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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나누며 고향 후배들의 친구이자 선생님으로

연중기획 / 제2의 인생을 고성에서 [6]함원규·나정민 부부

서울대·고려대 졸업 … 독일에서 박사 학위 취득
“조금 더 가지고 있는 지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2023년 03월 14일(화) 10:12 [강원고성신문]

 

↑↑ 함원규·나정민 박사 부부는 내가 가진 것이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나누고 그것을 보람으로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강원고성신문

앞마당, 골목, 공터에는 코찔찔이들이 모여서 비석치기, 딱치치기, 구슬놀이를 하느라 밥 때가 되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도 쉽사리 놀이가 멈춰지질 않았다.

엄마의 목소리에 화와 짜증이 묻어나면 어쩔 수 없이 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도 내일이 있으니까, 내일 또 놀 수 있으니까, 아쉬움을 달랬던 11살 꼬마의 고향에서의 추억은 여기까지다.

생각하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고, 다시금 떠올려도 절로 웃음이 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그리운 친구들과 고향에서의 추억은 11살에 멈춰져 있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함원규(59세)·나정민(57세) 부부는 지난 1월 3일 고성으로 귀향을 했다. 귀향을 결심한 이유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

부부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석학이다. 젊은 날을 공부로 다 보낸 부부는 자신들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올린 지식을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고 싶었고, 그게 내 고향이면 더 좋겠다가 귀향을 결심한 이유다.

“노년에는 내 가족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내 주변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식입니다. 저희 부부가 지금까지 그래도 남들보다는 조금 더 가지고 있는 것이 지식이었기에 그 지식을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부부는 요즘 고성군청과 연계해 중학생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방과후 학교’ 등을 논의하고 있고, 공부방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독서모임을 만들고, 고성군의 유일한 서점인 서울서점과 연계해 지식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도 만들 계획이다.

“지역 서점은 그 지역의 문화적 상징입니다.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듯 독서에 중독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 우리는 서울서점과 협업하여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부의 사연을 듣고 고성군수님이 직접 전화해 아이들에게 방과후 학습을 해 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남편에게는 고향이지만 아내는 낯설어

남편에게는 고향이지만 서울 태생인 아내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내가 왜 이런 곳까지 와서 재능기부를 해야하는 지 남편과 마찰도 있었다. 남편에게는 추억 가득한 고향이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하다.

살면서 몇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는데, 그 첫 번째가 간호사 가운을 벗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고, 두 번째는 남편과 함께한 독일 유학이었으며, 세 번째가 바로 고성으로의 귀향이다.

가장 불안한 선택이 바로 세 번째다. 명함을 내밀면 다들 이게 진짜일까? 라는 생각부터 하는 편협함에 상처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은 지식을 나누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의미인지 이제 알게 됐다.

결국 부부는 이곳 고성에 뿌리내리고, 가난해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손 내밀어 줄 것이다. 그리고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 될 것이다.

↑↑ 나정민씨는 서울시립대 강사 시절 조선일보에 <과학과 논술>이라 주제로 컬럼리스트 활동을 했다.

ⓒ 강원고성신문

“시골 촌놈 소리는 듣지 말아라.” 아버지의 이 말 한마디에 11살 아이는 고향을 떠났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학벌과 이력을 얻었다. 적어도 시골 촌놈은 되지 않았다. 대신 다시 고향에 내려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성은 학교 수도 적고 학생 수도 적다.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서울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안되면 속초까지라도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고성의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함원규·나정민 박사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내가 가진 것이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나누고 그것을 보람으로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11살 꼬마는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이제 비석치기·딱지치기·구슬 놀이를 해줄 친구는 다 사라지고 없다. 그래도 고향이었다. 고향에서의 짧은 인생은 그 기억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오늘을 열심히 살게 되는 힘이 된다.
김미영 기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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