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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 사건으로 생각해보는 가스라이팅

금강칼럼 / 박선애 칼럼위원(시인)

2022년 04월 26일(화) 13:07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요즘 핫이슈라면 가장 먼저 이은해사건을 생각할 수 있다. 깜찍한 외모로 끔찍한 짓을 저질러온 범죄자이면서 도망자였던 그녀의 엽기적인 행동이 드러나면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은해의 피해자인 남편 윤모씨에 대한 인적사항을 듣게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을 품게 된다. ‘부족한 것 없던 그는 왜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바보처럼 당했을까?’
사실 나도 처음엔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했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대기업연구원을 할 만큼 똑똑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그는 가스라이팅 피해자이다. 경찰은 2년 전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심리전문가에게 사건 내용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여 이은해가 남편을 가스라이팅했다는 결론을 냈었다고 한다.

이은해가 남편을 가스라이팅했다

가스라이팅! 몇 년 전 연인이었던 남녀 탑배우들의 관계에서 드러나 화제가 되었던 이 단어가 이제 인간관계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무슨 유행어처럼 번져서 우리 아이들도 내가 무슨 잔소리를 하려들면 “가스라이팅 하지마세요.”라고 깔깔거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인터넷포털 사이트에서는 가스라이팅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가스라이팅 (gaslighting) 또는 가스등 효과(瓦斯燈效果)는 심리적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스라이팅은 정신 병명이 아닌 심리학적 용어로 1944년 조지 쿠거 감독의 영화 ‘가스등(gas light)’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남편이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속임수와 거짓말을 통해 아내를 정신착란으로 몰고 가는 내용에서 유래했다. 영화의 제목 ‘가스등’은 남편이 아내에게 가하는 정신적 학대를 상징한다.
영화의 원작인 1938년에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라이트’ 내용을 소개해본다.
‘남편 잭은 보석을 훔치기 위해서 이웃집에 살던 부인을 살해한다. 그는 보석을 찾기 위해 가스등을 켠다. 당시 가스등을 켜면 가스를 나눠 쓴 다른 집의 불이 어두워져서 눈에 띄곤 했다. 이로 인해 보석 등 찾는 행위가 들킬 것을 염려하던 남편은 집안의 물건을 숨겨 아내 벨라가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며 호통을 치기 시작한다. 잭이 보석을 찾느라 위층에서 분주하면 아래층에 있던 벨라가 ‘어둡고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고 얘기를 한다. 남편은 ‘네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정신병자로 몰아세운다. 의아하던 벨라는 점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무력감에 빠져 자신을 지적하는 남편에게 더 의지하며 자아를 잃고 망가지게 된다.’
연극의 내용처럼 가스라이팅은 주로 연인관계, 사제관계, 친구, 가족, 직장상사 등 밀접한 관계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가해자는 타인의 경계심을 풀고 조종하는데 능한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가 대부분이며 일반적 관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해자의 목적은 원하는 대로 피해자의 삶을 조종하기 위해서이다. 상대의 자존감, 자신감을 앗아가고 홀로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 본 신문기사에는 여론조사에서 가스라이팅을 경계하라는 제목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경계하고 있는 이 말을 우리는 한번쯤 되짚어보고 자가진단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조차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거나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가짐 필요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희 전문의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는 지속적인 자기의심, 자존감 하락 등의 심리적 불안 상태로 모든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결국 가해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빠져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과 함께 정신과적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데이트 폭력 연구소에 따르면 다음 6가지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한다면 가스라이팅을 의심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표 참고>

ⓒ 강원고성신문

평소 자신이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느라 늘 불안하고 우울감을 느낀다면 스스로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는 가스라이팅 과정에서 자존감 상실, 심한 경우 인격의 황폐화까지도 경험하면서 괴로운 상황에서도 다시 가해자를 찾거나 또 다른 가스라이팅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정신과적 상담, 치료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한규희 전문의는 “물론 자신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하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내가 어떤 상황에서 적절하고 바른 소리를 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했는지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스라이팅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가스라이팅! 가해자도 피해자도 파멸에 이르는 무서운 심리적 학대이자 폭력이다. 우리는 평소 상대방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명확히 구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가스라이팅이 존재하는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 혼자서 견뎌내기 힘들 때는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주저하지 않아야한다. 그런 관계의 해결책은 분리와 단절뿐이다.
주권을 빼앗긴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눈물겨운지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도 잘 알고 있다.
봄꽃이 지고 햇살은 더 따스해졌다. 햇살의 온도로 나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내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보고 자존감을 다시 높이 세워보길 바란다. 내 생각에 대한 주관을 뚜렷이 갖고 누구에게도 끌려 다니지 않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 주권을 행사하며 당당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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