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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계절

금강칼럼 / 박봉준 칼럼위원(시인)

2024년 11월 06일(수) 11:55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올해도 어김없이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10월의 마지막 밤을 떠나보냈다. 필자는 이용의 호소력 짙은 애절한 목소리도 좋지만, 가사를 작사한 원주 출신 박건호 시인을 먼저 떠올린다. 그건 내가 시인이기도 하지만 박건호 시인의 투병 생활과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그의 생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 작사가 박건호 시인은 그래도 작사가보다는 시인으로 남겨지길 바랐다고 한다. “잊혀진 계절”로 해마다 10월 마지막 밤이면 부활하는 그는 어쩌면 생전에 그의 사후를 미리 예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후에 대한 온갖 기록들 경신

짐작대로 올여름에도 기후에 대한 온갖 기록들이 경신되었다. 이러다간 정말 잊혀진 계절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2024년 우리나라는 1~9월 기준 120년 기상 관측 역사상 전례 없는 초강력 고온을 보여주고 있는 해이며 지난해에 시작된 비정상적인 기온 상승이 본격적으로 심화한 해라고 한다. 아직은 피해 규모에 대한 심각성을 덜 느끼는 듯하지만, 관련 보도자료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피해 상황을 보면 갈수록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히말라야 지역의 기후변화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빠르다고 한다. 눈 대신 비가 더 많이 오게 되면서 홍수와 산사태의 빈도와 규모가 갈수록 크게 늘고 있다. 히말라야 하면 만년설이 먼저 떠오르는 그야말로 “세계의 지붕이다” 남극과 북극 다음으로 많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어 제3극이라고도 한다.

히말라야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 네팔은 우기에 전체 강수량의 80%가 집중되는데 히말라야 지역에 비가 늘어난다는 건 네팔엔 그야말로 짧은 기간에 물 폭탄이 쏟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 네팔에서는 산사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인명 피해는 물론 주민들은 살 수 있는 땅 자체가 사라지고 아이들은 교육받을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더구나 네팔 산악지대 주민들은 잦은 홍수와 산사태로 도로가 끊기면서 생필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높은 물가로 제대로 끼니를 때울 수 없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 4월 세계기상기구는 아시아가 기후변화로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네팔을 포함한 남아시아 지역이 가장 취약했다고 한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주범이다. 지난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374억 톤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중국, 그다음은 미국이었고 한국도 2022년 기준 9위의 탄소 배출국이다. 반면 네팔의 탄소 배출 비중은 0.0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의 피해는 네팔 같은 저개발국, 취약한 나라들이 집중되니 얼마나 불합리하고 억울하겠는가? 그러므로 기후 위기 책임이 큰 나라들이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주춤거리는 사이에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해수면 상승

인류가 현재와 같은 규모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릴 경우 2030년에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국내에서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보고, 피해 면적은 전 국토의 58%에 달할 것이라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예측이 나왔다. 이 시나리오는 RCP (대표 농도 경로) 8.5를 상정했는데 이는 현재 추세대로 탄소를 배출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해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 상승 폭이 3~4도 올라간 경우다. 여기에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강력한 태풍에 의한 최악의 해일 상황을 추가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피해 인원이 발생하는 지역은 경기도로, 130만 명이 침수 피해를 보게 된다. 다음이 인천 75만 명, 서울 34만 명, 전북 31만 명, 충남 22만 명 등이 피해를 본다고 했다.

침수 피해 지역은 내륙보다 해안지역에서, 동해안이나 남해안보다 서해안 지역에서 더 넓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서해안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고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서해와 남해 지역이 태풍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해일의 크기도 상대적으로 동해안보다 크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이처럼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은 연안 침수로 피해를 주지만, 또한 해안 침식을 가속한다. 제주도와 동해안 지역의 경우 해안 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해안 경관을 훼손하는 동시에 지역 관광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해양 인프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항구, 방파제, 해안도로 등은 해수면과 밀접한 구조물로 해수면 상승에 따라 설계된 높이와 구조가 무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항구가 침수되면 물류 흐름이 차단되고, 이는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33년 동안 한국의 해수면은 약 10cm 상승했으며, 특히 동해에서는 연평균 3.53mm로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환경부는 지난 7월 14개 “기후대응댐” 신설 후보지 안을 발표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 생명을 지키고 미래 물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한다는 것이다. 벌써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댐의 기능적인 장점도 있지만 기후 위기에 따른 역행과 단점도 크다는 보고도 많다. 4대강 사업으로 아직도 그 여파가 아물지 않고 정권이 바뀌거나 때만 되면 목소리가 커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확실한 근거 자료와 지역 주민의 일치된 합의로 더는 국세 낭비와 국력을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심히 우려되는 것은 정치적인 찬반 논쟁과 밀어붙이기식 행정과 결단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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