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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전설에 나타난 재난과 공동체의 대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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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지역 인문학 연구 / 이광형 강원대학교 강원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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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25일(수) 18:45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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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2. 화진포 전설의 서사 구조와 재난 이후 ③
화진포 전설은 고대부터 화진포호 주변에 정착하여 재난을 이겨내면서 대를 이어온 사람들의 복합적인 삶의 지혜와, 재난을 유교적 재이론에 입각하여 포섭하려는 조선 시대 유교주의의 보급이 뒤섞여 상징적으로 형상화된 텍스트이다. 이 각편은 <장자못> 유형의 다른 각편과 마찬가지로 이화진-스님, 이화진-며느리, 며느리-스님의 관계가 서사 전개의 핵심축인데, 특히 이화진-며느리의 관계는 이 유형이 조선 후기에 혼례 방식으로 정착한 반친영제와 그에 따른 시집살이라는 시대적 특성과 인접하여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근래에도 며느리 담론이 성행하는 현상에 비추어 이 유형의 각편이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현전하는 이유까지도 설명하여 준다. (표 참고)
<표 1>은 조선 시대 재이론의 지향점을 나타내는데, <장자못> 유형의 세 인물 관계는 이런 유교주의의 기획과 인접해 있는 비유적 표현으로 이해 가능하다. 우선 이화진-며느리의 관계는 17세기 이후 유교적 질서의 일상화를 표상한다. 그리고 이화진-스님의 관계는, 유교의 입장에서는 재난과 불교를 동일시하여 재난과 같은 이변 자체가 비(非)유교적임을 강조하는 효과를, 불교의 입장에서는 유교적 질서가 멸시하며 축소·은폐하려고 하는 비(非)유교적인 사상이 예기치 못하게 평상을 뒤흔드는 재난처럼 결국 우리의 일상에 늘 내재되어 있는 삶의 어떤 양태와 밀착해 있음을 항변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볼 수 있다. 며느리-스님의 관계는 이런 인접한 현실의 복잡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장자못 유형의 각편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데 화진포 전설은 죽어서 돌이 된 며느리가 고총서낭으로 모셔진다는 점이 서사 구조의 핵심이다.
이화진과 이화진 일가의 죽음과 몰락은 며느리에게 단순히 재난 이후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상의 애통함을 주고, 그 애통함은 자진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는 ‘죽어서도 시집의 귀신이 되어라’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혼례를 올리고 친정을 떠나 시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며느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 외에는 달리 살 방도가 없는 숙명의 소산이다. 실제로 유교적 의례 규범에 의하면 장례는 죽은 자의 신분에 따라 치러야 하는데 며느리의 죽음은 그런 유교적 의례를 대신하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장자못> 유형에서 며느리의 죽음은 재난 이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떻게든 기존의 삶을 회복하고 존속해 나아가야 하는 남은 자들의 생존에의 절박함을 역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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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1> | ⓒ 강원고성신문 | | 며느리의 죽음이 지니는 애통함을 풀어주는 것은 다른 남은 자들의 몫이다. 이 며느리처럼 제사를 올려 줄 후손이 없는 자들의 혼령을 무사귀신(無祀鬼神)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에 이 무사귀신들을 위한 여제가 많이 올려지는데, 양란을 거치며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시신을 수습할 때라든지 대기근과 전염병 창궐로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국가 의례의 일환으로 치러지던 여제가 점차 각 지방 단위로 확산되는데 이 경우에 성황제와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여제는 무사귀신의 위무가 주목적이 아니라 ‘요괴’와 ‘전염병’을 일으키는 무사귀신의 영혼을 관장하는 여제의 신에게 의탁하여 현실의 재난을 해결하려는 의도로 거행되기도 하였다.
화진포 전설에 나타나는 재난은 1차-폭우로 인한 홍수, 2차-1차 재난으로 이재민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재난과 1차 재난이 야기하는 흉년과 전염병 등의 양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1차 재난은 이화진 일가의 죽음과 몰락으로, 2차 재난은 며느리의 죽음과 고총서낭화로 서사화되어 있다. ‘폭우로 홍수가 나서 이화진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수재에 홀로 살아남은 며느리가 기근과 전염병으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와 같은 재난의 역사적 기록과는 다른 방식으로 화진포 전설은 인접한 재난의 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전승의 생명력을 얻은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죽은 며느리를 고총서낭으로 모신 이후에 흉년과 전염병 같은 재난이 사라졌다는 화소는 실제로 재난 이후에 살아남은 이들의 삶의 존속을 향한 열망과 인접해 있다. 조선의 기양의례가 유교뿐만이 아니라 이전의 무속, 도교, 불교 등을 종합함으로써 궁긍적인 목표로 삼은 것이 재난의 극복이라면, 화진포 전설은 구비문학으로서 이런 인접해 있는 현실에서의 재난 극복 의지를 며느리의 죽음을 통하여 선택적으로 상징화한다. 따라서 화진포 전설의 각편으로서의 의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며느리의 석화와 고총서낭, 침이라는 화소가 지니는 의미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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