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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은 바다가 아름답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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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최동훈 칼럼위원(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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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8일(수) 11:21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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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남쪽에서 올라가는 난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류가 만나는 조경수역인 데다 주변에 공업 단지도 없고 아직은 오염이 덜된 북한과 바다를 접해서 그런가 우리나라 최북단 도시 고성은 바다가 아름답다. 내국인들도 그렇지만 고성을 와 보고 놀라는 외국인이 많다. 그네들은 대한민국에 이런 숨어 있는 보배가 있었냐며 원더풀을 외친다. 제주도 바다가 가장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고성 바다가 최고라는 것이다. 그네들이 고성의 바다를 극찬하는 데는 곱고 하얀 백사장도 큰 몫을 한다.
고성의 해안선은 68km가 된다. 항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해안선은 하얀 백사장으로 덮여 있다. 모래 밟는 소리가 아름답고 곧게 뻗은 백사장 길이가 십리나 되는 멋진 곳을 명사십리(明沙十里)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의 북쪽 땅 원산에 있는 해안을 대표적인 명사십리로 손꼽는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분단된 북고성을 제외하고 우리네 고성만 하더라도 그런 명사십리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다섯은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명사십리 다섯은 품고 있는 고성
고성 초입인 용천 해변에서 봉포 해변까지, 봉포 해변에서 청간 해변까지, 자작도 해변에서 봉수대 해변까지, 죽도 해변에서 공현진 해변까지, 가진 해변에서 거진 해변까지가 4km 즉, 십리는 족히 되는 백사장을 펼쳐 놓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죽도 해변에서 공현진 해변과 가진 해변에서 거진 해변은 상가나 민가가 거의 없는 무인 해변이며, 가진 해변에서 거진 해변은 길이만도 10km가 넘는 천혜의 백사장을 보유한 곳이다. 그러니 벽안의 외국인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다. 그들이 전 세계 바다를 안 가봤겠는가, 하와이나 플로리다 같은 빼어난 해안을 안 밟아봤겠는가. 그런데도 이곳 고성 해안의 청잣빛 파란 바다의 청순함과 백잣빛 하얀 백사장의 은은함에 반하는 것이다. 한데 그들은 직접 해안을 걸어보지 않고 바닷가 언덕 위에 있는 찻집이나 전망대에서 관망만 한 것일까? 멀리서 멋진 해안을 바라보며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던 기대감은 백사장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실망감으로 바뀐다.
고성의 해안가는 온통 쓰레기밭이다. 폴리에틸렌 원료의 페트병, 옷가지, 신발, 플라스틱 그릇, 찢어진 그물, 깃발, 밧줄, 낚싯바늘, 발포 스타인렌 수지인 스티로폼으로 만든 어구들……. 사람이 만들어 사람이 썼을 각종 잡동사니가 백사장에 수없이 널브러져 있다. 특히 사람이 없는 무인 해변인 죽도에서 공현진 해변과 가진에서 거진 해변이 심각하다. 대개는 태풍이나 폭우 때 강물에 떠내려갔다가 바다에 이른 다음 다시 파도에 쓸려서 해변으로 상륙한 것들이다. 그나마 이것들은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이 인간임을 알리기 위한 최소한의 증거품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고, 대부분은 바다로 들어가 야금야금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20만이 넘는 전 세계인들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기꺼이 국민으로 참여한 가상의 국가가 있다. 국기, 화폐, 여권, 우표까지 다 갖췄고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도 출연한 연기파 배우 주디 덴치가 공식 여왕이다. 면적이 우리나라 국토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크다. 하지만 집을 짓고 상주하거나 자기 땅을 소유할 수 없는 나라다. 하와이와 LA 사이의 태평양 한가운데에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기 때문이다. 2010년도만 해도 대한민국 면적의 반 정도에 불과했는데 10년 사이에 15배나 늘었다. 이런 속도라면 10년 후에는 50배로 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쓰레기 섬은 태평양에만 있는 게 아니고 대서양에도 있고, 인도양에도 있다. 바다가 이럴진대 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쓰레기로 인해 전세계 땅들이 몸살을 앓고 있으며, 썩어 들어가고 있다. 심지어는 대기권 밖인 우주에까지 쓰레기 섬이 떠다니고 있는 판이나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쓰레기 섬 쓰레기의 70%는 그물이나 스티로폼 부표와 같은 어구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이다. 그것들이 썩어서 소멸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500년에서 1,000년이라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매일매일 전 세계 모든 가정이 세탁기로 돌려대는 세탁물을 통해 플라스틱 섬유들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자동차 바퀴가 닳으면서 도롯가에 쌓인 타이어 조각들도 비가 오면 바다로 쓸려간다. 바다의 덕으로 먹고사는 인간들이 삶의 터전을 깨끗이 보존해 후세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전혀 그런 의식들이 없는 것이다. 내 탓이라는 자기 성찰도 없고, 우리들 탓이라는 공동의 책임감도 없다. 어느 순간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류가 함께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없다.
핵전쟁에 버금가는 기후 변화
호주국립기후복원센터에서 ‘향후 30년 안에 핵전쟁에 버금가는 기후 변화로 인류는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견을 내놓았다. 2050년 무렵에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는 도시가 속출하고 지표면의 30% 이상이 사막화 현상으로 굶어 죽는 인구가 부지기수가 될 것이라 보고하고 있다. 그 결과 전쟁 난민이나 경제 난민이 아니라 기후 난민이 지구를 떠돌게 될 것이다. 유엔도 2050년경에는 기후 난민이 2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앞으로 30년 뒤 닥칠 재앙에 비하면 지금의 폭염이나 홍수, 지진과 같은 재해는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엔 산하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가 2도 상승하는 경우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약 1억 5천만 명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인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결단이나 의지가 없다. 1997년 기후 변화 협약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발효됐지만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는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2016년 기후 상승으로 2도 이내로 유지하는 파리기후협약에 195개국이 동의했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그저 다들 남이요, 그들 문제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30여년 전 소련(현 러시아) 해군이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섬 근처의 동해에 수백 톤의 저준위 핵 폐수를 투기할 때나 현재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이들 나라를 비판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도 2016년까지는 엄청난 양의 산업폐수와 산업폐수오니(슬러지)를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바다에 버렸다. 오니는 보통 사업장에서 배출된 폐기물을 저장하는 저장소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포함한 슬러지로, 카드뮴·납·중금속 같은 유해물질 함유량이 산업폐수보다 훨씬 많다. 이런 유해한 중금속을 투척한 장소로는 서해는 군산에서 200㎞ 떨어진 지정 해역과 동해에는 포항 동북쪽 125㎞ 해상과 울산 남동쪽 63㎞ 해상이었다. 2014년을 보면 당시 총 485개 기업이 산업폐수 및 산업폐수오니를 해양투기하겠다고 신청했다. 예상 배출량은 총 52만8764t이었다. 업종을 따져보면 식품류 364곳, 섬유염색 43곳, 석유화학 31곳, 제지 20곳, 폐수 처리 19곳, 기타 8곳 차례였다. 이런 식으로 25년 동안 우리나라가 서해와 동해에 버린 산업폐수가 1억 톤에 달할 정도였다. 그나마 일본 정부의 반대로 동해 투척량이 서해보다 낮았다고 하니 도대체 누가 누구를 탓한다는 말인가.
직접 해안을 걸어보면 알 것이다. 속으로는 곪고 썩고 있는데 겉으로 보는 고성 바다와 해안이 아름답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다. 군과 군민이 함께 동참해서 바닷가를 청소하는 일부터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땅과 바다를 더 깨끗이 하는 일에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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