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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전설에 나타난 재난과 공동체의 대응[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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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지역 인문학 연구 / 이광형 강원대학교 강원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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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01일(수) 18:33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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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3. 며느리의 석화와 구비 ①
화진포 전설에서 돌이 된 며느리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고총서낭으로 모셔진다. 이는 한국 설화의 계보에서 여신으로 정좌하는 여성의 범주에서 우선 파악 가능하다. 또한 화진포라는 지역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조선 시대 기양의례의 하나로 거행된 여제와 결합하여 행하여졌을 어촌 마을의 성황제와 연결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본고에서는 구비 자체의 의의를 밝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며느리의 석화(石化)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화진포 전설에서 며느리는 천재지변을 비롯한 다양한 재난을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 존재의 숙명을 역설적으로 대변한다. 며느리의 애통함은 평상시에 금과옥조로 여기던 규범들, 예컨대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와 같은 신념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재난의 불가항력 앞에서 위협받는 실존의 연약함을 표상한다. 그 애통함은 1차적으로는 삶의 터전의 상실과 가족, 일가친척, 이웃의 죽음이 야기하는 것이고, 2차적으로는 그 주검들을 잘 수습하여 떠나보내고 하루빨리 삶의 터전을 복구하지 않으면 더 큰 화에 직면한다는 생존의 절박한 체득에서 생기는 것이다. 며느리의 죽음과 석화는 부모, 형제, 자녀처럼 가까운 이의 죽음 앞에서 느끼는 타나토스와 쑥대밭이 된 삶의 터전을 복원하여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에로스, 즉 죽음에의 이끌림과 새로운 삶에의 열망을 역설적으로 상징한다. 이런 며느리의 죽음이 함축하고 있는 역설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필연적이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잘 대비하기 어려운 ‘재난의 역설’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로 보아야 타당하다.
그런데 왜 굳이 그런 복합성을 ‘돌’로 상징화한 것일까? 물론 돌은 단단한 물질성으로 인하여 오래전부터 신앙의 대상으로 숭배되어 왔다.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암각화는 기본적으로 이런 종교적 신념이 영원성을 획득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구술로 전해 온 텍스트를 처음부터 문자로 기술된 텍스트와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비(口碑)의 어원 자체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구비라는 말의 어원을 한국, 중국, 일본의 고전 자료에서 찾아보면 구비는, 타인의 덕행을 칭송하고 찬양할 때 실제 비석을 세워 기록하는 것보다 인구에 회자되어 사람들의 마음에 기록되는 것이 더 가치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입에서 입으로, 말로 전해지는 구비의 본령이 구술성에 있음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구술성이 당대의 보편적 윤리, 당위적 가치 등과 인접해 있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성호 이익이 동요(童謠)에 대해 쓴 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나의 의견으로는 천하가 장차 어지럽게 되려면 귀신의 도가 성행하여, 돌이 말을 하는 따위가 사람의 이목을 현혹시키는 것이니 괴이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 [중략] 대개 어린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주장한 바가 없고 이해를 관계하지 않고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귀신이 어린 아이에게 붙어서 말을 내게 되고, 또 믿을 만하기 때문에 반드시 동요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이익은 동요가 강구요(康衢謠), 즉 백성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일으키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구비는 이익이 언급한 동요와 일정 부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민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공통점과 더불어 구비를 통해 어떤 것에 대해 칭송하고 기리는 것 역시 일종의 의도성을 지닌 행위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비에서의 돌은 이익이 언급한 괴이한 돌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이다.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재난이 닥쳤을 때는 무사귀신이 많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귀신의 도가 성행하기 쉽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돌이 말을 하는 따위’의 돌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혹은 그 밖의 의도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의 안위를 위협하고 나아가 기존 공동체의 전면적 와해를 통한 새로운 권력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참요와도 연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구비의 돌은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화진포 전설에 직접적으로 나타난 홍수뿐만 아니라 가뭄, 흉년, 전쟁 등의 다양한 재난은 기존 질서 체제의 와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아와 전염병 같은 2차 재난의 연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되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지배 권력과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말들이 떠돌며 사람들을 동요하게 할 수 있다. 결국 『경국대전』, 『국조오례의』, 『삼강행실도』와 같은 기록에 의거하여 유교적 기반 위에서 기틀을 다지고 공고히 해 온 조선 왕조의 지배 구조는 이러한 괴이한 말들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돌이 된 며느리를 마을 사람들이 고총서낭으로 모신다는 것의 의미는 그런 괴이한 말에 현혹되거나 확산을 용인하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화진포 전설을 구비전승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조선의 여제가 무사귀신을 위무하는 것에서 여제신에 의탁하여 재난 극복을 현실화하려는 의지의 표출로 변화하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 결국 이런 기양의례가 목표로 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권력도 역시 조선 왕조의 유교에 입각하는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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