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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명태는 돌아오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한 소멸위험지역 고성군의 몸부림
신예진(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3학년)

2025년 01월 08일(수) 09:52 [강원고성신문]

 

↑↑ 고성군 거진항의 모습.

ⓒ 강원고성신문

“고성군 거진항은 명태량이 많다 보니까 5시면 끝나는 입찰이 밤 11시까지 걸렸어요. 어릴 적에 아버지 돕는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명태 수를 셌었죠.” 60년 역사의 한양수산을 운영하는 이광호(57) 씨는 1970년대 거진항을 회상했다. 배에 가득 실린 명태의 입찰 소리가 밤늦게까지 가득했던 거진항은 오늘날 해가 저물기도 전에 행인 하나 없는 적막으로 가득하다.

강원도 최북단에 있는 고성군은 1960년대 6만 4천 명의 인구를 자랑했다. 동해안 최전방에서 주력 사업인 명태를 잡으며 지역 경제 호황기를 누렸지만, 2010년 이후 인구는 3만 명으로 줄었다. 2022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지수에서 고성군은 전국 소멸 위험지역 6위를 차지했다.

집안 대대로 명태 사업을 한 장광신(70) 씨는 지난날의 고성군을 떠올리며 “이제 고성군은 없다고 봐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명태잡이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 밤을 새우며 명태 운반을 도왔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배에 명태가 넘치지 않음을 깨달았다. 1980년대 연간 10만 톤 이상 잡히던 명태는 10년 사이에 1만 톤 이하로 떨어졌다. 수확량은 얼마 안 가 연간 0톤에 불과했다. 무분별한 남획과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원인이었다. 이에 정부는 2014년 명태살리기프로젝트와 2019년 명태 포획 금지를 시행했지만, 떠난 명태는 돌아오지 않았다.

↑↑ 지역 명태가 아닌 수입산 원양태의 모습.

ⓒ 강원고성신문

명태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갔다. 산업 축소로 인해 지역 인구가 감소하며 남아 있는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랑 비교하면, 시장에 사람이 뚝 끊겼지.” 최동숙(83) 씨는 농산물 판매를 시작한 30년 전 왁자지껄했던 거진시장을 떠올렸다. 그는 한산한 시장을 바라보며 들고 온 농산물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익숙해졌다.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해 폐교된 고성 광산초 흘리분교에 이어 고성 대진초 명파분교는 다음 해 폐교 예정이다. 거진고등학교 윤열현(44) 교사는 “현재 군 내 인구로 사실상 정상적인 학교 운영은 불가능하다”라며 “줄어드는 학급 수에 타지역으로 발령 내는 교사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명태와의 전성기는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고성군은 지금 존립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군은 자연과 관광 자원 활용 가능성에 집중했다. 고성군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살려 생태계 보전을 활용해 지역 발전에 주력했다. 군은 해양 누리길, 거진등대 공원 유원지 조성 사업 등을 통해 관광객 및 인구 증가 방안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동해안 최대 규모의 석호인 화진포를 활용해 ‘국가 해양 생태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화진포 박물관에서 20년 넘게 근무해 온 임희경(52) 씨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 한물간 사업은 끝내고 새로운 사업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 인적이 없는 고성군 명태 공장의 모습.

ⓒ 강원고성신문

기후 변화로 떠난 명태의 빈자리는 새로운 농업이 채웠다. 고성군 일부 농가는 제주도 및 남부 해안 지방에 재배되던 키위 재배를 2017년 시작했다. 이에 군은 2020년 시범 사업으로 묘목과 재배시설 등의 과원 기반 조성과 재배 기술 교육을 지원했다. 경북과 충청 지역에 산지를 둔 사과 역시 고성군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고성군은 증가하는 사과 수확량을 바탕으로 향후 지역 주산품으로 가꿀 계획이다.

어업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고성군은 해안선 70km를 활용해 육상양식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남해안에 축소된 양식 산업을 동해안의 기회로 잡은 것이다. 군은 수심 200m 이하의 바닷물이자 특산물인 해양심층수를 활용해 양식 산업을 확장 중이다. 군 내 학교 역시 신입생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 거진고등학교는 신입생 홍보 전담 부서를 따로 마련해 전국 단위 모집으로 학생 확보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고성군은 지역 산업 몰락과 함께 소멸 위기를 맞이했지만, 변화를 받아들였다. 새로운 대응에 대한 실효성은 고성군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차별화된 지역 발전 수립을 통해 고성군 신성장동력 구축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한때 연인의 불꽃처럼 타오르던 명태는 추억이 되었다. 고성군은 떠난 연인을 붙잡던 시간을 교훈 삼아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고 있다. 이는 사라진 명태의 몸부림처럼 사활이 걸린 고성군의 몸부림이다.


 

ⓒ 강원고성신문

 

※이 글은 고성 출신으로 현재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3학년에 재학중인 신예진 학생이 학부 과제로 작성한 것입니다. 고향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명태가 사라진 이후 찾아온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어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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