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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성~양양 구간의 일부로 1937년 개통 … 상전벽해(桑田碧海)

김담 작가의 ‘옛 동해북부선 철길을 걷다’ <9> 속초역

2025년 09월 01일(월) 12:47 [강원고성신문]

 

↑↑ ◇ 물총새는 물론이거니와 어느 날은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수리부엉이를 마주 바라보았어도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 강원고성신문

천진리역(양양군 토성면 천진리) 터에서 속초역 터로 향했다. 속초역(양양군 도천면 속초리)은 간성-양양 구간의 일부로 1937년 12월 1일 영업 개시, 개통되었다. 불볕더위 한가운데 소나기가 한줄기 지나간 뒤 설악산 대청봉 줄기와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좌우 옹벽에 갇힌 천진호에 들러 각시수련과 순채, 개통발, 등골나물과 자주달개비 그리고 부처꽃과 좁쌀풀들이 피고지는 동안, 각시수련이 깃들어 있는 못가를 우거진 풀들을 제겨디디며 삥삥맸다. 순채와 갈대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각시수련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물총새는 물론이거니와 어느 날은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수리부엉이를 마주 바라보았어도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 ◇ 철길은 사라졌으나 호숫가 철교 다리받침은 여전하여 주변을 오가는 물총새의 사냥 기술을 엿보면서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은사시나무와 갈대숲 사이를 오가는 왜가리를 지켜보았다.

ⓒ 강원고성신문

고층 아파트 뒤켠 마름으로 그득한 봉포호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가 광포호를 향해 옛 철길을 걸었다. 철길은 학사촌길에서 광포길로 바뀌었고, 철길가에 자리를 잡은 어르신께서는 철길은 높았지만 흙을 매워 철길과 비슷한 높이로 집을 지었노라고 말씀하셨으며 새로 짓고 있는 고층 아파트 옆 작은 동산 꼭대기에는 서낭당도 있었으나 계단은 풀로 뒤덮였다. 광포호는 고성의 3대 호수라고 안내하지만 화진포와 송지호와는 다르게 개 터짐을 볼 수 없었고, 호수 가장자리에는 덱(deck)을 놓았다. 철길은 사라졌으나 호숫가 철교 다리받침은 여전하여 주변을 오가는 물총새의 사냥 기술을 엿보면서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은사시나무와 갈대숲 사이를 오가는 왜가리를 지켜보았다. 철둑에 등을 대고 있던 주택 한 채도 어느새 헐렸다.

↑↑ ◇ 철길은 이제 사진용천길로 바뀌었으나 바로 떠날 수 없어서 한쪽만 남은 다리받침 둘레를 오르내렸다.

ⓒ 강원고성신문

용촌교차로가 생기면서 철길은 사라졌다가 용원길로 모습을 드러냈고, 건너편 용촌천 냇가에 다리받침이 홀로 우뚝하였으나 곧바로 건널 수 없어 용천교를 건너서 천변길을 거슬러 다리받침 앞에 섰다. 철길은 이제 사진용천길로 바뀌었으나 바로 떠날 수 없어서 한쪽만 남은 다리받침 둘레를 오르내렸다. 길섶 다리받침은 길만큼 낮아졌고, 누군가 좁은 틈을 밭으로 일구어 들깨를 심었다. 다리받침보다 낮은 철둑을 보면서 레일을 걷어낸 철길의 자갈과 모래를 도로를 개보수할 때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용촌천 다리받침은 거대하여 어느 때는 콘크리트 총탄 자국 틈새에 노란 별과 같은 꽃을 피운 기린초를 올려다보기도 했고, 용촌천을 가로지른 용촌1교를 앞에 두고 울산바위가 보여서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바장이기도 했다. 사진용촌2길을 만나기 전까지 울산바위와 설악산 대청봉을 멀리 두고 걸을 수 있었지만 가까이에서는 고성 산불의 흔적과 마주해야 했다.

