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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국 칼럼/측은지심이 사라진 내 삶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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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07일(화) 10:47 17호 [강원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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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선국 칼럼위원(시인, 죽왕면장) | ⓒ 강원고성신문 | 가끔 살고 있는 바닷가를 떠나 상경하면 시골촌부는 늘 당혹스럽다.
차분하고 조용한 시골과 전혀 다른 느낌의 낯선 도시 풍경이 어쩜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선 문명의 상징인 고층빌딩 숲 앞에서 기가 질리고 복잡한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와 버스터미널을 나서자마자 거리에 넘쳐나는 인파에 또 한번 놀란다.
거리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고간다.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없지만 번화한 도심에 너울처럼 무리지어 오고가는 사람들, 전철역사와 터미널 건물 앞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사람들, 시골도랑의 옹고지 떼처럼 교통신호를 기다리다 황급히 길을 건너며 어깨를 부딪치듯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에 이어폰을 꽂고 무심히 걷는 사람들, 그저 앞만 보거나 휴대전화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가는 사람들, 이 도심의 모든 풍경은 언제나 썰렁하고 낯설기만 한 것이다.
또 다른 풍경이 있다. 도심 지하철 부근의 전경이다. 언제나 하루 온종일 낯선 사람들이 쉼 없이 드나드는 역사부근엔 삭막한 도심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심금을 울리는 애잔한 대중가요도 들려오고 교회의 찬송가도 들려오고 심지어 절간의 목탁소리도 가끔 들려온다. 그리고 어둔 계단 한 켠에 쭈그리고 앉아 동정어린 적선을 간절히 기다리는 초췌한 사람들의 모습도 접할 수 있다.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전철에 몸을 실으면 그곳도 북새통은 역시 마찬가지다. 낡은 카세트에서 들려오는 구성진 가락의 대중가요도 있고, 절규처럼 외쳐대는 간절한 복음과 구원의 메아리도 있고, 탁한 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장애우도 가끔 만난다. 또 차안 이동노점상들의 모습도 같다. 이렇게 지하전철 속의 사람 숲은 언제나 전쟁터 같은 치열한 도시 삶의 현장이다.
이 모든 것이 촌부에겐 이국같이 낯선 모습. 풍요로운 우리 사회의 그늘이 그곳에 그렇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 사랑과 나눔이 무엇보다도 필요하지만 대부분 늘 아예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려 버리는 순간 정말 부끄럽고 당혹스럽다. 떳떳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비겁하다는 생각을 내내 지울 수 없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사라진 것이다. 정말 춥고 삭막한 겨울이다.
맹자의 공손추편(公孫丑篇)에 있는 말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짐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無惻隱之心非人也無羞惡之心非人也無辭讓之心非人也無是非之心非人也. 惻隱之心仁之端也羞惡之心義之端也辭讓之心禮之端也是非之心智之端也>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선물로 받은 사진집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에는 우리들의 지나온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거리의 사람들, 까만 눈망울의 때 절은 아이들, 주름 깊은 노인의 모습 등에서 까맣게 잊고 지낸 모습이 낯설지 않음이 부끄럽다. 고무 옷으로 하반신을 감싼 장애우가 길바닥을 달팽이처럼 쓸고 갈 때 옆을 스치는 이들의 무표정한 얼굴들, 그 사진을 바라보다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 오지 수단 톤즈에 온몸을 던졌던 고 이태석 신부님의 숭고한 사랑과 나눔의 감동 다큐멘터리‘울지마 톤즈’를 기억한다. “소외된 우리 이웃에게 여러분의 온정을 주십시오.” 외침에 어정쩡하게 몸을 돌려 도망치듯 지하도 출구로 빠져나온 행동에 스스로 화가 났다. 그 사진집의 무표정한 얼굴들과 내가 무엇이 다른가. 선뜻 나누지 못하고 그들을 따뜻하게 품지 못하고 간절한 소망을 애써 외면하고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낀다.
이렇게 부끄러운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서 염치없지만 순후한 정이 넘치는 봄 같이 따뜻한 시골풍경이 그립다. 휴머니즘과 아카페적 사랑, 구도자의 열정이 꽃피는 그런 사람 사는 세상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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