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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여성은 왜 폐경 이후에도 오래 살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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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나정민 칼럼위원(과학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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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3일(수) 08:55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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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열악한 조건에서 생존 투쟁을 벌이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동물 중에서 ‘늙은 사자’, ‘늙은 사슴’ 등을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동물들은 번식 못 할 만큼 늙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자연은 번식 능력이 없는 개체에 가혹하고 이것이 자연의 기본값이다. 그런데 인간 여성은 폐경하고도 30년 정도를 더 산다. 이것은 자연의 실수일까 아니면 자연의 예외적 계산일까?
지구상의 포유류는 약 6천 종이다. 이 중에서 폐경을 겪는 종은 단 6종(인간, 범고래, 들쇠고래, 거두고래, 일각돌고래, 회 돌고래) 0.1%이다(Samuel Ellis, Nature 627, 2024). 인간과 유전자가 98% 같은 침팬지도 암컷 침팬지는 폐경이 되면 대부분 곧 죽는다. 유전적으로 유사한 종 사이에서 이런 진화론적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침팬지도 폐경이 되면 곧 죽는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얼룩말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1시간 이내에 얼룩말 무리에 섞여 뛰어다닐 수 있다. 그래야지만 포식자로부터 새끼도, 얼룩말 무리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인간 아기는 아장아장 걷는데 최소 1년이 필요하다. 이것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760시간이다. 인간 아기가 걷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얼룩말 아기보다 거의 9천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포유류와 비교할 때, 인간 아기는 가장 무력한 아기이다. 태어나서 걷기는커녕 목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이 말은 누군가가 곁에서 먹이고 재우고 닦아주지 않으면 죽는다는 의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했다는 인간은 왜 자기 DNA를 담은 존재를 이렇게 무력한 존재로 진화시켰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다른 동물의 극명한 차이점 2가지를 알아야만 한다. 첫째는 압도적인 뇌 크기이고, 둘째는 직립보행이다. 인간은 이 2가지 특성 덕분에 언어를 쓰고, 도구를 만들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2가지 특성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우선 뇌가 큰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서는 인간 여성의 골반은 넓고 산도는 커야 한다. 반면에 직립보행으로 멀리 걸으려면 골반은 작고 단단해야 한다. 만약 골반이 넓으면 걸을 때마다 힘이 세어 나가서 뒤뚱거리게 된다. 이런 산과적 딜레마를 자연은 ‘미성숙한 아기 출산’으로 해결했다. 인간 아기는 뇌가 절반쯤 자란 미성숙한 상태로 엄마의 좁은 골반을 통과해서 세상에 나오고 나머지 절반의 뇌는 태어나서 한참 걸려 완성된다. 즉 인간은 똑똑해지기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고 오래 돌봐야 하는 아기를 낳게 되었다.
손 많이 가고 오래 돌봐야 하는 아기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7살의 인간 여성은 지금 막 아기를 낳았는데, 그 옆에는 아장아장 걷는 2살짜리 아이 그리고 또 그 옆에는 아직 사냥이 서툰 7살의 아이가 있다. 이 아이들 모두 돌봄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서 다른 포유류는 돌봄이 필요한 세끼를 연달아 낳지 않는다. 대다수 포유류는 새끼가 독립하게 되면 새로운 새끼를 낳는다. 이에 반해 인간 아이들은 아주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돌봄이 필요한 자녀들이 서넛씩 겹치게 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엄마만으로는 양육이 감당이 안 된다. 물론 아빠가 있기는 하지만, 아빠는 매머드 사냥을 나가면 1달 이상 집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 문제를 진화는 ‘생식 능력이 없는 나이 든 여성’을 통해 해결했다. 만약 선사시대에 노령의 여성이 폐경 대신에 생식을 선택했다면, 우선 출산 과정에서 죽음에 이르기가 쉽다. 그리고 어떻게 어렵게 출산에 성공했다고 해도 자기 자녀를 키우려면 자기 손자들을 돌볼 여력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자기의 손자들의 생존 능력은 떨어진다.
이런 갈림길에서 자연은 나이 든 여성의 생식 능력을 퇴화시키고 대신에 자기 유전자를 가진 후손을 돌보는 방향을 선택했다. 즉 여성은 폐경을 통해 절약된 에너지를 자기 후손을 돌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렇게 되면, “번식을 멈춘 여성이 자기 유전자를 더 많이 남긴다(Lahdenpera, M, et al., Nature 428, 2004).”는 역설이 성립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역설이 과학적으로 타당성을 갖는지에 대해 다음 회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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