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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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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박봉준 칼럼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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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10일(수) 12:20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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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우리는 평생 한 번쯤 큰마음을 먹고 계획을 세우거나 사람에 따라 그보다 더 많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며칠 가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지속하지 못한 경험들이 있다.
그 첫 경험은 초등학교 때부터 작성했던 방학 생활계획표가 아닐까? 나의 경우는 그렇다. 그래서 그랬던지 방학 책을 안고 학교에서 돌아와 들뜬 마음으로 제일 먼저 방학 생활계획표를 짜던 일이 어렴풋하다. 그중에서도 공부 시간이 압도적으로 제일 큰 면적을 차지했던 생활계획표.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지만 그만큼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생활계획표를 지킨 어린이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에 대한 답을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무리한 계획이다. 의욕이 앞선 무리한 계획 때문에 결국 며칠 가지 못하고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어린 나이 때부터 경험하게 되는 작심삼일은 우리가 사는 동안 삶의 변곡점이나 새로운 목표를 지향하는 길목에서 부딪치고 때로는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생활계획표’를 짜던 일
작심삼일이라는 말의 작심(作心)은 말 그대로 마음을 다잡는다는 뜻으로 맹자가 긍정적인 뜻으로 쓴 말이 지금에 와서 우리나라에서는 반대의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굳게 먹은 마음이 삼일을 가지 못하고 흐지부지된다는 뜻으로 결심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릴 때 쓰는 말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작심하면 못 할 것도 없고, 작심하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 같은 그러니까 작심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강하고 의욕이 활활 타오르는 센말이다. 그런 다부진 의욕이 며칠 가지 못해 맥없이 무너졌으니, 사람에 따라 자신의 허약한 의지력에 실망감도 컸으리라.
작심삼일에 대한 문헌을 찾아보면 고려시대에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고려에서 하는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로 바뀌는데 둘 다 같은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을 쓴 설화문학가인 유몽인은 『어우야담(於于野談)』에서 류성룡의 일화를 들려준다. 한번은 그가 공문을 각 고을에 발송하라는 명을 내렸다가 실수가 있어 회수시켰는데 역리가 진작 발송했어야 할 공문을 그대로 가져왔다. 아예 발송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류성룡이 크게 화를 내자 역리가 대꾸하였다.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서 어차피 사흘 후 다시 고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사흘을 기다리느라고 보내지 않았습니다.” 유몽인이 이 일화를 후세에 남긴 이유는 명재상인 류성룡조차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으니 ‘무턱대고 떠오르는 대로 하지 말고 사흘 동안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한해가 바뀌는 것은 단지 한 해의 이름만 바뀌는 것이지 해가 뜨고 지는 물리적인 우주의 연속성은 그대로다. 한 해의 끝과 마지막이 단절되었다가 새로운 해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새해라는 의미는 깨끗하고 장엄하다. 설렘도 있고 희망도 있다. 누구든지 소유할 수 있고 공평하다.
작심은 또한 아름다운 것
작심한다는 건 목표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장이나 출사표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작심은 또한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 다만 비도덕적이거나 악행에 대한 것은 예외로 하겠다. 비록 삼일도 못 가서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므로 자책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첫사랑에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쩌면 첫사랑은 참사랑을 위한 첨병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새해에는 금연, 금주, 운동, 기타 등등 별의별 목표를 다 세우지만 단번에 목표에 달성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계속 도전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것도 목표다.
사랑에 실패하여 울고불고하여도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또 찾아온다. 사랑은 호감이 가는 상대가 있어야 하지만 작심은 상대가 필요 없는 자신의 결심이면 된다. 눈치 볼 것도 없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눈치챌 수 없다. 비밀이 보장되는 안전한 행위다. 작심은 또한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정하는 일이므로 세상 사람들의 설화나 입방아에 오르내릴 걱정이 없다. 말이 범람하는 시대에 말없이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일은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경제가 어렵고 세상이 어지럽다고들 한다. 그럴수록 뜻을 세우고 꿈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찍 자신들이 처한 웅덩이에서 벗어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것이다. 작심이 비록 삼 일을 넘기지 못할지라도 목표를 세우는 것이 세우지 않는 것보다 낫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설화에 오르내리는 일도 아니니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이다. 아니 본전이 아니라 그만큼 성숙해지는 것이다. 갑진년 새해는 푸른 용의 해다. 우리는 새해에 저마다의 아름답고 뜻깊은 목표를 작심하여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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