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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전)임금님

금강칼럼 / 박선애 칼럼위원(시인)

2025년 08월 19일(화) 12:04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벌거벗은 임금님’은 유명한 동화이다. 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1800년대의 덴마크 아동문학가이며 그의 작품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많은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필자도 아주 오래전에 그 이야기를 읽었고, 아이들에게도 명작동화로 읽혔던 기억이 있다. 이 오래된 이야기를 소환한 것은 지난 1일 민중기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와 발표한, 민망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속옷만 입고 누워서 체포를 거부

놀랍게도 그날 윤 전 대통령은 속옷만 입고 누워서 체포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특검 쪽 말에 의하면 특검이 집행을 시도하자 수의를 벗었고, 특검이 떠나자 곧장 옷을 입고 변호인 접견을 진행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표에 여론이 들끓자, 윤석열 변호인들은 “수의를 입지 않은 건 심장혈관과 경동맥 협착,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체온조절 장애 우려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구치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별 이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의 속옷 차림은 저항을 위한 작전임이 분명해졌다.

이 사건 이후 인터넷에서는 윤석열이라는 이름 뒤에 ‘빤스 수괴, 알몸 수괴. 빤스 난동, 속옷 저항’ 등의 용어가 빠르게 붙었다.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도 속옷 저항을 일제히 보도하며 ‘저항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조롱조의 해외토픽으로 다뤘다. 가장 먼저 기사를 낸 프랑스 언론에서는 속옷 색깔까지 운운하기도 했다. 세계적 망신으로 국격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유튜브에서는 그를 조롱하고 희화하며 깔깔거리는 동영상이 넘쳐났다. “이불로 보쌈을 해야 한다”, “마취총을 쏴야한다”, “김건희씨를 데려가야 한다”, “염산을 뿌려야 한다” 등등 그를 구치소에서 끌어낼 난센스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모두들 웃고 있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언론매체에 의하면,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인들이 보이는 순간부터 소리를 지르고 팔을 휘두른다고 한다.

60을 훌쩍 넘긴, 그것도 전직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마치 TV 속에서 보던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다니. 도대체 이 사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다는 말인가? 서울구치소에 오은영 박사라도 보내야 되는 걸까?

정치색을 벗고 순전히 전 대통령으로서의 윤석열, 인간 윤석열로 그의 심리를 이해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도 누가 오면 벗고 있던 옷을 입을텐데, 왜 그렇게까지 하며 저항을 하는지 말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시간을 끌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으로 씁쓸하다.

수치심도 모르고 체통도 모른다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은 그나마 윤 전 대통령보다 낫다. 수많은 군중이 자신의 알몸을 보고 폭소하고 있었지만 그는 끝까지 행진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일국의 왕답게 수치심보다 체통을 중요시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일부러 알몸을 보이고 드러누웠다. 우리의 전 임금님은 수치심도 모르고 체통도 모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정의롭고 우직한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했던 그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법에도 충성하지 않는다. 문득 재작년쯤 SNS에 바쁘게 돌아다니던, 그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가 떠올랐다. ‘재능이 없고 성실하지 않으며 교칙에 순응하지 않고 고집이 세며 고자세임. 또한 꾸지람하면 오만불손하며 급우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함.’

어떻게 저렇게 생활기록부를 쓸 수 있냐고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의 생활기록부와 비교하면 안 된다. 저 시대에는 순화되지 않은 사실적 표현의 기록이 상당히 많았다. 지금 보여주는 모습과 너무나 일치하는 어린 시절 객관적 기록을 보니,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5000만 국민의 임금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벗어던졌던 체면과 권위의 옷을 지금이라도 단정히 입길 바란다. 그리고 평생 법을 공부하고 법과 함께 살았던 그답게 법의 심판을 담담히 받길 원한다. 조롱 속에서도 끝까지 품위를 생각했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말이다.

“윤 어게인!” 극우세력이 외치는 부활의 의미가 아닌,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시절의 윤석열로 돌아가길 간곡히 부탁한다. 그래서 그의 죄는 미움받을지언정 인격마저 더 손가락질 받지 않길 바란다. 한때 우리는 그의 국민이었고, 그는 다수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언론매체들도 정치적 비판은 좋지만 과한 조롱으로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은 조금 자제해주면 좋겠다. 이미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 부부 동반 구속이라는, 헌정 이래 초유의 엄청난 나라 망신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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