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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임기의 여성은 왜 짝짓기를 하는 걸까?

금강칼럼 / 나정민 칼럼위원(과학철학박사)

2024년 09월 20일(금) 08:3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동물 다큐를 보면 알겠지만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성’을 추구한다.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자연현상도 그 이유는 찾아보면 경이로울 정도의 합리적 이유가 있고, 그 합리적 이유의 최종 목표는 ‘생존’이다.

예를 들어 수컷 공작의 화려한 날개나 숫사슴의 무거운 뿔이 겉보기에는 불필요해 보이나 좀 더 매력적인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진화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인간 여성의 비가임기 짝짓기는 무슨 이유로 만들어졌을까? 그 행동이 어떻게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될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합리적 이유의 최종 목표는 ‘생존’

우선 ‘생존’에 대해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생물학적 의미에서 생존은 부모 세대의 생존이 아닌 자식 세대의 생존을 뜻한다. 따라서 인간의 비가임기 짝짓기가 생존에 도움이 된다면 그 생존은 부모 세대가 아니라 자식 세대의 생존에 도움이 됨을 의미한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종은 유난히 긴 10년 정도의 아동기를 거치기 때문에, 먼 옛날 열악한 환경에서 어머니 혼자서 양육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냉혹한 빙하기에서 자신과 자식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10년간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의 가족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남성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런 끈기와 가족애는 신체적으로 강인한 ‘남성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앞의 칼럼에서 인간 여성은 가임기 동안에는 신체적으로 강인한 유전자를 가진 남성을 선별할 수 있게 진화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먼 옛날 강인한 신체를 가진 자식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양질의 단백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남성도 필요했다.

그렇다면 이런 가족적인 면을 가진 남성을 인간 여성은 어떻게 선별할 수 있었을까? 이런 가정적 남성을 선별하는 능력을 위해 자연은 인간 여성이 배란일을 숨기고 365일 짝짓기가 가능한 진화를 만들어냈다. 배란일을 숨기고 365일 짝짓기가 가능한 것과 가정적 남성의 선택은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365일 짝짓기가 가능한 진화

남성의 짝짓기 전략은 ‘다다익선’이다. 남성은 이론적으로 365일 짝짓기가 가능한 많은 작은 정자들을 가지고 있고, 이에 반해 여성은 한 달에 한번 만 성숙해지는 크고 많은 에너지가 드는 난자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생물학적 특성에 맞춰 남성은 좀 더 많이 자신의 유전자를 뿌리는 전략을 취하고, 여성은 ‘양보다 질’의 전략인 ‘좋은 남성’을 고르는 신중한 전략을 취한다. 그렇다면 ‘좋은 남성’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가임기에는 남성성이 강한 남성이 좋은 남성이다. 그런데 가임기 외에는 가족을 지키면서 바람을 피지 않는 남성이 좋은 남성이다.

그런 남성을 구하기 위해서 여성은 자신의 가임기를 숨기도록 진화했다. 배란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여성에게서 자신의 자식을 낳기 위한 방법은 ‘계속 들이대기’ 방법밖에 없다. 즉 남성은 여성의 옆에 지속적으로 있으며 짝짓기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짝짓기는 많은 에너지가 드는 행위이다. 대다수 고등동물 수컷들은 힘든 구애작업이 있으며 심지어 일부 종에서는 목숨을 건 싸움이 일어난다.

그래도 인간을 제외한 다른 고등동물들은 암컷의 배란기가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수컷끼리의 싸움이 그리 손해보는 일은 아니다. 이에 반해 인간 여성의 배란기는 숨겨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자식을 낳아줄 확률이 그리 명확하지는 않다.

따라서 인간 남성들은 구애를 위해 목숨을 건 싸움보다는 서너 달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여성의 주위를 맴돌며 환심을 사는 전략을 취했다. 이런 진화가 언뜻 비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진화를 통해 여성은 ‘참을성 있고, 인내심 강한 남성’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여성은 긴 구애 기간 동안 남성의 노력을 보면서 10년 가까이 자신과 자식에게 ‘헌신’할 남성을 선택할 수 있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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