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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5월을 그리며

금강칼럼 / 박봉준 칼럼위원(시인)

2025년 05월 08일(목) 10:22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20세기 모더니즘을 이끈 미국 출신의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시 “황무지(荒蕪地)”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했다. 이 짧은 첫 문장을 세상 사람들은 100여 년 동안 즐겨 인용하고 있다. 엘리엇이 잔인한 4월이라고 한 이유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대체로 평온한 겨울에서 깨어나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환경 변화를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과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희망을 품어야 할 시기에 완전히 황폐한 유럽의 현실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과 전쟁이 끝나도 나아진 것이 없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세상을 잔인한 4월로 표현했으며 엘리엇 자신의 어두운 삶도 포함된 냉소적인 시각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우리나라도 근대사적으로 을사년에 달갑지 않은 사건들을 볼 수 있는데 2025년 올해도 작년 연말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비롯하여 경북지방의 대형 산불이며 12.3 계엄령과 4.4 탄핵, 대통령 궐위에 따른 6.3 조기 선거 등 불과 새해를 맞은 지가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도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4월이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달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축제의 달이었겠지만,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여준 폭력적인 시위는 한국의 장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를 보여주었으며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짐작게 한다. 무엇보다도 나라의 근간인 헌법재판소까지 경시하는 풍토가 만연된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집단과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유튜버들을 볼 때 보수와 진보를 떠나 미래의 재앙이 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정치꾼들과 손잡은 시위 세력들은 이제는 두려운 것이 없는 듯하다. 정치꾼들의 속셈을 간파하고 있는 그들은 일시적으로 발톱을 감추고 있다가도 언제든지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무소불위의 집단행동을 일삼을 것이라는 생각에 필자는 씁쓸하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뜬금없고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으로 세계가 단체로 패닉에 빠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탁한 국면에서 우리에게도 예상치 못한 높은 상호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에 을씨년스러운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트럼프를 비롯한 블라디미르 푸틴과 시진핑 주석,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레제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소위 스트롱맨들이 주름잡고 있는 세상이다. 그들의 강력한 리더십과 생각은 국가를 단기간에 변화시킬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의 약화와 국제 갈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의 집권으로 국제질서는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경제, 외교, 안보에서 다자주의 대신 강력한 자국 중심의 통치 방식이 대두되며 각국은 자기 나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협력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5월은 신록의 계절이며 가정의 달

우리가 전문적인 지식은 없어도 세계는 이미 환경과 기후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주식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고 물가가 들썩거리고 있으며 나라마다 트럼프의 완력에 대응책을 강구하느라 어수선하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지금 선장이 없는 배로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있으니, 누구를 탓하고 원망해 봤자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한바탕 홍역을 치를 때마다 지난 일을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로 삼자고 말은 하여도 정치에 관련된 일은 쉽게 나아지지 않은 것을 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이기적이고 고약한 심성을 지닌 동물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정치란 생물과 같아서 원래 이런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러한 생물적인 정치도 갈수록 최소한의 원칙이나 부끄러움도 없는 행태를 보면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적인 삶이나 하다못해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연인”의 생활이 부러울 때도 있다.

5월은 신록의 계절이며 가정의 달이다. 김용호 시인은 그의 시 <오월의 유혹>에서 ‘넌 이브인가 / 푸른 유혹이 깃들여 / 감미롭게 핀 / 황홀한 / 오월’이라고 표현했다. 생명력과 평온함, 기쁨, 신비로움, 젊음 등을 느끼며 관능적인 모습까지 보이는 오월은 그야말로 계절의 여왕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그만큼 5월은 축복받은 계절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동학농민혁명기념일”과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등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달이기도 하다.

4월의 잔인함을 딛고 일어선 5월도 머지않아 신록을 이루고 상처가 아물어 가는 자리에는 또 어떤 역사가 차지할지 우리는 지금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중요한 기로에 섰다. 역사는 가끔 백성의 마음을 거슬리기는 해도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치유 능력이 있다. 5월에는 한 번쯤 반칙과 꼼수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다. 그래서 누구나 감미롭게 다가오는 황홀한 유혹을 만끽해 보고 싶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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