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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 VS 자녀살해 후 자살

금강칼럼 / 박선애 칼럼위원(시인)

2023년 10월 10일(화) 09:07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일교차가 더욱 커졌다.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비염이 시작되어 눈, 코, 입이 모두 괴롭다. 아침저녁으로 부쩍 차가워진 날씨처럼 우리 사회 곳곳의 서늘한 소식들 때문에 이 가을의 시작이 참으로 씁쓸하다.

얼마 전 커다란 이슈가 된 서이초 교사 자살사건 이후 여러 명의 교사들이 잇따른 극단 선택을 했다. 베르테르 효과가 아닐까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는데, 이번엔 추석을 앞두고 두 달간 5건의 일가족 사망사건이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가장 최근에는 김포 어느 호텔에서 경제사정 악화로 벼랑 끝에 몰린 여성이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선택을 하자, 나머지 가족들도 뒤따라 송파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서늘한 소식들 때문에 씁쓸하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2021년까지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한 사건은 42건으로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또 광주대 아동학과 최아라 교수 논문에 의하면 이런 사건의 원인으로 경제적 문제가 38.6%로 가장 많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고물가 시대인 요즘, 대다수의 국민들은 삶 자체가 힘겹다. 경제난으로 고통 받았을 부모의 괴로움을 충분히 짐작한다.

그렇지만 현실도피나 책임회피를 위해 자신을 죽이는 행위도 모자라 죄 없는 자식의 생명까지 꺼뜨리는 행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다. ‘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처자식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이는 ‘연쇄살인’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죽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죽였을까 하는 동정과 연민은 없다. 왜 본인의 삶에 자녀의 삶까지 묶어 이기적이고 잔인한 짓을 벌였나 하는 원망과 분노만 있을 뿐이다. 단연코 자녀와 신에 대한 월권이다.

다음은 울산지방법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판결문의 일부로, 동반자살 형태의 범행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울산지방법원은 2019고합365 판결문에서 “우리는 살해된 아이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살인이다.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개인에게 책임을 온전히 묻기 어려운 정신질환자 범죄의 경우에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음에도, 유독 부모라는 사정이 관대한 처벌의 이유로 거론되는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는 중범죄”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자녀의 생명이 부모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자행되는 소위 동반자살 형태의 범행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로서 살인죄의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국가·사회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판결”이라고 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직도 ‘일가족 사망’ 또는 ‘가족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잔인한 실체에 어울리지 않게 사치스러운 표현이다. 자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행위이기 때문에 ‘자녀살해 후 자살’이 공식적인 명칭이고 극단적 아동학대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부모들이 벌이는 ‘자녀살해 후 자살’ 사건들이 우리나라에 아직도 만연한 시대착오적 가부장 인식과 극단적인 가족주의 사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통탄스럽다. 자식들이 부모와 분리되면 기댈 곳이 없어 불행하게 살 것이라는 믿음으로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기결정권이 있는 자녀의 의사를 무시한 채 무참히 살해하는 것이다. 가족이 아니면 누구도 지켜줄 수 없다는 절망과 불신을 갖게 한 사회 구조와 국가에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

자녀살해 후 극단 선택은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아 범죄 통계에 잡히지 않아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할 무조건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 된 사회에서 약자계층인 부모가 지켜주지 못하는 가족을 국가는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비속 살인 사건이 점차 증가하는 원인에 대하여 주목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 안전망에 대한 절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생각과 부모 자식이 운명공동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부모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자식이지만 태어난 순간부터는 개별적 인격체인 것이다. 부모와 자식, 누구도 서로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다.

자녀를 키워본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 심고 키웠으나 내 것이 아닌 것이 자식이다. 부모에게 미성년 자식을 키울 의무는 있지만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자녀가 어려서, 혹은 장애가 있어서 부모보다 약한 존재라고 해도 독립된 개체로서 스스로 생명권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생명경시현상으로 살인과 자살을 쉽게 선택하는 요즘,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키케로(Cicero)의 인생 명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As Long as There Is Life, There Is Hope”(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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