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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저울 위의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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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박선애 칼럼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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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4일(목) 06:39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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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세상이 미친 듯 거꾸로 가도 계절은 순리대로 절기에 충실한 것 같다. 3월의 눈 폭탄, 유례없는 산불 재난, 탄핵심판 선고가 끝났고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창을 흔드는 심술스러운 살바람에 팝콘처럼 벌어진 목련 꽃잎이 힘없이 떨어져 내린다. 그 기품 있던 아우라가 이리저리 부딪쳐 초라하게 갈변한 모습으로 잊힐 거라는 생각을 하니 허무하기 짝 없다. 권력과 인기도 그렇다. 정치권이든 연예계든 누군가 ‘별의 순간’을 잡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 연예계는 뜨거운 이슈로 시끄러웠다. 탄핵심판 선고에 묻혀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다. 어린 여배우의 극단적 선택에 얽힌 진실을 밝힘으로써 고인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유가족의 의도에서 비롯된 이 사건의 공격 대상이 인기몰이 중인 톱스타라서 양측의 싸움은 자극적이고 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와 편지가 고스란히 공개되어 인터넷을 도배하고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은밀한 사진이 떠돌아다녔다. 양측이 맞다 아니다를 주장하며 더 자극적인 무기를 꺼내 공격하고 대중도 갑론을박 편을 갈라 싸우느라 바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잘 싸운다
상하좌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잘 싸운다. 그 싸움으로 잘 나가던 스타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귀공자 같던 그의 이미지는 범죄자, 빌런으로 더럽혀졌다.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통편집되고 모든 방송사에서 손절됐으며 수십 개의 광고업체에서는 그의 사진을 내렸다. 해외 팬미팅이 취소되고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가 개봉되지 못했다. 그의 소속사는 2천억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처지가 되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와 협업했던 죄 없는 사람들마저 막대한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
이로써 고인이 된 여배우의 가족이 원하는 대로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싸우는 과정에서 그녀의 사생활도 낱낱이 밝혀지고 가족들도 도마 위에 올려져 수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 결과에 따라 감당할 수 없는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지만 양쪽 모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고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엉뚱하게도 승자는 이 싸움을 주도했던 유튜버 전사들이다.
‘알 권리’, ‘진실과 정의’라고 새긴 그들의 칼에 적군이 죽고 아군마저 죽어 나간다. 폭주하는 폭로와 비례적으로 개인의 부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알 권리를 이용한 어부지리이다. 그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진실과 정의는 퇴색되고 인권은 짓밟힌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의 사생활 보도는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공공의 관심과 인기로 살아가는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그들의 생활이 공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평균인의 수준을 넘어서는 부와 명예, 각종 혜택 등 화려한 환경을 제공하는 대중에게 적당한 사생활 노출은 예의와 도리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대중은 그들이 만든 스타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스타는 일정 부분 생활 모습을 오픈하여 대중의 관심과 기대치를 만족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 패션 아이템 하나가 문화와 상권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발전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 의무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연예인들의 인기 이면에 있을 두려움과 압박감을 이해해야 한다. 왕관은 크기만큼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등은 얼음보다 차갑다. 한 번의 잘못으로 영영 퇴출당한 여러 명의 스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왕관은 크기만큼 무게가 있기 때문
스타를 공중에 띄우는 것도, 끌어내리는 것도 대중의 손이지만 그 힘 있는 손이 숨통을 죄는 나쁜 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술을 떠나 그들도 평범한 사람이므로 인권을 제한하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부적절한 것이다. 소위 사생팬이라고 불리는 스토커들의 선 넘은 관심과 사생활 침해로 인해 스타들은 크나큰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입기도 한다. 결국 단호한 법적 조치를 하거나 연예계를 아예 떠나기도 한다.
누군가가 내 생활의 은밀한 곳까지 엿보고 온 세상에 노출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러니저러니 정죄하고 비난한다면 그 부담을 감당해 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기가 오를수록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이 병들어 동굴로 숨어버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자격 없는 스타에게는 냉정해야 한다. 그러나 검증 과정에서 기본적 권리마저 무너뜨리는 행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균형이 절실하다. 연예인들의 삶은 인권이 존중되는 틀 안에서 대중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공익적 가치도 없는 사생활까지 무분별하게 파헤쳐 이슈를 만들고 가짜뉴스와 마녀사냥을 양산하는 매체에 보다 엄중한 법적 규제와 대중의 엄격한 대응이 요구된다. 공신력 있는 언론사나 기관에서 발행된 뉴스인지 확인하고 팩트를 체크하는 습관, 무분별한 공유에 대한 자제가 필요하다.
높은 곳에서 빛나기도 하지만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유성처럼 사라지기도 해서 스타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추락하는 별에는 날개가 없다. 스타는 인기만큼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도덕성을 장착해야 빛날 수 있다. 대중도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줄 아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언론매체와 유튜버들에게 부탁한다. 부디 윤리와 책임, 공익성을 잊지 마시길. ‘신뢰’라는 소중한 자산과 언론의 가치를 지켜나가길 거듭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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