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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이 스쳐 지나는 전장속의 시간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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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수기 / 최형윤 시인(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고성군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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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10일(수) 10:30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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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나는 아주 어린나이에 죽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6년 동짓달, 어느 추운 날 오후 2시경 학교에서 돌아오자 2년 넘게 병고에 시달리시던 할머니께서 찾으신다고 하여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할머니”하고 크게 불러보아도 입술만 가볍게 움직일 뿐 숨을 크게 몰아쉬는 것을 몇 번하시다가 평온하게 숨을 거두시었다.
몸을 깨끗이 한 후 새로 지은 삼베옷으로 갈아입으시고 눈이 허리까지 많이 내리고 매우 추웠던 그날 사랑하는 자식들 곁을 영원히 떠나신 것이다.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본 한 어린아이의 기억과 지금 이 자리에서 적과 격전 중에 쓰러지는 나 자신의 모습이 상상의 그림 속에 겹쳐지는 아찔한 순간을 보았을 때 과연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온갖 상념에 빠지곤 하였다.
어느 작가는 ‘삶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죽음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표현하였거늘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그것도 고향이 아닌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이끌리는 것은 아마도 범부(凡夫)로서 감당해야할 생의 한 과정이 아닌가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하였던가? 어떤 긴박한 상황에 부딪치거나 생의 마지막 순간에 직면하였을 때 고향의 부모형제와 어린 시절 철없던 친구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심약한 인간이 아니더라도 동물적 본성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파월 기간 중 부대장 변정주(경북 상주 출신) 대위는 큰 형님같이 엄하고 자애로웠다. 병영생활을 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여러분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이곳까지 왔지만 살아서 귀국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안전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귀국명령을 받은 나에게 고향에 계신 부친께서 위궤양으로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구하기 어려운 약을 구해주어 귀국 후 이것을 복용하셨는데 씻은 듯이 완쾌되었다.
그 후 30년 가까이 건강하게 생활하시다가 고희를 훨씬 넘긴 연세에 타계하셨다. 이와 같은 부대장의 배려에 늘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같은 하늘 아래서 40년이 다되도록 소식 한 장 올리지 못하고 허둥지둥 앞만 보고 살아온 자신이 죄스럽고 송구스러워 늘 마음 한구석 허전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도 지금은 보람 있는 여생을 보내기 위해 이 땅 어디에선가 건강하게 생활하리라고 기대하면서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 임도 가져본다.
전에는 일 년 간의 파월 복무기간이 끝날 무렵이면 귀국을 앞둔 장병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하여 우리부대에서 40km떨어진 쾅가이 시내관광으로 파월생활을 마무리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1966년 8월에 외출 중 선임자들이 베트콩의 기습을 받았다. 그 후부터는 우리 한국군이 관할하는 남지나해에 접한 츄라이 해변에서 2박3일간 휴식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되었다고 한다.
이 해변은 반짝거리는 하얀 모래가 펼쳐진 백사장과 눈이 시리도록 푸르디푸른 쪽빛바다, 우리의 키보다 훨씬 큰 선인장, 띄엄띄엄 보이는 야자수, 이름 모를 열대식물과 어우러진 풍경은 전란을 겪고 있는 나라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하고 이국적 정감이 물씬 풍기고 있는 그림속의 자연경관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흰 아오자이 걸치고 해변 가를 유유자적하게 거니는 프랑스계 혼혈 아가씨들은 정말 매혹적이었으며, 프랑스 식민지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부대 선후배 전우들은 1년 동안 단 한건의 사건사고도 없이 복무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게 되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부대장의 탁월한 지휘 통솔력과 전우들의 투철하고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병영수칙을 실천한 결과라고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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