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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권 ‘트라이앵글’

우리 사는 이야기 / 박동묵 (주)정원 대표이사

2022년 07월 06일(수) 09:02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정신없었던 선거철이 지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홍보가 어려웠던 탓에 어느 때보다도 가두 홍보가 치열하게 진행된 힘든 선거였던 기억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하고자 최선을 다했을 후보들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민선 8기의 시작을 맞아, 그간 고향에 내려와서 고성과 속초를 오가며 겪은 경험과 생각들을 전하고픈 마음에 펜을 들게 되었다.

지난 2020년 가을, 필자는 설악산이 감싸 안고 있는 권역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법인이 진행하던 사업과 관련하여 고성군 토성면 소재 모 지역농협의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직접 지역농협 임원들의 집을 찾아 토성면 일대 구석구석을 다닌 적이 있었다.

토성면과 속초는 ‘하나의 권역’

재미있었던 건, 토성면 어느 곳에서나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울산바위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인데, 속초에서 나고 자라면서 설악산과 울산바위가 당연히 속초의 것이라 여기고 있던 필자의 인식은 보기 좋게 깨져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후 컴퓨터 지도앱을 통해 확인한 토성면과 속초시는 설악산이 감싸 안고 있는 ‘하나의 권역’이었다.

도시계획 및 설계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케빈 린치(Kevin Lynch)는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을 우주이론(Cosmic Theory), 역학이론(Mechanic Theory), 유기체이론(Organic Theor
y)으로 구분하였다. Cosmic Theory은 중국의 자금성처럼 도시가 우주의 운행 원리를 따라 형성된다고 하는 이론이며, Mechanic Theory는 도시가 주상농공 등 필요 기능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는 이론이며, Organic Theory는 자연지물인 산과 강, 호수 등의 경계를 따라 도시가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현대 신도시 계획에서 도시 공간 구성의 기본틀로 적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유기체이론(Organic Theory)을 토대로 본다면 설악산이 감싸고 있는 권역, 즉 남쪽의 설악산 입구 쌍천에서부터 서쪽의 미시령, 그리고 북쪽의 운봉산 일대에 이르기까지의 삼각형(트라이앵글) 권역은 하나의 도시로 구분되어지기에 알맞은 형태를 띠고 있다. 그 면적은 강릉시내 면적과 유사한 약 100㎢에 이른다.

해당 권역이 현재는 속초와 봉포 이북의 고성으로 나뉘어져 있기는 하나, 현재의 행정구역이나 취락의 분포를 무시하고 해당 ‘트라이앵글’ 권역에 도시가 형성된다고 가정할 때, 그것이 자연적인 인구증가에 의해서건 상위 정부의 신도시 계획에 의해서건 간에 해당 ‘트라이앵글’ 권역은 분리되지 않은 단일한 형태의 도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지역은 속초시 상수원 확보나 최근 고속철도 역사 위치 등과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동일 권역인 것처럼 대두되어 왔다. 특히 속초역 위치를 고성군 쪽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의 이면에는 동해북부선의 물류기능에 필요한 배후 물류단지 공간을 속초시 관내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현실이 작용하였던 듯하다. 동해북부선 및 그와 연계된 고속철도의 물류기능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속초와 고성을 하나의 권역으로 보고 관련 계획을 수립해야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으나, 그 결과에 따른 과실은 속초와 고성이 함께 공유하게 될 것이다.

속초 북부권 발전을 위해 언급되는 용촌 레이더기지 이전 문제도 혜택은 속초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성이 더 크게 향유하게 될 것이다. 남북 대치상황으로 인해 당장은 실현되기 어렵다 하더라도, 장차 레이더기지가 이전되고 용촌 개발이 본격화되면 행정구역은 고성에 속해있으면서 속초에 바로 붙어있는 용촌은 고성과 속초의 미래 모두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용촌 레이더기지 이전 문제도 고성과 속초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갈 수밖에 없는 공통의 과제이다.

관광사업은 이미 하나의 권역으로

관광사업과 관련해서도 ‘트라이앵글’ 지역은 이미 하나의 권역으로 소비되고 있다.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낮에는 고성에서 바다 관광을 즐기다가, 저녁때는 속초로 들어와 중앙시장에서 장을 보고 이름난 맛집을 찾는 패턴이 강해지고 있다. 주말 저녁이면 7번 국도에는 고성에서 속초로 넘어오는 차량이 줄을 잇는다. 산과 바다와 호수가 지니는 수려한 경관에 더하여 다양한 향토음식과 해산물, 거기에 함경도 식문화까지 어우러진 전국 최고의 관광자원은 고성과 속초가 함께 만들어내는 특별한 그림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그러한 자원들이 각각 분절되어 단편적으로 소비되고 있을 뿐 지역내 관광자원들을 2박3일, 3박4일, 일주일 단위로 묶어서 판매되는 패키지 상품 하나 없고,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관광전문쇼핑센터조차 없는 것이 관광산업의 현실이다. 지역 관광산업이 제대로 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도 고성과 속초를 분리해서 인식하는 타성이 극복되어야 한다. 해당 권역을 하나의 단일 권역으로 전제한 뒤, 권역내 관광자원들을 다양한 형태와 이야기로 묶어내는 노력이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새로운 지방자치 임기의 시작과 아울러 강원특별자치도라는 기회의 장이 펼쳐지게 되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 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거대 도시인 춘천, 원주, 강릉 등과 겨뤄 우리지역의 파이를 확실하게 확보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도 고성과 속초를 단일 권역화하는 것은 우월한 전략일 것다. ‘관광과 물류에 있어 강원도와 대한민국의 대표 특구’라는 그림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그것을 널리 알리는 것이 이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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