언의 말에 셔우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에 빨리 돌아가고 싶어 지름길이라는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육로를 택했다. 그러나 그 결정이 얼마나 잘못 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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