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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셋 늦깎이 공무원의 아름다운 도전

현내면행정복지센터 총무팀 근무 최정규 주무관
간성읍 동호리 출신… 93세 노모 모시기 위해 귀촌
20년 직장 그만 두고, 9급 일반행정직 도전해 합격

2023년 02월 27일(월) 13:44 [강원고성신문]

 

↑↑ 쉰셋의 나이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최정규 주무관은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아 나이어린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며 “사명감으로 가끔 비장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 강원고성신문

최정규 주무관은(53세, 사진) 지난 해 11월 7일 현내면 행정복지센터로 발령받아 지금 근무 중이다. 늦은 나이에 9급 일반행정 부문에 당당히 합격하여 얻은 일자리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일이지만 최 주무관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20년, 20년 넘게 일해 온 직장을 그만두고 오랜 소망이었던 귀농을 준비했었다.하지만 귀농은 쉽지 않은 길이었고, 지역에서 귀농인들에게 지원해주는 프로젝트에서 탈락하면서 계획했던 일들이 어긋나 버렸다.

잠시 방황도 있었다. 모든 것이 막막했고, 당장 가족의 생계도 책임질 수 없는 처지에 놓이니 마음만 조급했고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올해로 아흔 셋이 된 어머니가 고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노모를 모시고 살 수 있는 길은 귀농뿐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나 막막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차선책을 찾아 헤매다 우연히 보게 된 공고문은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었다. 바로 지역인재 육성 프로그램, 9급 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수강료 등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신청해 공부를 시작했다.

쉰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다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 기분이었다. 이것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포기할 수도 없었고, 그 누구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시험 준비를 했다.

“저에겐 아들이 둘 있습니다. 제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큰아들도 대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전 아들과 함께 공부했고 그것이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너무 버거운 현실 때문에 시험을 포기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의지 약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아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 있었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묵묵히 가장인 그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을 하는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가족의 희생과 응원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생애 가장 기뻤던 순간이 바로 이때가 아닌가 싶다.

간성읍 동호리가 고향인 최 주무관은 어릴 적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살이가 답답하고 힘들 때마다 돌아갈 어딘가가 있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이제 그 꿈을 이뤘고 그의 도전은 무모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전이 되었다.

“승진이나 직급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에겐 별 것 아닌 일일지 모르지만 저는 지금의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더 없이 행복한 날을 살고 있습니다. 소망하면, 그 소망이 간절하면 뒤돌아보지 말고, 살아내야 할 오늘만 생각하게 됩니다.”

쉰셋의 나이지만 직급과 경력으로 치면 가장 막내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아 나이어린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직장 동료들에게 폐가 되는 것은 아닐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는 민원 창구에서 각종 서류들을 떼어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 현내면 행정복지센터의 최전방에서 일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끔 비장해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나이를 이유로 포기하는 삶을 살고 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때가 가장 빠른 시작이라는 말처럼 쉰셋에 9급 말단 공무원이지만 그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살아갈 자신을 위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I have a dream”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되어줄 것이다.
김미영 기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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