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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리에서 명품 사과가 나오듯이

2023년 09월 06일(수) 09:04 [강원고성신문]

 

연일 계속되던 폭염과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로 올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힘들었다는 생각이다. 다행이 9월에 들어서면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며 더위가 물러가고, 푸르른 하늘도 자주 볼 수 있어 가을의 문턱에 다다랐음을 느낀다. 계절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흐른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그러고 보니 들녘은 어느덧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지난 봄 푸른 새싹을 내밀던 수목들은 막바지 광합성을 하며 결실을 준비하고, 논에 심어 놓은 작은 벼들도 벌써 누렇게 다 자라 햇볕을 쬐며 알곡을 키우고 있다. 지난여름 이상기후와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의 농사는 예년과 비슷한 풍년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땀 흘려 가꾼 농작물을 수확할 때의 기쁨처럼 모든 분야에서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돌아보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가을이기를 기원한다. 지난해부터 첫 출하를 시작한 사과 농사를 통하여 고소득을 꿈꾸는 ‘흘리 농부’ 정형근 씨의 이야기는 땀과 결실의 의미를 숙고하게 만든다.

선친을 따라 60년 전 흘리에 정착한 뒤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고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그는 5년 전 느닷없이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평생 피망과 고랭지 채소만 기르던 그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건 기후 변화와 일교차가 큰 흘리의 날씨가 사과 재배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과 하면 대구’라고 할 정도로 보통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잘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북단 고성에서, 그것도 눈이 많기로 유명한 진부령 정상 흘리에서 사과를 키우겠다니 사람들은 비웃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을 다니면서 직접 배우고, 농업인대학 사과반에도 참가해 전문교육을 받으면서 노력한 결과 지난해 첫 출하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그는 매출을 보다 증대하기 위해 9월부터 백두대간 진부령 정상의 청정성을 부각시킨 ‘흘리 농부’ 브랜드를 만들고, 농원의 이름도 종전 ‘금강사과농원’에서 ‘진부령사과농원’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 2천5백평 규모에서 앞으로 1천평을 더 늘려 전체 농사의 60%까지 사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나이 올해로 68세. 보통 그 나이면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 보다는 현재 하는 일에 안주하며 현상유지를 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요즘도 계속 사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피망을 키우는 하우스 1천여평 규모에 가지가 옆으로 자라게 하는 ‘썬플러스’ 방식으로 재배해 백화점 등에 납품하는 명품 사과를 키워볼 구상도 하고 있다.

타고난 성실함에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로 고소득 농업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그가 지역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최전방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이 지역발전의 걸림돌인 건 사실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강점으로 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아닐까. 해발 600m의 고지대로 생활이 불편하고 일교차가 심해 한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자야 하는 등의 악조건을 오히려 강점으로 살려 사과 농사에 성공한 그의 이야기는 고성군 발전을 위한 귀감이 되고 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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