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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에 관한 단상-명태축제와 숭모축제 이야기

금강칼럼 / 이성식 칼럼위원(고성문화원 고성학연구소 연구원)

2025년 08월 05일(화) 09:53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우리 지역의 대표축제로 알려진 ‘명태축제’는 올해로 제25회를 맞이한다. 1999년 2월에 시작하여 2020년과 2021년 두 해는 ‘코로나 사태’로 개최하지 못했다. 당시 지역의 대표축제를 고민하던 고성군이 제일 축제로 선택한 것이 ‘명태축제’였다. 명태의 어획량이 급감하여 겨울철 어촌은 생계 곤란을 겪고 있을 때의 선택이었다.

현재 명태축제는 고성문화재단과 명태축제위원회가 주최 및 주관하고 있다. 올해 제25회를 맞이하면서 고성문화재단은 명태축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나섰다. 즉 ‘명태축제의 존속 여부와 브랜드 개선안 등 복합적이고 구체적인 물음’을 ‘대군민 설문조사’의 형식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명태 없는 명태축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고성의 바다에서 명태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행운이고 하나의 사건이다. 명태어업 자체가 사라진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이렇듯 내 고장 명태 없이 명태축제를 하는 것은 축제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니 대체 축제를 마련하자는 목소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명태축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한편 명태축제를 일선에서 이끌어온 분들의 의견은 정반대로 완강한 편이다. 그들의 입장은 대체로 이렇다. 남원의 ‘춘향제’도 (얼굴 없는) 가공의 인물을 기리는 축제다. 여전히 다수의 명태 가공산업이 지역 경제의 일부로 건재하다. 어느덧 명태축제는 고성의 대표축제로서 대중적인 명성을 얻었다. 없는 전통도 만들어가는 것인데 그동안 만들어진 전통을 왜 없애려 하는가. 명태축제는 우리의 역사고 문화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세대로 남겠다는 것이다. 고성의 바다에서 명태의 얼굴을 볼 수 없다고 명태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명태와 더불어 살아온 삶을 부정할 수도 없다.

필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명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 그래서 ‘간성의 명태’로 알려진 ‘간태(杆太)’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명태는 이미 600여 년 전 고려시대에 간성(군)의 바다에서 ‘北魚(북어)’라는 이름으로 많이 잡혔다.(원산매일신문,1936.10.13.) 이것은 간성명태의 기원을 고려시대로까지 올린 최초의 기록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1700년대 초 최창대는 ‘수성가’(水城歌, 간성군의 노래)에서 ‘간성군의 명태어가 산처럼 쌓여 매일 영서 상인에게 팔려 나간다’고 노래했다. 그뿐인가. 1920년대 신문에는 원산시장에서 거래되는 명태가격표가 제시되어 있다. 간태는 함경도 신포의 명태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이처럼 간성의 명태는 전국시장에서 대표 상품의 하나로 세상에 알려져 오늘까지 국어사전에 ‘간태(杆太)’, ‘강태(江太)’로 등재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 지역 명태 어민들의 수백 년 이어진 고단한 삶의 궤적이다. 이 삶의 흔적은 언어와 기억으로 살아있다. 이제라도 고유명사 ‘간태’를 되찾아야 한다. ‘고성명태축제’가 아니라 ‘간성명태축제’, 또는 ‘간태축제’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또 하나. 고성군에는 강원도무형문화재 제27호인 ‘고성어로요’가 있다. (거진)명태잡이소리, (반암)후리질소리, (공현진)미역따기소리가 어우러진 어업노동요다. 따라서 명태축제에서 고성어로요는 특별한 무대를 배려 받아 마땅하다. 이처럼 고성 지역에는 명태와 관련한 서사가 다채롭게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값진 역사와 문화를 우리는 그동안 잘 모르기도 했고, 또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그동안 명태축제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지 못한 행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각종 문화예술단체가 무대에 오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호소도 들린다. 우리 안의 가치는 애써 외면하면서 밖의 사치는 화려해 쫓는 형국이다. 명태축제에 대한 지역주민의 냉소적인 분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축제의 예산이 가급적 지역경제의 소비쿠폰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이 필요하다.

간성의 명태(杆太)! 수백 년의 그 냄새와 기억은 아직도 우리의 식탁(물질)과 정신을 물들이고 있다. 고성에는 여전히 간성명태의 서사가 살아 숨 쉰다. ‘얼굴 없는 명태(축제)’는 지역의 수치가 아니다. ‘명태 없다’는 이데올로기 하나로 25년 명태축제의 전통을 무너뜨릴 수 없다. 누가 축제의 자기부정 앞에 서서 갈등하고 있는가. 아무쪼록 명태 이야기를 더 짓고 서로를 환대하면서 고성주민이 축제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85인 애국지사들 기리는 행사 없어

또 하나의 축제 이야기는 우리 지역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숭모문화제에 관한 것이다. 고성에 숭모공원이 처음 조성된 것은 2007년 토성면 운봉리에서다. 1919년 3·1독립운동 직후 대한독립애국단원으로 활동한 5명(김형석, 이근옥, 김연수, 문명섭, 이석규)의 독립운동가를 기리기 위하여 조성되었다. 당시는 고성군에서 유일한 독립운동가의 숭모기념비였으므로 이곳에서 매년 3·1독립만세운동 기념식을 개최하였다. 최근에는 광복절 전야에 ‘숭모문화 별빛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현재까지 조사된 고성의 독립운동가들은 100여 명에 이른다. 오랫동안 이들에 대한 기념비조차 없어 군민들이 지역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올바로 기리지 못했다. 2020년 뒤늦게나마 달홀공원에 3·1독립만세운동기념비를 세웠다. 이곳에는 운봉리 숭모공원의 5명을 포함하여 85인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고 있다. 2020년 제막식 이후 매년 3월 1일에 간단한 기념식을 거행한다. 아쉬운 점은 바로 독립을 기념하는 8·15광복절에 85인의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고성군의 대표 행사가 없다는 것이다.

운봉리에서 열리는 ‘숭모문화 별빛축제’는 고성문화재단(이사장 함명준)에서 고성군 위탁사업으로 주최하고 있다. 이처럼 광복절을 맞아 5인의 독립운동가를 위한 숭모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성의 독립운동가 85인을 기리는 기념비의 장소에서는 왜 어떠한 숭모문화제조차 열리지 않는지 의아할 뿐이다.

이것이 문제인 것은 고성의 독립운동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지식이 없는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고성의 독립운동가는 5인뿐인가’ 하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광복절을 맞아 애국지사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독립의 의미를 지역주민과 함께 되새기는 숭모문화제라면 운봉리를 비롯하여 달홀공원에서도 동시에 주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고성군은 왜 특정 장소의 숭모문화제만 지정하여 고성문화재단에 위탁하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고성의 모든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독립의 의미를 지역주민이 함께 기리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광복절 달홀공원에서!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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