용촌천 냇가에 다리받침이 홀로 우뚝하였으나

↑↑ ◇ 사진용천길은 고성군과 속초시를 이으면서 나누는 경계였고, 어느 시인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지만 경계는 불안과 위협, 꿈과 현실이 상존하듯 옛 토성면 사진리(沙津里)도 양양군 소속이었다가 다시 고성군, 또다시 속초시로 소속이 바뀌었다.

ⓒ 강원고성신문

사진용천길은 고성군과 속초시를 이으면서 나누는 경계였고, 어느 시인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지만 경계는 불안과 위협, 꿈과 현실이 상존하듯 옛 토성면 사진리(沙津里)도 양양군 소속이었다가 다시 고성군, 또다시 속초시로 소속이 바뀌었다. 마치 고성군 토성면과 죽왕면이 양양군 소속이었다가 고성군 소속으로 바뀐 것처럼 사진항도 장사항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행정명은 또 영랑동 소속이었지만 사진용촌길처럼 터무니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철길은 속초고등학교 앞을 지나 사진1길로 바뀌었고, 영랑호 앞에서 문득 길이 끊겼다. 길을 돌아 영랑교를 건넜다. 철교 다리받침이 있었음직한 곳은 아무런 흔적이 없었으나 울산바위를 품고 있는 호숫가를 오락가락하면서 오래전 산천을 주유하던 화랑들과 함께 천후산(天吼山)이라고도 불렸던 울산바위라는 이름을 생각했다. 영랑교삼거리에서는 철길을 이을 수 없었다. 주유소 뒷길로 접어들어 가게에 모인 이들에게 철길을 물었더니, 버덩이었던 그곳에 68해일 때 이주하였다고만 말씀하신다.

동해북부선의 속초역은 설악산과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철도나 도로를 부설한 목적은 한반도를 비롯한 대륙 침략과 자원 수탈이었지만 그로 인한 부수적인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함경남도 안변군에서 강원도 양양군까지 동해북부선 개통으로 말미암아, 1938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은 본격적으로 금강산에 버금가는 ‘설악산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등산로를 닦고자 계획’했다. 1940년 7월, 8월 조선일보는 설악산 탐험객을 모집했고, 이에 따른 탐험기를 싣기도 했다. 서울에서 경원선 야간열차를 타고 안변역에서 동해북부선 양양행 기차로 갈아타고서 무려 12시간을 달린 뒤 오전 10시 무렵 속초역에 도착했다. 어느 때는 영랑호 가까이 천막촌을 열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번영회에서 환영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이때 이 설악산 등산로는 지금과는 동선이 달랐다.

↑↑ ◇ 번영로226번길로 바뀐 철길은 학교 앞에서 멈췄다가 주택단지와 교회 사이로 사라졌다가, 영랑로5길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 강원고성신문

지금은 설악산 신흥사를 둘러본 뒤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암에 이어 울산바위에 오르지만, 일제강점기 등산로가 개척될 당시에는 영랑호를 돌아서 원암리 쪽으로 나아가 흔들바위에 올랐다가 계조암 그리고 신흥사에 당도하였는데 20km에 이르는 길을 약 7시간에 걸쳐 등산했고, 신흥사에서 하룻밤 묵었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현재는 고성에서 울산바위로 접근할 수 있는 법정탐방로는 없다. 철도 개통 뒤에 개교한 영랑초교 앞으로 철길이 이어졌을 텐데, 지금은 학교 운동장에 편입되어서 흔적을 찾을 수 없었지만 옛 신문들은 ‘철도선 바로 옆 쌀알 같이 매끄럽고 윤기나는 모래밭’이 있었다고 알려준다. 바닷가에 붉은 해당화는 물론이고. 번영로226번길로 바뀐 철길은 학교 앞에서 멈췄다가 주택단지와 교회 사이로 사라졌다가, 영랑로5길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땅을 불하받기 위해 영주지방철도청까지

↑↑ ◇ 영랑로5길로 들어서기 전, 속초역사(束草驛舍)를 복원해 놓은 속초시립박물관에 들렀다. … 이정표에 속초 다음 역을 문암역과 낙산사역으로 표기해 놓은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 강원고성신문

