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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고기를 잡아 생활을 이어가는 바다…

북방어장 개방 맞춰 언론사 동행 취재
속초해경 협조로 조업과 경비 활동 살펴

2026년 10월 28일(수) 08:06 [강원고성신문]

 

↑↑ ◇일행은 경비정을 타고 북방어장으로 향했다.

ⓒ 강원고성신문

10월 7일 새벽 5시 13분. 취재진을 태운 속초해양경찰서 P-20 경비정이 거진항을 출발했다.

최근 지뢰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속초해양경찰서가 북방어장 개방에 맞춰 언론사의 동행 취재를 허가하면서 동해안 최북단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승선에 앞서 신경진 속초해경서장은 “최근 대북 상황을 고려해 최북단 어장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군·육군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조업선의 위치와 해상 상황을 확인하는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어민들의 조업과 경비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주변은 아직 어두웠다. 배에 오를 때는 항구의 풍경보다 승선을 돕는 해경의 손길과 경비정의 불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는 고성 어민들에게 익숙한 일터이지만 군과 해경의 보호 아래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동해 최북단 바다였다.

↑↑ ◇속초해경 경비정이 어로한계선(녹색등)을 기준으로 어선들을 바라보며 경계를 하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오전 6시쯤 저도어장에 도착하자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해안과 산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쪽에서 떠오른 해가 물결을 붉게 물들였다. 함께 탄 군부대 관계자가 해안 쪽으로 손을 뻗어 지형을 설명했다. 통일전망대와 낙타봉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던 풍경을 이번에는 바다에서 마주했다. 통일전망대에서 북녘 해금강으로 이어진 해안선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오전 6시 30분쯤, 점호를 마친 어선들이 전속력으로 저도어장에 도착해 각자의 포인트를 찾아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저도어장에 입어한 어선은 총 46척, 북방어장에서 조업한 어선은 6척이었다. 기자의 눈길이 북녘 해안에 머무는 동안 어민들은 문어를 잡을 자리를 찾아 조업을 시작했다.

저도어장은 현내면 저진리 앞바다의 15.6㎢ 해역이다. 1972년 4월 처음 개방됐으며,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 고성지역 어민들에게 조업이 허용된다. 문어와 해삼, 홍합 등이 풍부해 ‘황금어장’으로 불린다. 다만 개방 기간에도 날씨와 해상 상황에 따라 출어 여부가 달라진다.

바다에는 저도·북방·삼선녀어장 등 동해 최북단 3대 어장이 자리한다. 외해 쪽으로 펼쳐진 북방어장은 204㎢ 규모로 1968년 이후 폐쇄됐다가 2001년 다시 개방됐다. 조업 기간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과거 명태 어장으로 이름났으며 도루묵과 임연수어, 홍게·대게 등이 잡힌다. 10월에는 저도어장과 북방어장의 조업이 함께 이뤄진다.

↑↑ ◇북방어장으로 향하는 어선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 강원고성신문

저도어장 북쪽에 있는 삼선녀어장은 삼선녀바위 부근 500m 이내의 수역(면적 0.6㎢)으로 해삼과 전복, 홍합, 성게 등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어장이다. 1998년 처음 개방된 이후 기상과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해 하루에서 며칠씩 한시적으로 문을 열어왔다.

현장에서 처음 만난 이홍준 선장은 주황색 작업복 차림으로 작은 배 위에 서 있었다. 조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문어는 잡지 못했다. 배에는 조업 도구와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이 선장은 “오늘 물의 움직임이 적어 조업이 좋을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저도어장인 만큼 기대를 갖고 나왔다. 가장 큰 바람은 많이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땅을 가까이 두고 일하는 것이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해경이 지켜주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철수하기 때문에 큰 이상 없이 조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본격적인 조업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홍준 선장.

ⓒ 강원고성신문

그 말을 듣고 주변 바다를 다시 살폈다. 어민이 의지하는 안전망이 눈에 들어왔다. 해안의 초록색 등화는 어선들이 넘지 말아야 할 어로한계선을 알려주고 있었다. 해경 함정은 한계선 부근에 정박해 우리 어선들을 바라보며 조업선의 위치와 움직임을 살폈다. 어선들이 선을 넘지 않도록 경계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해군 함정은 좌우측 해역을 넓게 오가며 경계근무를 이어갔다. 고성군수협 지도선은 한계선을 따라 움직이며 어선들을 안내했다. 해경이 조업선을 살피고 해군이 주변 바다를 경계하는 사이, 수협 지도선은 어선 가까이에서 조업을 도왔다. 배들의 서로 다른 움직임에서 민·군·경이 맡은 역할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만난 이정후 선장의 배에서는 문어가 올라왔다. 선장이 파란 장갑을 낀 두 손으로 문어를 들어 보였다. 길게 늘어진 다리와 줄지어 붙은 빨판이 햇살에 또렷했다. 북녘 풍경을 향하던 본지 기자의 관심도 문어로 옮겨갔다. 이 선장은 “이 문어는 4~5㎏ 정도로 큰 문어는 아니다”며 “큰 거 잡으면 알려드릴게요”라고 말했다.

↑↑ ◇이정후 선장의 배에서는 문어가 올라왔다. 선장이 파란 장갑을 낀 두 손으로 문어를 들어 보였다.

ⓒ 강원고성신문

첫 문어를 기다리는 이홍준 선장과 더 큰 문어를 기대하는 이정후 선장. 두 사람의 관심은 오늘의 수확에 있었다. 접경 해역의 긴장을 살피러 온 기자에게 이들은 저도어장이 매일 고기를 잡아 생활을 이어가는 바다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북쪽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취재 당시 북한 함정이나 조업하는 북한 어선은 보이지 않았다. 신경진 서장은 북한에서도 함정의 호위 아래 어선들이 조업한다고 설명했다. 그날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북쪽 바다 역시 어업인들이 조업할 때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해역이었다.

해가 높아지면서 바다의 붉은빛은 옅어졌다. 우리 어민들은 문어잡이를 계속했다. 그 곁에서는 해상과 육상의 감시, 관계 기관의 연락체계가 맞물려 움직였다. 동해 최북단의 조업 현장은 민·군·경의 긴밀한 공조와 빈틈없는 경계태세 속에 유지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올여름 취재차 다녀온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가 떠올랐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 나라를 오가는 동안 국경 때문에 발길을 멈출 일은 없었다. 길은 이어졌고,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일하고 여행했다.

이곳에서는 같은 말을 쓰고 오랜 역사와 문화를 나눈 사람들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오가지 못한다. 남과 북에 여전히 ‘고성’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지만 눈앞의 해안으로 건너갈 수는 없다. 낯선 유럽의 국경은 쉽게 넘었는데 북녘 고성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바다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은 어선의 항로뿐 아니라 사람들의 만남도 가르고 있었다.

↑↑ ◇북진부대 관계자가 해안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강원고성신문

경직된 남북관계 속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은 생업과 안전을 함께 걱정한다. 이날 어민들이 문어잡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주변을 지키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온해 보이는 바다의 일상 뒤에는 경계와 보호가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두 선장의 말이 떠올랐다. 많이 잡고 싶다는 바람, 큰 문어를 잡으면 알려주겠다는 약속. 오늘의 수확을 싣고 무사히 돌아와 내일도 바다에 나서는 일. 그 하루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언젠가 남과 북의 어민들이 서로의 배를 경계하는 대신 “오늘은 얼마나 잡았느냐”고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은 ‘고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눈앞의 바다가 서로를 갈라놓는 경계보다 삶을 이어주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성낙규 기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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