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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와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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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권성준 칼럼위원(강원고성갈래길본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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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25일(수) 10:48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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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나의 외손주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원생에서 학생이 되었다고 뽐내는 손주가 귀엽다. 학교 가기를 늘 기다리는 손주 녀석이 참 기특하다. 유치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친구를 만난다는 게 손주에 부푼 꿈이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방 입학한 친구들과 대화도 하기 어렵고 마음껏 놀 수도 없으니…. 거기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함께 하는 친구가 드물며, 쉬는 날도 친구 만나기가 어렵다고 두덜거리며 말한다.
“무엇이 그리 바쁜데?”
학교 가야지… 태권도장도 가고, 영어교습, 미술교습, 과학교실 등. 어린아이들이 할 일이 너무 많다. 놀 시간도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요즘 젊은 엄마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식을 천재로 키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천재로만 키우려는 욕심에 오늘날 온갖 재주만이 넘쳐나니 걱정이다.
재주가 덕(德)을 이길 수 없어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는 말이 있다. 즉, 재주가 덕(德)을 이길 수 없어 크게 쓰이지 못한다는 얘기다. 공자는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 하여 덕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지식이 많은 머리를 만들기에 앞서 덕을 쌓고 덕으로 세상을 살도록 가르쳐야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지도자의 위치에서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은 천재가 아니라 덕이 높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천재를 부러워하지만 천재는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덕은 영원하다. 그러므로 머리 좋은 사람으로 키우기 전에 덕을 좋아하고 덕을 즐겨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
공자의 천재불용(天才不用), 공자와 황택(皇澤)의 이야기를 되돌아보자.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길을 가는데, 어떤 아이가 흙으로 성을 쌓고 놀고 있었다. 그런데 수레가 가까이 가도 아이는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얘야.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좀 비켜주겠느냐?” 그런데도 아이는 쭈그리고 앉아서 하던 놀이를 계속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수레가 지나가도록 성이 비켜야 합니까? 아니면 수레가 성을 비켜 지나가야 합니까?” 아이의 말에 공자는 똑똑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수레를 돌려 지나가려 했다. 그러다가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름은 황택이며, 나이는 8살이라 했다. 이에 공자는 “한 가지 물어보아도 되겠느냐?” 그러고는 “바둑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황택은 이렇게 말했다. “군주가 바둑을 좋아하면 신하가 한가롭고, 선비가 바둑을 좋아하면 학문을 닦지 않으며, 농사꾼이 바둑을 좋아하면 농사일을 못하니 먹을 것이 풍요하지 못하게 되거늘, 어찌 그런 바둑을 좋아하겠습니까?”
아이의 대답에 놀란 공자는 한 가지 더 물어도 되겠냐고 하고는, “자식을 못 낳는 아비는 누구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허수아비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연기가 나지 않는 불은 무엇이냐?” “반딧불이입니다.” 그러면 “고기가 없는 물은 무엇이냐?”, “눈물입니다.”
아이의 거침없는 대답에 놀란 공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순간 아이가 벌떡 일어서며 “제가 한 말씀 여쭤도 되겠습니까?”하고 말했다. 공자가 그렇게 하라고 이르자 아이는 이렇게 물었다. “아주 추운 겨울에 모든 나무의 잎들이 말라 버렸는데 어찌 소나무만 잎이 푸릅니까?”
공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속이 꽉 차서 그럴 것이다.”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속이 텅 빈 저 대나무는 어찌하여 겨울에도 푸릅니까?” 그러자 공자는 “그런 사소한 것 말고 큰 것을 물어보아라.”하고 말했다. 아이가 다시 물었다. “하늘에 별이 모두 몇 개입니까?”, “그건 너무 크구나.” “그럼 땅 위의 사람은 모두 몇 명입니까?”, “그것도 너무 크구나.” “그럼 눈 위의 눈썹은 모두 몇 개입니까?” 아이의 질문에 공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공자는 아이가 참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아이를 가르쳐 제자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공자는 아이가 머리는 좋으나 덕(德)이 부족해 궁극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내다봤다. 그리하여 다시 수레에 올라,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실제로 황택의 이름은 이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천재성은 8살에서 끝이 나고 말았다.
사람들은 머리로 세상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머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보다 가슴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그러므로 머리에 앞서 덕을 쌓고 덕으로 세상을 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온갖 거짓과 모순과 악으로 넘쳐나는 것은 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덕이 모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덕 있는 사람으로 자라 주기를
사마광의 자치통감에 의하면 ‘재주와 덕을 겸비한 사람을 성인이라 하고, 재주도 덕도 없는 사람을 어리석은 자라 하였으며, 덕이 재주보다 앞서는 사람을 군자라 하고, 재주가 덕을 앞서는 자를 소인’이라 하였다. 채근담에도 ‘인간사회에서 덕이 첫째이고 재주가 그 다음이다. 덕이 주(主)가 되고 재주는 종(從)이 된다. 덕과 재주를 겸비할 때 비로소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 덕이 없고 재주만 있다면 경박하여 재앙이 따른다. 차라리 덕이 있고 재주가 없는 편이 낫다’고 하였다.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 미국 교육부로부터 ‘동양계 미국인 가정교육 대상’을 받은 재미동포 전혜성 박사의 자전적 수필집 제목이다. 6명의 자녀를 의사로, 대학교수로, 그리고 법률가로서 사회에 봉사하면서 추앙받도록 훌륭하게 키운 전 박사의 가정교육 철학은 ‘재주가 덕을 이기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전혜성 박사는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는 책에서 자녀교육 노하우는 바로 덕이라고 했다. ‘남을 돕고 베푸는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오히려 힘과 지혜를 얻게 되고, 부모가 먼저 남을 배려하고 봉사한다면 아이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바르고 훌륭하게 자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기업가 아타라시 마사미는 ‘사장에 오른다는 것은’이라는 책에서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이 20퍼센트고, 덕이 80퍼센트다. 재능이라는 업무 능력보다 덕이라는 인간력이 네 배는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자기 꾀에 넘어가기 쉬운 사람이다. 쓸데없이 재주가 넘쳐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건방떠는 말투와 주접떠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재(才)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재주를 말하고 덕(德)은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자기 수양을 말한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다스릴 수 없다면 공든 탑이 와르르 일시에 무너지는 실패와 좌절을 맞이할 것이 뻔하다.
요즘같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만능처럼 치닫고, AI(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는 세상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지식 쌓기에 열중하는 천재교육에 앞서 ‘재주가 덕을 이겨서는 안 된다’는 ‘천재불용’의 소박한 진리를 인식시켜야 한다. 지식으로 쌓은 자기중심의 가치에 앞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덕을 세우는 인성 좋은 아이로 키워야 한다.
우리 손주 녀석도 점점 커가면서, 할애비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 줄 시간이 비록 부족하더라도 할애비가 사는 이곳에 자주 와서 대자연에 진리를 터득하며…, 제발 덕 있는 사람으로 무럭무럭 자라 주기를 마음속 깊이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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