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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이 스쳐 지나는 전장속의 시간들 [5]

참전수기 / 최형윤 시인(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고성군지회 회원)

2023년 03월 29일(수) 08:27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우리부대는 청룡부대원들이 전투에 필요한 공병자재와 장비를 미군으로부터 수령하여 지원하는 업무와 자체방어를 위한 주야간 외곽 경계업무, 월 2회 이상 주변 인근 마을 수색정찰업무 수행이 주 임무였다.
나는 부대에서 보급행정요원으로 임무가 부여되었다. 귀국 한 달을 앞둔 업무 선임자 박세채(전남 해남 출신) 병장은 비둘기 부대로 파병되었다가 월남전이 확전되어 한국군 전력증강 대책의 일환으로 십자성부대창설 요원이 되었다고 한다.
박 병장은 부대의 업무처리 과정과 보급품관리 요령, 전쟁터에서의 병영생활을 하는데 지켜야할 제반 사항은 물론 살아서 귀국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세세하게 알려줬다. 그 선배는 자상한 형님 같아 지금까지 어렴풋이 얼굴이 기억된다.
그 당시만 하여도 우리의 군수산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하여 파월장병에게 지급되는 보급품이 거의 미국제품이라고 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착용한 군복(내의 포함)과 군화(정글화)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형식으로 우리에게 지급되었다고 한다.
또한 70년대부터는 우리 체형에 맞는 소총을 국내에서 개발·생산해 파월장병은 물론 모든 국군에게 지급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군수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음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당시 우리 장병들이 매월 받는 전투참가수당(일명 생명수당)은 계급에 따라 다르지만 병장은 월 45달러(당시환율 130대1)이며, 고국에서는 위관급 장교 월급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월3~5달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국으로 송금 조치하였다. 이와 같은 상당한 액수의 달러는 경제개발5개년 계획과 70년도에 완공된 경부고속도로 건설 산업의 모체가 되었음을 의심치 아니할 것이다.
이는 지금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까지의 우리세대가 6~70년대 국가산업발전은 물론 오늘날 세계 경제대국으로 한발자국 성큼 앞당기는데 다소나마 일익을 담당하지 않았나하는 자긍심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우리가 주둔하고 있는 부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km떨어진 지역은 해발 300~400m 되는 안남 산맥의 일부 끝자락으로 무성한 정글이 뒤 덮여 있었다. 그곳이 베트콩 아지트로 확인되어 파병 한달이 경과한 어느 날부터 3~4일 동안 미공군 제트기와 헬기의 폭격이 계속되었다.
폭격은 폭탄과 소이탄투하, 연막과 같은 수액이 살포되었다. 당시 우리는 한국군이 전투임무 수행 중 베트콩이 숨어있는 정글(밀림)을 파괴하고 복병인 모기와 해충을 박멸하는 살충제로만 알고 있었다. 폭격한 다음날이면 그 무성하던 정글이 빨갛게 타 죽어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작전에 임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은 연막수액이 시원하다고 하여 일부로 손을 씻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가.
월남전이 끝나고 10년이 경과한 80년대 초부터 고엽제 후유증이 사회문제로 제기됐다. 1964년부터 조국의 명을 받고 열대의 밀림 속에서 밤낮 없는 전투 속에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를 넘나들며 싸웠던 전우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고엽제 후유증을 안겨주었단 말인가?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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