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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 그대로 시간이 멈춘 곳, 전통가옥 보존 마을

고성신문 연중기획 마을을 찾아서④ 오봉리
외양간·부엌 한 건물에 … 소와 함께 개와 닭도 키워
병석에 누운 아버지 단지해 살린 양근 함씨 4세5효자각
둘째가 어머니 제사 모시는 풍습 … 관광객 접근 불편

2024년 05월 19일(일) 15:16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五峰里)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이름으로 조선시대인 1884년만 해도 금성(錦城), 왕곡(旺谷), 적동(笛洞) 세 마을로 이뤄졌었다. 금성에는 양근 함씨가, 왕곡에는 강릉 최씨가, 적동에는 용궁 김씨가 많이 살았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세 마을을 합쳐 오봉(五峰)이라 불렀고, 한국전쟁 이후 행정구역 개편으로 금성과 왕곡이 오봉1리, 적동이 오봉2리로 합병·분할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봉1리 왕곡마을은 짙푸른 동해와 맞닿은 아름다운 송지호를 마주 보고 뒤로는 주봉인 오음산(해발 285m)이 받치고 있는 형상이며, 마을 중간에 오음산에서 발원한 왕곡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천혜의 요새다.

↑↑ 왕곡마을은 이제 연중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평일인 4월 17일 오후, 고즈넉한 왕곡마을 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 강원고성신문

속초와 고성을 잇는 7번 국도에서 1km 남짓 떨어졌는데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여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마을길로 접어들고서도 한고갯마루를 넘지 않고서는 마을의 존재를 예상하기 어렵다. 또 마을을 중심으로 해발 200m 내외의 봉우리인 오음산, 두백산, 공모산, 제공산, 호근산의 5개 봉우리로 둘러싸여 외부와 차단된 ‘골’ 형태의 분지다.

요새 형태의 마을이어서 한국전쟁으로부터 살아남았고, 1970년대 빈곤퇴치와 지역사회개발 위해 추진된 새마을운동에서도 전통가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또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던 ‘고성 산불’에서도 온전한 모습을 지킬 수 있었다. 이렇게 지켜낸 전통가옥은 주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옛 것 그대로 시간이 멈춘 곳’ 왕곡마을은 그래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관광명소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때인 2022년도에는 청정 이미지와 함께 전통가옥을 보기 위해 3만2천여명이 방문했고, 지난해에는 2만9천여명이 다녀가며 우리나라 6대 민속마을로 자리매김했다.

↑↑ 왕곡마을 정미소는 1968년 건립돼 오랫동안 사용된 근대 농촌마을의 중요한 공동 시설물이자, 상징적인 건물이다. 이곳은 영화 <동주>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 강원고성신문

‡ 지난 4월 17일 동해안은 가시거리가 얼마 되지 않을 정도로 황사가 극심했다. 바다는 물론이고 차를 타고 왕곡마을로 향하는 내내 세상은 뿌옇게 흐려 있었다. 왕곡마을로 가기 위해 송지호로로 접어들었다. 왕곡마을 저잣거리를 지나 한고갯마루를 넘자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고갯마루를 지나자 기와와 초가집이 나타나며 현재와 과거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와닿는다. 두 번째는 그렇게 심했던 황사가 한고개를 기준으로 다소 누그러진 느낌이다. 감탄하며 도착한 마을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마을을 무작정 헤집고 다니다 우연히 이 마을 해설사인 조효선 해설사(59세, 사진)를 만났다. 조 해설사는 고성군 소속의 왕곡마을 해설사이며, 현재 이 마을 주민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왕곡마을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어 보였고, 이 마을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중요민속자료 235호 지정= 왕곡마을은 1988년 한국에서 처음 ‘전통가옥 보존마을 1호’로 지정됐고, 2000년 ‘중요민속자료 235호 고성왕곡마을’로 지정됐다. 그만큼 전통을 잇는 의미가 깊은 마을인데 정확한 위치는 죽왕면 오봉1리다.

오봉(五峰)은 마을의 동쪽은 골무산(骨蕪山), 남쪽은 호근산(湖近山)과 제공산(濟孔山), 서쪽은 진방산(唇防山), 북쪽은 오음산(五音山)으로 둘러싸인 데서 유래됐다.

북방식 ‘ㄱ’ 자형 겹집·뒤뜰 아낙네의 전용 공간= 강릉 최씨·함씨의 집성촌으로 관북지방 전통 한옥과 초가 등 50여채에 주민 60여명이 실제 생활을 하고 있다.

↑↑ 조효선 해설사는 고성군 소속의 왕곡마을 해설사이며, 현재 이 마을 주민이다.

ⓒ 강원고성신문

마을 중앙의 왕곡천을 따라 이어져 있는 마을 안길을 중심으로 가옥들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으며, 가옥과 가옥 사이에 비교적 넓은 텃밭이 있어서 따로 담이 없고 텃밭을 경계로 가옥들이 분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옥은 북방식 ‘ㄱ’ 자형 겹집이 온전히 보존돼 있는데, 외양간과 부엌, 마루가 한 건물 내에 연결돼 있다. 특히 외양간과 부엌이 함께 있는 구조는 옛날 추웠던 북부 지방의 주거 방식을 알 수 있고, 농가에서 소를 매우 중요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소와 함께 내부에서 개와 닭 등 가축을 키웠다고 한다.

아주 특별한 공간도 확인할 수 있는데 전통가옥의 앞뜰과 뒤뜰이다. 앞뜰은 소통의 공간이고 뒤뜰은 아낙네의 전용 공간으로 낮은 토담이 둘러져 있어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마을의 민속 풍습=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간성의 오음산은 기우제의 효험이 있는 산이라고 적고 있어 가뭄이 들었을 때 이곳에 동물의 피를 뿌리면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또 동학 교주가 머무른 곳으로 마을 입구에는 ‘동학의 빛 왕곡마을’이라 새겨진 탑이 있다. 동학교주 최시형이 고성에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듯이,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선생이 김함도와 함일순의 가옥에서 은거하며 포교(1990년)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한 비가 세워져 있다.

또한 어르신들의 구전으로 왕곡마을은 어머니의 제사를 둘째 아들이 모시는 풍습과 음력 1월 14일 오곡밥 아홉 그릇을 먹고 나무 아홉 묶음을 하는 풍습 등 재미있는 풍습도 전해진다.

2개의 효자각= 조효선 해설사는 왕곡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2개의 효자각이라고 자랑했다.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단지해 살리는 등 효행이 뛰어난 양근함씨의 4세5효자각과 함희석 효자각 등이 이곳을 찾는 많은 후세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정열 오봉1리 이장은 왕곡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을 이용하는 많은 관광객이 7번 국도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강원고성신문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한 신정열 이장(63세, 사진)은 “왕곡마을은 총 가옥이 50여채로 이중 32가구에서 6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마을 외 주민이 40여명 정도”라며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며 조용하게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 “관광객들이 방문해서는 왕곡마을을 찾기가 불편하다는 말을 한다”며 “속초 방면에서 진입할 경우 버스가 굴다리를 통과할 수 없고, 공현진에서 유턴하는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보다 확실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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