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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새해를 맞이하며

금강칼럼 / 박봉준 칼럼위원 (시인 )

2025년 01월 08일(수) 11:30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한바탕 거대한 회오리가 일고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어제 아침에 뜬 해와 새해 첫날에 뜬 해는 물리적으로 다를 바가 없으나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 첫날 출발선에 선 각오나 다짐은 아무래도 평소 때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마음먹고 세웠던 목표나 계획이 그야말로 작심삼일로 끝났거나 중도에 포기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실패는 했으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역경을 이겨내고 숱한 실패 끝에 성공한 예는 주변에 차고 넘친다. 경제가 어렵고 세상 사는 일이 힘들수록 새해에 기대하는 마음 또한 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며 선한 마음을 품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에는 기대하는 마음과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새해 첫날과 월요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위험이 크다는 분석 결과도 발표되었다. 일본 도쿄대 국제환경보건학과 김윤희 교수가 이끈 국제 연구팀이 영국의학협회저널 “BMJ”에 발표한 자료에는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의 비중이 더 높게 나왔으며 이는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는 “깨진 약속 효과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높았던 기대와 달리 힘든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우울감과 절망감이 심해서 자살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양력 1월 1일의 천문학적인 의의는 춘분으로부터 약 79일 전이라는 것으로 1월 1일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지구를 중심으로 한 천구상의 태양 궤도 즉, 황도에 기반한 이십사절기나 태음력에서 그믐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의 매월 1일과도 다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레고리력“은 고대 로마공화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력“을 개정하여 기원전 46년에 제정하고 기원전 45년부터 로마의 달력으로 시행한 역법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쓰인 양력(태양력)이다. 로마가 쇠퇴한 이후에도 유럽에서 거의 1,500년 넘게 사용하였으며 1,582년에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수정한 지금의 ”그레고리력“이 제정된 이후에도 일부 국가에서 계속 사용하였는데, 결국 수백 년에 걸쳐 점차 사장되었다.

문헌에 따르면 본래 로마 달력에는 겨울에 해당하는 날짜가 없었고 봄에 해당하는 Martius (오늘날의 March)부터 시작하는 10달짜리 달력을 사용하였는데 로마 2대 왕 누마 폼필리우스가 겨울에 두 달을 앞에다 새로 집어넣었기 때문에 January의 첫날, 1월 1일은 겨울이 되었다. 그러나 봄이 시작하는 March에 한 해가 시작한다는 관념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첫 달 이름부터 1월, 2월, 3월, 이런 식으로 되어 3월이 새해 첫 달이면 이상하게 보이지만, January, February 식으로 되어 있으면 March가 처음으로 시작되어도 하등 이상해 보일 게 없다. 어떤 의미에서 필자는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 다음날을 새해 첫날로 삼는 것도 어떠했을까 생각을 해 본다.

북반구는 겨울, 남반구는 여름

북반구에서는 겨울에, 남반구에서는 여름에 새해를 맞는다. 구체적인 기후는 위도에 따라 다르다. 계절이 없는 열대 지방의 경우 북반구는 건기, 남반구는 우기이다. 북극권에서는 새해 첫날에 해가 아예 안 뜨고 남극권에서는 해가 아예 안 진다. 한편, January 1일의 설정과는 별개로, 새해 첫날을 January 1일로 보지 않는 곳은 여전히 많았다.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는 주님 탄신 예고 축일인 March 25일을 즈음해서 축제가 끝난 April 1일을 새해 첫날로 여기는 곳이 많았다. 16세기에 와서야 January 1일을 새해 첫날로 여기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프랑스에서 이걸 갑자기 바꿔버려서 April 1일에 새해를 쇠는 사람이 바보가 되어버렸다고, 그것이 4월 1일 만우절의 기원이 되었다는 재밌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을사년에 일어난 큰 사건들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1905년 11월 17일 일본의 강압으로 체결된 ”을사늑약“이 떠오른다. 부연해서 설명할 것 없이 한국이 주권을 빼앗기고 식민지가 된 통한의 늑약이다. ”을사사화”는 조선시대의 4대 사화로 사화는 “사림의 화”를 줄인 말로 사림파가 훈구파의 공격으로 크게 피해를 당한 사건이다. 사림파는 쉽게 말해서 온건파로 신진 사대부의 길재를 계승하는 세력이고 훈구파는 신진 사대부를 계승한 세력 중 세조의 즉위에 공을 세운 공신들이다. 을사사화는 중종이 죽자, 왕위 계승을 놓고 벌어진 윤 씨들의 집안싸움이다. 이 밖에도 1905년 을사늑약이 맺어지자, 최익현, 민종식, 신돌석 등이 일으킨 “을사의병”과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기본 관계에 관한 조약”인 한일기본조약이 있다. 국교 정상화와 전후 보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과 일본이 1965년 6월 22일에 체결된 조약으로 현재 한일기본조약에 대한 한일 정부 간의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을사년이 우리 말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이라는 점에서 을사년은 평탄한 적이 없는 해다. 그런 면에서 2025년 한 해도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2025년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로 어떤 곤경에 처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지혜가 높은 영리한 동물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이 거대한 회오리 속에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위기를 전화위복 삼아 더 큰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 본다. 우리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민족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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