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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자유와 공정

금강칼럼 / 박선애 칼럼위원(시인)

2023년 06월 07일(수) 13:5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지난주 일요일에 동물들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갑자기 대통령부부가 출연해서 당황스러웠다. 왠지 불편해진 마음에 나도 모르게 주방으로 가 다른 일을 하면서 소리만 대충 듣게 되었는데 방송의 이벤트가 신선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가 되니 인터넷에 대통령부부의 방송출연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도배되어 있었다. 더불어 영화 쪽 기사 면에는 흑인배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인어공주> 실사판의 논란으로 가득했다.

대통령 부부의 방송 출연

무엇이 대중을 화나게 한 걸까? 정치인의 예능출연은 왜 문제가 되며, 인어공주의 인종이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먼저 방송과 예술의 역할과 파급력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예능 출연을 시작으로 현재 유명한 정치인 다수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서기도 했다. 영화를 비롯한 대중예술은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가치, 역사 등을 반영하며 공동체의식을 형성하고, 관객은 감정과 경험의 공감과 인식의 확장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현재 대중의 논란은 공감과 만족감을 얻지 못한 다수의 불만 표출일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주로 오락성을 띄며 시청자들이 가볍게 재미위주로 본다. 시청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행복감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계를 개선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 프로그램에 정치인이 등장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으로 1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 폐지까지 주장하며 맹비난을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미지 포장과 정치쇼 라고 단정 짓는다. 물론 지지자들은 다르다. 대통령이 인간적이며, 과거에 반대 정당의 대표도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했다는 증거를 내놓으며 비난자들을 다시 비난한다.

영화 인어공주도 마찬가지이다. 흑인을 인어공주로 설정했다는 불쾌감은 영화를 보던 백인 아이 부모와 흑인 부모의 난장판 싸움까지 야기했다. 주인공 에리얼 역할을 맡았던 배우 할리 베일리는 찬사가 아닌 비난으로 이슈의 중심에 서야했고 30분을 주저앉아 우는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 되었다. 평론가들도 ‘인종차별’과 ‘원작파괴’라는 각각의 이유로 지겨운 갑론을박 중인 것이다.

실제 나 역시도 정치뉴스로 인한 스트레스로 몇 안 되는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만 보기 시작했는데, 그 프로가 지금 논란 중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부부가 등장했을 때, 순간적으로 채널이 잘못 돌려졌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생뚱맞음을 느꼈다. 하지만 시청자게시판이 난장판이 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불편했던 내 감정은 오히려 ‘꼭 이렇게까지 비난할 일인가. 과하다.’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이 스스로 ‘토리아빠’라고 하는 건 대다수의 국민이 알고 있는 일인데 동물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큰 잘못인가. 반려동물 가족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주인이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송사와 프로그램이 맹비난을 받는 모습에 측은지심까지 소환되었다. 이제라도 국민들과 자연스럽고 가볍게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느껴져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낸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싫은 사람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 혼자 보는 방송도 아니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반기는 다수의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한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비난을 받고있는 영화 <인어공주>의 흑인공주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처음 인어공주 여주인공 사진을 봤을 때 기존 어여쁜 캐릭터보다 훨씬 신비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어라는 동화 속 인물에 맞게 환상적인 디즈니동화에 딱 어울리는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파격적으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디즈니가 추구하는 정치적중립성(PC)과 다양성, 창의성이 느껴져 참으로 신선했다.

대통령의 예능출연은 그가 자주 쓰는 단어처럼 그의 자유이다. 이미 많은 정치인들의 출연으로 더 이상 특별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반려견 주인으로서 예능에 출연하지 못한다면 그건 공정한 걸까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상 자제할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정성을 잃어버린 방송은 국민의 불신과 분란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도 과거의 공정하지 못했던 한 프로그램이 키워낸 갈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방송매체는 민감하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정확하고 공정해야하는 것이 절대적 의무이다.

미디어의 공정성과 함께 요구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스님의 말씀대로, 예능을 예능으로만 볼 일이다. 그의 정치력과 무관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방송에서의 단편적인 이미지와 정치력을 따로 볼 줄 아는 매의 눈을 갖춰야 한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예술의 창조와 해석도 모두의 자유이다. 예술에 무슨 정답과 오답이 있으며 필요하단 말인가? 정형화 되어있는 원작 캐릭터를 파괴했다고 비판하기보다 인종적·인간적 다양성을 반기고 영화감독의 작품의도를 긍정적이고 새로운 관점으로 즐기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비판 역시도 자유이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력이나 스토리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개봉 전부터 흑인주인공이라는 인종차별적 비판은 부끄럽다.

미디어를 포함한 문화는 자유로워야 하며 그만큼 공정해야 한다. 또한 대중들은 편견에서 벗어난 공정함으로 자유로운 비판을 해야 한다. 이럴게 건강한 시민의식이 고취될 때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고 대중의 삶도 보다 발전할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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