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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시인의 문학적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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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안 / 이선국 수필가(이성선 시인 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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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1일(목) 08:07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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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아름다운 천진 해안에 가면 하얀 파도가 안겨드는 바위가 만난다. 고 최명길 시인(1940~2014)의 문단 데뷔작 시(詩) ‘해역에서’의 배경이 된 거북바위다.
시인은 《고성문학》 창간호에 ‘돌거북이가 물어다 준 시’를 게재한 적이 있다. 1966년 천진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고성 출신 이성선 시인과 함께 금강문학회 동인 활동 등 청년시절 문학적 열정의 산실이 바로 청간정과 천진 마을이라고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돌거북이가 물어다 준 시
대해에는 거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도나 커 등짝이 꼭 섬 같았습니다. 하루는 금은보화를 잔뜩 실은 해적선이 이 섬에 닻을 내리고 해적들은 밥을 해 먹으려고 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폈습니다. 화끈한 불기운에 깜짝 놀란 이 거북이 그만 슬그머니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갔습니다. 해적들은 그제서야 섬이 아니라 거북인 줄 깨닫고 발광하며 날뛰었으나, 금은보화도 해적들도 모두 그 대해가 삼켜버렸습니다.
천진에는 거북처럼 생긴 거북바위가 있습니다. 1969년 초가을 나는 이 거북바위에 엎드려 시를 썼습니다. 시가 뭔지도 모르고 시를 썼습니다. 북양의 갈매기가 바다의 하얀 배를 부비며 날아드는 정경에 그만 마음을 빼앗겼던 것입니다. 몇 번 투고를 했으나 연거푸 감감무소식이었던 그 시절 나는 나를 원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생명 꿈틀거리는 바다와 휘몰려드는 내 내면의 폭풍소리를 듣는 순간 문득 시가 튀어나왔더랬지요. 그런데 그 시가 덜컥 내 등단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성 천진 돌거북이가 물어다 준 시.
-최명길 <돌거북이가 물어다준 시> 일부 《고성문학》 창간호(2013년)
사유의 서정시인, 시인은 ‘시에서 나는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 무얼 기대하지도 않았다. 조금 알록한 시가 튀어나오기를 바랐지만 그도 미미했다. 그렇다 해도 내 삶에서 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가장 오래 깊이 몰두했던 것도 시다. 제일 좋아한 것도 시고, 고작 값지게 여긴 것 또한 시다. 아는 현존재가 최선의 극미묘한 현상세계를 분출한다는 인식으로 살아왔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또 ‘시는 사유가 자성에 부딪혀 일어나는 예리한 빛에서 촉발한다. 나는 이 극미묘한 현존재들에 감각의 촉수를 들이대고 사유를 했다. 내가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던 것은 사유를 위해서였다. 사유가 깊어야 시의 빛깔이 깊다. 절벽 같은 소슬한 정신의 깊이에서 태어난 시는 유현하다. 내가 험준한 산에 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특히 절벽 난간에 서 있기를 좋아하는 까닭은 사유와 시의 이런 관계를 알아챈 때문이었다.’라고 밝히고 자신의 시세계를 ‘시는 사유를 건드려 지은 소슬한 언어의 탑이다’라고 했다.
박호영 교수는 지난해 제10주기 추도 세미나에서 최명길 시인의 문학 세계를 화엄과 법화의 ‘인간적 우주’라고 평가했다.
강릉 출신인 시인은 1975년 《현대문학》에 ‘해역에 서서’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접사>, <풀피리 하나만으로>, <반만 울리는 피리>, <콧구멍 없는 소>, <하늘 불탱> 등 다수가 있다. 생전 한국예술상, 강원도문화상, 제5회 만해‘님’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은 홀연히 세상을 떠나신 이후에도 <백두대간 산시>, <잎사귀 오도송>, <히말라야 뿔무소>, <나무 아래 시인>, <아내>, <물고기와 보름달> 등 무려 6권의 유고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해 식을 줄 모르는 전무후무한 창작 열정과 깊은 사유의 서정 시인으로 문단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군은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천혜의 아름다운 고장이다. 수려한 자연 풍광을 바탕으로 유무형의 문화적 자산이 더 필요하다. 지역 문화를 빛낼 사람이 더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향토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 귀농귀촌 지원 등을 비롯해 사람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굳이 지역 출신을 고집하기도 하지만, 아니라도 인연이 있는 훌륭한 분들을 우리 문화적 자산으로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 지역의 문화적 자산이고 자부심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성대리 출신 이성선 시인에 대한 선양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9월 26일부터 9월 28일까지 2박 3일간 고성문화재단과 이성선시인기념사업회 공동주관으로 고성군립도서관과 달홀문화센터에서 열린다. 매우 의미 있는 시작이다.
현재 관내에는 이성선 시인 시비(詩碑)를 비롯해 만해 한용운 시비, 명암 조영출 시비, 택당 이식 선생 시비 등이 있다.
최명길 시인의 시비는 영랑호변에 세워져 전국의 문인들과 탐방객들의 명소가 됐다. 하지만 그곳 개발사업과 연계해 옮겨야 될 입장이라서 시비를 옮길 마땅한 장소를 찾고 있다고 한다. 시인의 문학적 고향은 분명 고성이다. 우리 지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시인의 시비를 옮겨오는 것을 적극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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