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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생명의 전유물

금강칼럼 / 최동훈 칼럼위원(철학 박사)

2022년 09월 21일(수) 10:13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행복은 생명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 들어있지 않은 돌이나 물과 같은 것이 행복을 느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풀과 꽃, 나무와 같은 식물이나 동물 그리고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라 판단이 됩니다. 그렇지만 식물이나 동물의 경우에도 인간이 향유하는 행복의 단계까지는 아니고 좋은 환경에서 서식한다든지 배고픔을 벗어나 배부름까지 이른다든지 수면을 충분히 취한다든지 하는 만족 정도에 머무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유추해 보건대 원시생명체에서 동물로 진화한 인간 역시 행복의 첫 번째 단계는 만족이었을 것입니다.

행복의 첫 번째 단계는 만족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가진 덕분에 만족과 행복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과연 생명은 우주의 진행에 의해서 빚어진 소중한 결과물일까요? 그렇다면 우주는 생명으로 가득해야 할 것 같은데 보다시피 텅 빈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태양계만 보더라도 우리 지구를 제외한 다른 행성에는 생명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거로 밝혀졌습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대략 1억 5천만km이며, 빛의 속도로 가면 8분 20초가량 걸립니다. 이 말은 만약 지금 태양이 폭발하더라도 태양의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8분 20초까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진실을 발견하는 순간은 언제나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듯합니다. 빛의 속도로 10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폭발한 별은 이미 100만 광년 전에 사라지고 없는 별입니다. 100만 광년 전에 폭발한 빛이 날아오는 동안 태양이 생겨났고, 지구가 생겨났고, 생명체가 탄생했습니다.

태양계는 항성인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운동하는 8개의 행성 및 소행성으로 구성된 천체를 의미합니다. 태양-수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이 그것입니다. 해왕성 다음으로 명왕성이 있었으나 2005년 명왕성 밖에서 명왕성보다 더 큰 별을 발견한 것을 비롯해 10만 개가 넘는 왜소행성들이 있어 명왕성도 왜소행성으로 분류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태양계의 정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관점에 따라 좀 다릅니다. 예컨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보이저1호 탐사선이 2012년 8월 35년간의 우주여행 끝에 항성간-인터스텔라!- 영역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말은 태양계를 벗어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실제로 보이저는 이때 ‘태양권경계면’을 넘어섰습니다. 태양권경계면은 태양에서 오는 물질들, 즉 태양풍이 더 이상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막히는 지점입니다. 이렇게 보면 여기까지가 태양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태양계를 벗어나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 별자리는 3광년이나 더 여행해야 하는 켄타우루스 자리의 별들입니다. 이곳에는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인 알파A와 알파B, 그리고 적색왜성 프록시마 등이 있습니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보이저 같은 속도로 가면 몇 만 년이 걸리고, 그 사이는 소행성이나 얼음덩어리도 하나 없는 말 그대로 허공입니다. 태양계가 포함된 우리은하에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나는 항성이 천억 개 정도며,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천억 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명은 우주의 실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어느 곳에서도 생명체가 감지된 곳은 아직 없습니다. 가장자리에 태양계가 위치하고 있는 우리은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이고, 우리은하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 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로 그곳까지의 거리는 220만 광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이것은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1996) 박사가 한 말입니다. 외계지적생명체 탐사를 다룬 영화 ‘콘택트(Contact, 1997)’에도 소개된 바 있는 이 언사는 우주 어디엔가 우리와 같은, 혹은 우리보다 더 뛰어난 문명을 갖춘 외계생명체가 있을 것이라 희망하는 불씨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광활한 우주에서 생명체가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이럴 정도로 희소한 것이라면 생명은 우주의 축복이 아니라 우연이나 단순한 실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생명의 탄생을 위해 마련될 법한 축하 팡파르나 화려한 불꽃놀이 같은 우주의 선물이 없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생명이란 인간끼리 자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축복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는 인간을 위한 그 어떤 특혜도 없으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원치 않는 자식이 부모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듯 생명인 인간 역시 우주로부터 환영받는 존재는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처럼 근본 없이 태어나서일까요? 지구에서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어야 하는 존재 방식이나 인류가 다른 인류를 전멸하려 드는 행위를 보더라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전 지구적으로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사육 동물들을 잡아먹는 것도 모자라 수많은 야생 동물들을 멸종시키면서 지구를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인간임을 자각하고 있노라면 우리가 우주의 사생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울타리 안에서야 행복을 논하는 것이 가당해 보이더라도 우주를 배경으로 했을 때 과연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가당치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오늘 하루도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데 아무 소용도 없는 골치를 머리 위에 이고 다니면서까지 일부러 가시밭길을 택할 필요는 없겠죠. 이 아름다운 고성 천지에 널린 게 들길이고 꽃길인데 말이죠.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탈레스의 일화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밤입니다. 탈레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밤하늘에 펼쳐진 천체의 신비를 관찰하며 걷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물웅덩이에 빠지고 맙니다. 그러자 등불을 들고 곁에서 따라오던 똑똑한 하녀가 웃으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발 앞의 웅덩이도 못 보는 분이 어찌 하늘의 일을 알려 하세요.”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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