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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소설가의 마을

2011년 05월 30일(월) 15:14 10호 [강원고성신문]

 

↑↑ 최광호 편집국장

ⓒ 강원고성신문

중국 작가 김용이 지은 소설 ‘영웅문’은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웅문’은 송나라에서 원을 거쳐 명나라로 이어지는 중국의 역사에 곽정, 양과, 장무기 등 개성 강한 가상인물들을 등장시켜 선악의 대립 구도 속에서 마침내 선이 승리하는 통쾌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등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 ‘영웅문’을 원작으로 한 영화만도 50여편이 넘으며, 온라인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재미있고 교훈적인 작품이다.

진정한 영웅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아

‘영웅문’의 주제는 진정한 영웅이란 칭기즈칸이나 주원장 등 역사에 기록된 인물들이 아니라,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거나 독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는 등의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의롭게 살다간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번 휘두르는 장풍에 수십명이 쓰러지는 등 허황되고 현실성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도 바로 이런 주제의식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죽왕면 오봉1리에 본적을 둔 필자는 그동안 속초와 춘천에서 생활하다 지난 1월초부터 간성읍으로 주소를 옮겨 살고 있다. 영웅문의 주인공들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나름대로 의롭게 살고 있다. 인간의 미래를 쉽게 장담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남은 생애를 이곳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고성군은 화진포 일대의 고인돌과 동호리의 신석기 유적에서 보여지듯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던 역사 깊은 지역이다. 또 비록 지금은 남북분단으로 인해 북에 속해 있지만, 금강산이라는 세계적인 명산과 청간정 등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수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한 전통 있는 고장이다.
그런데 약 100여일간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지역은 역사와 전통이 깊은 고장에 걸맞지 않게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많아, 지역발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소문은 우리가 흔히 ‘소설을 쓴다’고 할 때처럼 거의 소설에 가깝다. 그래서 고성지역을 ‘소설가의 마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이들 소설가들은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이 무색하게 나무를 때지 않아도 연기가 나게 만드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다.
한 남자가 지나가는 한 여자가 떨어뜨린 머리핀을 주워서 전해줬다. 다음날 소설가는 이들이 불륜관계였으며 사실은 고등학생인 딸을 뒀다는 소설을 발표한다. 이어 다른 소설가는 사실 그 학생은 모 고등학교 2학년 3반에 다니며, 학교 성적이 10위권 안에 들고, 머리가 단발머리라는 데까지 밀고 나간다.
이어 또다른 소설가는 그 학생의 키가 160cm 정도이며, 눈에 쌍거풀이 졌으며, 얼굴이 창백하다는 내용까지 삽입한다. 그리고 마지막 소설가는 최초 머리핀을 주워서 전해준 남자가 알고 보니 자신의 딸인 그 학생과도 불륜관계를 맺고 있더라고 쓴다.
이런 소설들은 감동을 주는 게 아니라 불쾌감을 준다. 또 오랫동안 수행을 쌓아온 사람조차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며, 의로운 사람을 악인으로 묘사하는 등 선악을 구별하기 어렵게 한다.

의로운 사람을 악인으로 만드는 ‘소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작가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쓴 소설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는 과정에서 논점이 변해 전혀 다른 이야기로 회자될 경우, 자신이 초안을 잡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소설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시(예술)는 절대진리인 ‘이데아’를 모방한 것으로, 이데아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므로 이상적인 국가에서는 필요가 없다고 봤다. 그래서 그는 ‘시인추방론’을 역설했다.
반면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시(예술)가 모방이기는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므로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봤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금 고성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소설’을 접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진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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