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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시대 100년의 이야기

"간성군청을 고성으로 이전하라"
금강칼럼 / 이성식 칼럼위원(고성문화원 고성학연구소 연구원)

2024년 02월 07일(수) 09:5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현재 군청 소재지인 간성은 남쪽으로 양양군과의 경계가 5리(약20Km)로 근처에 있고, 북쪽으로 통천군과의 경계까지는 15리(60Km)로 먼 곳에 있다. 이것은 불편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간성군 내에 속한 금강산은 장전항에서 2리고 고성까지는 4리의 도정이다. 따라서 나는 간성군청을 고성으로 이전하고 통천군에 속한 장전항을 간성군에 편입시키고, 간성군의 최남단에 있는 토성면을 양양군에 이양하여 그 행정구획을 변경하고 사무의 신속함과 민활을 도모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일본인 실업가가 창간하고 내지인(조선 거주 일본인)들이 주로 구독하던 일어판 부산일보가 1918년 9월 21일에 장문의 사설 형식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이러한 보도가 나온 시점은 고성군이 간성군으로 통폐합을 이룬 지 4년이 경과하고, 간성군청을 고성으로 옮기고 군명도 고성군으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선총독부의 결정(1919.5.15.)이 있기 약 8개월 전이었다.

#1918년 간성군청 고성 이전 주장

그렇다면 이러한 기사가 왜 이 시점에 나왔으며, 부산일보가 이러한 주장을 보도한 근거가 무엇이며, 신문기사에 대한 간성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당시 조선총독부가 어떻게 수용했는지 등을 짚어보는 것은 ‘고성군 시대 100년’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간성군청의 이전 문제가 신문지상에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은 1916년 봄이었다.

부산일보에서는 특파기자를 내세워 1916년부터 1918년까지 매년 강원도 동해안 일대를 답파하면서 취재기록을 연재물로 남겼다.

그중 제1신에서는 ‘간성군은 금강산을 두고 있어 관민이 금강산을 천하에 소개하는 일에 대대적인 각오가 필요한데, 군청 소재지(간성)가 일방(남쪽)에 편재되어 있어 당국자 사이에 고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것은 금강산을 화두로 하고 간성군청을 북쪽 고성으로 이전할 것을 시사하는 첫 발언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렇게 거론되기 시작한 간성군청 이전 문제가 결국 3년 후에는 그들의 주장대로 실현되었다.

필자가 고성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갖게 된 의문도 이것이었다. “왜 느닷없이 간성군에서 고성군인가.”

초기 조선총독부는 식민통치의 효율성 차원에서 전국의 지방행정을 통폐합하였다.

이 과정에서 조선의 수많은 자연마을의 아름다운 고유지명들이 사라졌다. 현재의 마을 명칭은 대체로 이때 수정된 채 사용되고 있다. 우리에게 일제의 잔재는 이렇게 뿌리가 깊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일정한 면적과 인구를 기준으로 하여 1914년 3월에 부군(府郡)통폐합을, 4월에 면(面)통폐합을 단행하였다.

이때 강원도에서는 4개 군(고성, 안협, 금화, 평해)이 사라졌고, 고성군과 간성군의 경우 인구와 면적에서 월등히 앞선 ‘간성군’으로 통합되었다.

이렇게 일단락되었던 간성군을 5년 뒤인 1919년 5월에 다시 재조정하는 특별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총독부는 간성군을 대상으로 왜 이러한 거듭된 행정개편을 단행한 것일까. 지금까지 이러한 의문을 풀어낸 조사나 연구는 없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간성지역의 3·1만세운동으로 인하여 고성군이 탄생했다’는 식의 막연하고 동떨어진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금강산 개발에 따른 행정적 대응’이란 객관적인 상황과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內地人)들의 요구 및 압력’이 작용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필자의 이러한 결론은 관련 자료를 면밀히 살펴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북쪽 고성지역의 변화는 1914년 경원선의 개통과 1915년의 ‘시정5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라는 제국의 잔치를 계기로 금강산 개발이 촉진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요구

한편 조선에 거주하는 내지인들의 요구와 압력이 ‘고성군의 탄생’에 영향력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행정구역의 변경 내용을 토대로 조금 더 깊이 파고 들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본의 식민정책 뒤에는 ‘제국의 브로커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역사적 맥락을 살펴야 그 진실을 만날 수 있다.

‘제국의 브로커들’은 조선 내에서 엘리트 계급을 구성한 영향력 있는 일본인 장기 거주자들로 자영업, 무역업, 건설, 은행업, 언론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했다.

그들은 사적인 부의 추구를 넘어 식민권력의 대리인 내지 앞잡이 노릇을 충실히 한 자들이다.
1919년 5월 15일 조선총독부는 간성군을 고성군으로 변경하고 군청을 고성으로 이전하는 결정과 더불어 통천군 관할 장전항을 고성군으로 편입시키고, 죽왕면과 토성면을 양양군으로 편입시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통천군의 장전항이 고성군으로 편입된 까닭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다.

당시 장전항 일대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이주하여 각종 수산업(고래잡이 등)과 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들이 각종 인허가와 행정민원을 해결하기 위하여 백여 리 떨어진 통천군청까지 왕래해야 하는 일은 일상을 흔드는 큰 불편이었다.

그러니 장전항 일대가 고성군으로 편입되고 군청이 고성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큰 숙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장전항은 해로를 이용한 금강산 여행의 첫 관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을 장전지역 일본 정착민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행정편익을 얻기 위하여 언론이라는 동료(제국의 브로커)를 앞세워 고성군으로의 행정개편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이처럼 제국의 브로커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정부 및 관료들에게 각종 청원을 일삼기도 하였다.

한편 간성군이 고성군으로 변경되는 과정에 간성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특히 군청 이전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간성주민의 직접적인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죽왕면과 토성면이 양양군으로 편입되는 문제와 관련하여 죽왕면 지역주민들의 거센 저항과 군수의 중재 노력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같이 고성군 시대의 개막 과정을 보면, 금강산 개발과 장전지역 일본인 거주자들의 행정적인 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식민정책의 이해와 관련하여 ‘제국의 브로커들’이란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오늘 우리에게 친일청산이나 주권국가로서 독립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이고 미래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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