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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전설에 나타난 재난과 공동체의 대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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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지역 인문학 연구 / 이광형 강원대학교 강원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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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14일(화) 19:47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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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3. 며느리의 석화와 구비 ②
일부 각편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위반한 며느리를 스님이 죽이면서 ‘침을 받아먹고 살아라’라고 했다는 구술이 기록되어 있다. 이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침을 받아먹고 살다’에 필수적으로 선행하는 행위인 ‘침 뱉기’에 대해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입 밖으로 분비된 침이 지니는 더러움의 이미지, 누군가를 향해 침을 뱉는 행위가 주는 모욕감 등 현재의 일반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종교적, 원형적 층위에서 접근하면 침 뱉기는 생산성 기원, 특정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 표출과 안녕의 기원 등과 닿아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서낭신앙에서도 서낭신으로서의 총사(叢祀)에 침을 뱉음으로써 복을 구했다는 기록이 빈번하게 전해 온다. 우리가 흔히 가족을 지칭하거나 가족처럼 공동체로서의 운명을 함께하는 동료를 강조할 때 쓰는 ‘식구’는 침 뱉기가 지니는 이런 원형적 층위의 언어적 표현인 셈이다.
‘침’은 구비의 측면에서 접근할 때 이야기에 구전심비의 생명력을 더하는 연행 상황,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다, 침을 꼴깍 삼키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다와 같은 표현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우리가 이야기할 때 침을 튀긴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의미이다. 또 이야기를 들으며 침을 꼴깍 삼키는 행위는 이야기에 몹시도 열중해 있는 상태를 대변한다. 누군가는 열정적으로, 다소 흥분하면서 어떤 것을 칭송하고, 누군가는 집중해서 들으면서 그것을 마음에 새기는 데 침은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 전설 속의 며느리가 죽어 돌이 되어 누군가의 침을 받아먹고 사는 것도 이렇게 ‘침-공동체-구비전승=덕의 칭송’이라는 구비가 지니는 기본 윤리성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침을 받아 먹고 살아라’는 실제 신앙의 표출 행위로서의 ‘침 뱉기’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로서, 직설적으로 윤리성을 강조하는 유교 경전이 지니는 딱딱함과는 다르게 전설 자체를 부드럽게 만듦으로써 구비만의 차별적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표현이다. 바슐라르 이론의 핵심인 물질적 상상력의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타인의 침을 받아먹으며 부드러워지는 돌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화진포 전설이 지니는 윤리성은 부의 측면에서 본다면 특정 개인이 축적한 부 역시 공동체 전체의 자산 범주에 속한다는 점의 적시에 있다. 입신양명 같은 유교적 세속주의와 장자 상속주의 같은 유교적 종법 체계에 의해 공고화된 이화진의 부는 그러한 유교적 질서가 위협받고 와해될 위기가 고조되는 재난 시에는 해체되어 다시 마을 공동체의 부의 원천으로 귀속하게 된다. 스님은 재난이 유교적 질서체제 자체의 와해를 촉발할 수 있는 괴이한 도의 성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교적 재이론이 능동적으로 포섭해야 하는 무속, 도교, 불교와 같은 다른 종교와 사상을 대변한다. 며느리는 이화진과는 다르게 스님을 따라 집을 나섰지만 마을의 경계인 고총고개를 벗어나지 않고 돌이 되어 죽음으로써 유교적 질서의 전면적 와해 없이 유교적 재이론이 추구하는 바가 실현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재난 후에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은 돌이 된 며느리를 고총서낭으로 모심으로써, 호수에 다시 ‘금방아 공이’처럼 수몰되어 있는 이화진 일가의 부를 다시 마을 공동체의 부의 원천으로 귀속시킨다.
화진포 전설에서 며느리의 석화는 다른 장자못 유형의 각편에 비해 희귀한 고총서낭화의 양상과 ‘침을 받아먹고 산다’는 화소와 결합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텍스트 내적으로는 화진포 전설을 보다 흥미로운 서사로 차별화함으로써 전승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텍스트 외적으로는 텍스트가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망과 윤리적 가치가 전승 과정에서 전승 공동체의 무의식적 원형에 새겨짐을 암시한다. 고총서낭-높은 고개의 돌무더기-에 침을 뱉는 것은 구비를 침을 튀기며 구연하는 것과 인접해 있는 것이다. 구비의 어원에서 살펴본 ‘마음에 새기다’는 그 자체가 은유로서 ‘한 구성원의 마음-돌’의 심층에 ‘공동체의 무의식적 원형-돌무더기’가 쌓여 있음을 내포한다. 며느리(가출-죽음-석화-고총서낭화)는 이화진의 부와 마을 공동체의 부를 매개하는 것처럼 화진포 전설이라는 텍스트 자체의 소비와 그 화진포 전설을 소비하고 있는 현실에서의 화진포 전설에 담긴 윤리성의 소비 또한 매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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