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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물과 선물의 경제학

특별기고 / 김덕만 정치학 박사(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국교통대 교수)

2021년 09월 01일(수) 18:28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공무원+공직유관단체임직원)는 직무관련자로부터 차 한잔이나 꽃 한송이 선물도 받을 수 없습니다. 예외조항이 몇가지 있긴 합니다만 공정하고 투명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강력한 선물금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요즘 정부가 민간부문에서도 선물의 범위를 정한 이른바 ‘민간선물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 준비상황과 관련업계의 주장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은 없는지 알아봅니다.
부패방지기구인 국민권익위는 청탁금지법상 적용되는 선물기준을 민간에도 권고하겠다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즉 ‘음식 3만원·경조사비 5만원·선물 5만원·농수산물10만원’ 규정을 민간에도 적용해서 선물과 뇌물의 차이를 좀 구분해 보자는 것입니다. 8월 10일 현재까지 보도를 정리하면 청탁금지법과 달리 법적 강제성이나 제재가 따르지 않는 권고 성격의 윤리 강령으로 제정될 것 같습니다. 명절이나 경제침체 등을 반영해 필요시 가액기준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가이드라인이 나왔을까요.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규정된 농수산물 선물가액 기준을 이번 추석명절 때 한시적으로 개정해 달라는 농수축산업계의 요청이 들어오면서 비롯됐습니다.
농수축산업계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오는 9월 추석에도 종전처럼 농가와 소상공인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농수축산 선물 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업계는 청탁금지법상 선물가액 기준은 공직자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간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명절에는 한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늘 있어 왔습니다.
이에 대해 권익위와 부패방지 시민단체에서는 반복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면 국민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행령 개정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 가이드라인입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했다가 부결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보다, 민간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따로 마련해 전원위원회 의결 없이도 탄력적으로 가액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권익위의 가이드라인 적용범위는 기업 간 계약이나 거래와 같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이해관계자 간’으로 한정했다고 합니다. 원청<->하청업체 관계 등 민간 이해관계자 사이에 지나친 선물 주고받기 문화를 개선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지 간 선물은 적용대상에서 배제했습니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을 앞두고 설문을 실시해 봤습니다. 지난 4월1~11일 ‘국민생각함’ 설문프로그램을 통해 63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4%(512명)가 가이드라인 마련에 찬성했습니다. 식사·경조사비·선물·농축수산물 등 각 선물가액 기준으로는 ‘청탁금지법상 기준과 동일한 한도’ 적용을 원하는 응답이 모두 1위였다고 합니다.
농수축산업계는 반대의견을 냈지요. 권익위가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달 26일 열었던 농수축산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가이드라인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수산산업총연합회와 한우협회,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축수산 단체들은 잇달아 성명을 통해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10 여 년의 논란과 노력 끝에 제정된 청탁금지법이 2016년 9월 28일 시행된 지 만 5년이 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이니만큼 법 제정 실효성 등을 다각도로 체크해서 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선물시장에서 농수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법 제정 전후 매출동향 등을 공신력있게 연구 조사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 토대 위에서 대안을 찾는 게 어떨까요?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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