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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 자연의 반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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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 박선애 칼럼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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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1일(수) 09:11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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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원고성신문 | 지난 8월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는 대규모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손실을 초래했다. 가옥과 도로가 무너지고 농경지가 유실됐으며,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반 만인 10월 11일, 네팔에서 또다시 돌발 홍수가 발생했다. 산사태로 강물이 막혔다가 물길이 터지면서 마을과 교량, 수력발전 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다.
두 차례의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무너진 건물만이 아니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절망도 함께 남았다. 첫 번째 재난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반복된 비극은 기후위기의 위험을 다시금 일깨웠다. 그런데도 나는 첫 번째 재난 때만큼 놀라지 않았다. ‘또다시 일어난 남의 나라의 재난’쯤으로 여기며, 안타까워하면서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내 모습이 낯설고 씁쓸했다.
두 차례의 재난이 지나간 자리
두 차례의 재난이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별 재난과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밝히려면 과학적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빙하와 산악 환경을 변화시키고 여러 재난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네팔과 같은 산악 국가에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삶과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재난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일과 별개로, 그 위험을 키우는 요인에 주목하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네팔은 국제사회에 원조가 아닌 배상을 요구했다. 내가 이 비극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그 요구에 담긴 질문이다. 왜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가 그 피해까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가.
네팔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전 세계에서 극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산업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국가들이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기여는 작지만 그 피해에는 취약한 국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과 그로 인한 피해가 공평하게 나뉘지 않는 현실, 이것이 네팔이 제기하는 기후 정의의 핵심이다.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은 국가가 국제사회의 선의에 의존해 복구를 기다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네팔의 요구는 책임과 정의의 문제
나는 이 주장이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후변화와 개별 재난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국가별 법적 배상 책임을 확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제기금을 통한 지원과 특정 국가의 법적 배상 책임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책임 규명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피해국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과 각국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피해 복구와 기후 적응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네팔의 요구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책임과 정의의 문제로 바라보라는 호소다.
네팔의 비극 앞에서 우리 역시 반성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동안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과 과도한 소비로 지구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그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네팔의 무너진 마을을 다시 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위험을 줄이고 대비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이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확대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들이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재정과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조기경보 시스템과 대피 체계를 강화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개인의 실천 역시 필요하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작은 행동이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노력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 국제사회가 함께 책임을 나누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국경이 없고, 책임과 피해는 공평하게 나뉘지 않는다. 그렇기에 네팔의 대홍수는 먼 나라의 불행으로 끝날 수 없다. 자연이 인간에게 복수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은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그런데 우리는 그 경고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무너지는 길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깊은 성찰에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결단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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