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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엄마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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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이야기 / 김지연 간성읍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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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4일(목) 10:00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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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이른 새벽 안개 낀 들판을 가로지르며 작은 마당의 채소밭을 둘러본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고 이슬을 머금은 상춧잎 위로 햇살이 서서히 내려앉는다. 아이가 잠든 방에선 아직 고른 숨소리가 들리고 나는 가만히 주방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신다.
나는 오래전부터 간성읍에 살고 있다. 이제는 고향 같은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종종 말한다. “여긴 지루하지 않아?”, “아이 교육은 어쩌려고 그래?” 나는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한다. 사실, 나도 가끔은 불안하다. 내가 아이에게 저 하늘로 날아갈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고요하고 느린 마을이 아이들의 꿈을 너무 작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 교육은 어쩌려고 그래?”
TV를 틀면 눈이 부시다 반짝이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웃는 연예인들 각종 예능에 나와 자녀 교육 이야기를 쏟아내는 전문가들. 외국어를 능숙하게 말하는 어린아이들. 그 아이들은 방학이면 해외 캠프를 가고 겨울엔 스키를 타러 일본이나 캐나다로 간다. 초등학교도 남다르고 배우는 것도 다르다. “우리 아이는 스팀(STEAM) 교육을 받는다, 초등학교 때 영어와 코딩을 끝냈다”라고 자랑하는 부모들을 보면 잠시 마음이 작아진다.
나는 그런 교육을 해줄 수 없다. 그 시간이 나는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데, 이 세상은 점점 그런 것들을 ‘쓸모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한번은 서울에 사는 지인을 만났는데 그의 딸이 다닌다는 유치원 한 학기 등록비를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우리 가족이 몇 달 동안 먹고사는 비용보다 많았다 그러면서도 매월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나는 속으로 “도대체 아이에게 뭘 얼마나 가르치기에 저렇게 돈이 드는 걸까”라고 되뇌면서도 이내 마음이 무너졌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우리 가족이 너무도 멀리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잠시 흔들어 놓은 것이다.
요즘은 사랑도 계산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결혼하는 자녀의 부모뿐만 아니라 그 자녀조차도 자신의 배우자를 고를 때 인성과 마음보다는 조건 즉 경제적 배경을 본다고 한다. 집은 있는지, 연봉은 얼마인지, 차는 뭘 타는지, 결혼이 사랑이 아니라 계약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주변에 과시하기 위해 결혼식 자체는 화려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쉽게 금이 가고 결국 부서지는 것 같다.
내가 끝까지 믿고 싶은 ‘진짜 교육’
우리 마을에는 아직 그런 것들이 거의 없다. 아니 그런 걸 따질 만큼의 선택지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은 소탈하고 진솔하다. 그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사랑으로 발전한다. 이웃이 고구마 한 봉지 놓고 가면 우리는 다음날 갓 담근 김치를 문 앞에 두고 온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삶은 단순하지만, 그 속에는 역시 단순한 행복이 있다.
나는 내 아이도 우리 마을의 삶을 닮아가길 바란다.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번듯한 직장을 갖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자기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작고 느린 것의 가치를 아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
이곳에서의 삶은 늘 똑같고, 특별한 날도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매일 똑같은 풍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세상이 바라는 스펙은 없을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알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아는 힘을 배운다는 것을. 누군가의 아픔을 지나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는 것을. 그게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그리고 내가 끝까지 믿고 싶은 ‘진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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