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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는 기술이 아니라 정신세계 표현”

차 한잔을 나누며/남전(南田) 원중식(元仲植) 선생…현내면 죽정리 ‘죽정서루’에서 서예 외길 인생 마무리

2011년 10월 05일(수) 15:41 32호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서예는 기술이 아니라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야든 기예만 닦아서는 경지에 도달할 수 없어요. 나아가 정신적인 부문과 삶이 연결되어야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예가로 일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남전(南田) 원중식(元仲植) 선생(71세, 사진)은 현내면 죽정리에 위치한 ‘죽정서루’에서 자연과 벗 삼으며 50여년간 걸어온 서예 외길 인생을 마무리하고 있다.
“사실 죽정리에 터를 봐둔 것은 47세 되던 해였습니다. 그동안 서울을 떠나 인제와 속초에서 생활했지만, 최종 목적지는 죽정리였던 셈이죠. 인생 만년에는 직접 꽃 한송이라도 키우면서 살고 싶었어요. 자연과 서예가 연결될 수도 있고요.”
선생은 고성에 정착한 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대신 자연을 벗 삼으며 산책하고 사색하고 독서하면서 보내고 있다. 다만, 경동대학교 석좌교수 겸 문화원장으로 활동하며 일주일에 하루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은 꾸준히 하고 있다.

인제 미산계곡·속초 거쳐 죽정리 정착

1941년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선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인천박물관장으로 재직하던 검여 유희강을 만난다. 박물관 주최로 개최된 경기도내 중고교생 미술대전에서 검여로부터 2등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후 서울대 농학과에 입학해 동기들과 서예반을 구성하고 여름방학 때부터 검여를 찾아가 서예를 배웠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사제지간은 검여가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이어졌다. 특히 검여가 1968년 중풍으로 쓰러진 후 왼손으로 다시 붓을 잡아 재기하고, 1976년 세상을 뜰 때까지 보필한 일화는 유명하다. 1983년에는 검여 묘비 제막식과 유고서집까지 발간하는 등 스승에 대한 지극한 정성은 아직까지도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검여 유희강의 웅강한 서체를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남전 원중식 선생은 국전에 5회나 입상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국전 서예 심사위원과 현대미술관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50세 때인 지난 1990년 돌연 과천서울대공원 식물과장직을 사직하고, 인제군 내린천의 미산계곡으로 들어가 10년간 생활한다. 이 기간 동안 선생은 스승 검여와는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서예세계를 이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후 속초에서 5년을 생활한 선생은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2004년 7월 부인 강석인 여사와 함께 죽정리에 정착했다. 10년을 저축해 주택과 논밭을 마련했다. 주택 1층은 살림방으로, 2층은 후학들을 가르칠 수 있는 넓은 서실로 꾸미고 ‘죽정서루’라 이름지었다.
그러나 고성에서의 생활이 계획대로 된 것만은 아니었다. 선생은 죽정리에 정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장암 판정을 받고는 항암치료를 하느라 논에 심어둔 연을 보살피지 못하고, 미진했던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선생은 어려서 한문공부를 하지 못하고 서예공부도 늦게 시작한 것이 칠순의 나이인 지금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어려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대부터 스승을 찾아가서 서예를 배웠지만, 사실은 늦은 것이죠. 서당공부를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선생은 서예는 물론이고 어느 분야든 어려서부터 기초를 쌓는 게 중요하고, 자연과 벗삼으며 생활하는 게 예술가로 성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런 신념 때문에 서울에 사는 손자를 대진초등학교에 2년간 다니도록 하기도 했다.
선생은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토요일 수업이 완전 없어지면 경동대 문화원에서 지역 초등학생 1~2학년 20여명을 선발해 2년 코스로 ‘서예로 배우는 그림 한자’라는 강좌를 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서예로 배우는 그림 한자’ 강좌 열 계획

서예와 함께 금석학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선생은 지난 5월 경동대 우당도서관 준공 기념으로 자신이 그동안 보관해온 국내외의 귀중한 탁본자료를 공개하는 ‘금석탁본전’을 개최했다.
특히 사람, 배, 고래, 거북이, 호랑이, 곰, 사슴, 멧돼지, 여우, 토끼, 고래잡는 광경, 그물, 사냥장면 등 75종 200여점이 새겨진 ‘반구대 선사시대 암각화’는 1981년 직접 탁본한 것이어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반구대 선사시대 암각화’는 국보 제285호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잠정 등록된 3천여년전의 귀중한 자료다. 선생의 탁본은 현재 경동대 도서관 2층에 전시돼 있다. 금석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풍화작용에 의해 쉽게 훼손되기 때문에 초기 탁본은 금석학에서 그 가치가 대단히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예는 모필의 일회성과 단순한 먹의 검은색과 맞물리면서 정신세계를 발전시켜온 것입니다. 문자와 병행해서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서양의 회화와는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최광호 기자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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