영랑로5길로 들어서기 전, 속초역사(束草驛舍)를 복원해 놓은 속초시립박물관에 들렀다. 38선 이북이었던 속초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부터 휴전 뒤인 1954년 11월, 민정으로 이양될 때까지 미군정이 실시되었다. 속초역사와 관련한 사진은 1940년 조선일보에도 실렸지만 속초에 미군 사령부가 주둔하면서 미군 통신장교였던 폴 뷰포드 팬처(Paul Bupord Fancher)가 1953~1954년 찍은 사진을 속초시립박물관에 기증하면서 공개되었으며 갖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역사는 1978년까지 존속하였고, 속초시는 실향민들이 터를 잡은 곳으로도 유명했으므로 속초역에 대한 기억도 새로울 듯도 했다. 그러나 복원된 역사(驛舍) 내에 열차시간표가 축소되어 걸린 것은 그렇다 쳐도 역사 밖, 이정표에 속초 다음 역을 문암역과 낙산사역으로 표기해 놓은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본래대로라면 문암역이 아니고 천진리역이었을 테고, 낙산사역이 아니라 대포역이었을 것이었다. 왜 그렇게 표기했는지 상주하던 해설사도 알지 못했다.

↑↑ ◇해안가 거대한 암반을 품은 산 사이를 달렸을 철길은 이제 좁디좁은 골목길, 영랑로5길이 되었고, 그곳에서 꽃에 물을 주던 어르신은 시(市)에서 암반을 부수는 것을 암반을 다 부수면 집이 부서질 듯하여 반대하였노라고, 그리고 땅을 불하받기 위해 영주지방철도청까지 다녀왔노라고, 개는 사납게 짖었으나 어르신은 괜찮다며 말씀을 이어갔다.

ⓒ 강원고성신문

해안가 거대한 암반을 품은 산 사이를 달렸을 철길은 이제 좁디좁은 골목길, 영랑로5길이 되었고, 그곳에서 꽃에 물을 주던 어르신은 시(市)에서 암반을 부수는 것을 암반을 다 부수면 집이 부서질 듯하여 반대하였노라고, 그리고 땅을 불하받기 위해 영주지방철도청까지 다녀왔노라고, 개는 사납게 짖었으나 어르신은 괜찮다며 말씀을 이어갔다. 영랑로5길은 법대로와 접속하면서 사라졌고, 속초역 터까지 오르락내리락 굴곡진 법대로 옆 인도를 걸었다. 앞의 폴 뷰포드 팬처가 장례 행렬을 찍은 지금의 동명동사거리 사진을 보면, 좌우 동산 사이로 철길이 있고, 왼쪽 동산에는 벌건 흙들 가운데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서 있으며 그 기스락에는 크고 작은 집들이 모여 있고, 집들 앞으로 만장을 앞세운 장례행렬이 지나는데 철길 가운데도 사람들이 웅기중기 서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노제를 지내지 않았을까 싶고, 왼쪽 아래로는 계단식 밭이 이어지고 오른쪽 절반은 포장하지 않은 마치 신작로 같은 철길이 보인다.

↑↑ ◇ 역 터의 흔적은 간 곳 없는 속초역 터를 과거 폴 뷰포드 팬처가 속초역사를 찍었음직한 자리를 찾았으나 우렁골이 아파트 단지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건물들 좁은 틈으로 겨우 바다가 보였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 강원고성신문

산의 형태는 사라지고 겨우 높낮이만 남았을 뿐인 철길, 법대로는 시외버스터미널 앞 사거리에서 수복로로 바뀌었고, 횡단보도를 건너서 수복로와 우렁4길이 만나는 곳, 속초역 터 맞은편에서 걸음을 멈췄다. 역 터의 흔적은 간 곳 없는 속초역 터를 과거 폴 뷰포드 팬처가 속초역사를 찍었음직한 자리를 찾았으나 우렁골이 아파트 단지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건물들 좁은 틈으로 겨우 바다가 보였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계속>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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