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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숙녀와 규방처자, 덕 있는 선비 같은 곳

김광섭의 고성이야기 <33> 역사와 명소를 찾아서② 선유담(仙遊潭)Ⅱ 두 편의 기문(記文)과 한시(漢詩)

2011년 11월 22일(화) 08:16 39호 [강원고성신문]

 

↑↑ 옛 정자가 있던 자리.

ⓒ 강원고성신문

↑↑ 홍경모의 동성주절록.

ⓒ 강원고성신문

ⓒ 강원고성신문


선유담은 간성 읍내에서 남쪽으로 7번국도 따라 차로 6분 거리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서쪽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토지조사부(1916년 1월30일 작성)에 의하면 공현진리 401번지 지소(池沼)로 지정해 놓고 있다. 평수는 9,609평(31.765㎡)이며 국유지로 되어 있다.
과거에 수려한 경관으로 수많은 사대부 시인 묵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 연못은 일제강점기 무렵 동해북부선 철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거의 매몰되었다고 인근에 사시는 촌로들이 말한다. 어떤 한 노인 분은 당신이 어릴 때 회상하면 아담하고 그윽하여 너무나 아름다웠으며 철새들로 연못에 가득하였다고 한다.
동해안 지역의 호수를 가리켜 석호(潟湖)라고도 한다. 지리교사 이우평의 『한국지형산책』에서는 “산지에서 하천을 타고 운반, 퇴적된 모래가 연안 조류와 파랑 작용으로 사주를 형성하고, 이어 사주가 성장하여 만의 입구를 막아 바다와 격리된 호수들을 말한다. 동해안 대부분 석호가 이런 과정에서 형성된 자연호수이다. 해안 지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략적으로 3,000년 전”이라 말한다.
선유담은 석호에 비하여 어느 시기에 만들어진 연못인지 확인 할 수 없다. 다만 문헌에 나타난 바에 의하며 1330년 강릉도 존무사 지낸 안축의 경기체가 『관동별곡(關東別曲)』 작품에서 엿볼 수가 있다. 여기에 실린 두 편의 기문(記文)에서 선유담의 진면목(眞面目)을 엿볼 수가 있다.
이의숙(李義肅, 생몰년미상)의 선유담기(仙遊潭記)= 조선후기의 문신인 이의숙의『이재집 권4』에는 가야산(伽倻山)·계룡산(鷄龍山)·팔공산(八公山)·금강산(金剛山)·삼각산(三角山) 등 42편이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 전국의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보고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고 고적을 소개한 것이다.
「금강평(金剛評)」은 1790년 가을에 금강산 일대를 11일간에 걸쳐 두루 구경하면서 사찰·고적·누대 등을 평한 것이다. 금강산 입구의 장안사(長安寺)를 비롯하여 간성지역까지 34곳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간성의 선유담 기문을 살펴보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흔히 바닷가 언덕(砂丘)을 가리켜 호수(潟湖)라고 부른다. 혹은 포구와 서로 이어져 바람과 파도가 소용돌이쳐 넘어 화진포(花津浦), 감호(鑑湖), 삼일포(三日浦) 모두가 그러하다. 독특하게 선유담(仙遊潭)은 다른 호수와 달리 스스로 이루어 바다를 이어받지 못하였다. 너그럽고 둥근모양은 치우지지 않고, 서남쪽과 북쪽 둘레는 모두가 산기슭이다. 앞으론 모래언덕에 가리어, 낮고 평평한 여장(女墻, 나지막하게 덧쌓은 담)은 무리를 이루었으며, 언덕 위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심어졌으며 밖으론 담청(淡靑, 엷은 파란빛)이 가느다란 눈썹 모양으로 한 것이 바다이다. 작은 기슭은 남쪽으로부터 호수로 들어와서, 아름다운 구조로 이루어져 반쯤은 기슭에 의지하고, 반쯤은 호수에 떠 있는 것이 가학정(駕鶴亭)이라 부른다. 난간에 기대어 사방을 둘러보아도, 이곳에 들어와 있는 연유를 알지 못하는데, 논자가 이르기를 그윽하고 한가로운 요조숙녀(아리땁고 얌전한 여자)와 규방에 처자(處子, 처녀)같다고 한다. 밖으론 어둡고 안으로 밝으며, 숨어 지내는 덕(德) 있는 어진 선비와 같다고 하니, 그 말씀이 옳은 것 같다.”
홍경모(洪敬謀)의 가학정기(駕鶴亭記)= 『동성주절록(東省駐節錄)』 필사본 1책은 홍경모(洪敬謨, 1774-1851)가 지은 것으로, 1825년에 강원도관찰사를 지내면서 금강산, 설악산을 비롯한 강원도 일대를 순시하고 남긴 시문 모음집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선유담은 간성군(杆城郡) 남쪽 10리에 있다. 산록이 빙 둘러 골짜기를 이루었으며, 골짜기 가운데 담(潭, 연못) 있어 선유(仙遊)라고 한다. 둘레가 가히 수십 평이다. 남쪽 산기슭의 한 갈래가 연못 가운데로 쑥 들어가 꼭대기에는 평탄하여 앉을 수 있다. 그 위에는 작은 정자를 말하기를 가학(駕鶴)이라고 한다. 오래 된 소나무 몇 그루가 규룡(구불구불하게 불어져 나오며 검붉은) 상태이며, 바람이 일면 맑고 깊은 소리가 들을 만하다. 기이한 봉우리 나와 계단을 이루었으며, 그 그림자가 물가에 흔들리고 모래사장에는 소나무 숲이 그늘을 이루고 해문(海門)을 비친다. 언덕위에는 척촉화, 두견화가 많으며, 수중에는 순채(蓴菜), 고기와 새가 풍부하다. 그윽하고 깊어서 요조숙녀와 같은 고요한 처자(處子)에 비유되기도 한다. 세상에 전하기를 영랑(永郞)의 무리가 항상 이곳에서 놀았다 하여 그런 이름이 생겼다고 전한다. 옛 이름 유한정(幽閑亭)이라고 한다.
가학정 기문에는 구사맹과 최립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1589년(선조 22)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팔곡(八谷) 구사맹(具思孟, 1531~1604)의 시(詩)

水有蓴絲渚有蘭 못 위엔 순채 줄기 못 가엔 난초 돋고
護亭松蓋碧團團 정자 두른 솔숲엔 푸르름이 더하네
須知暗合幽閑意 은근히 맺은 그윽한 뜻 알아야 하기에
喚作深閨處子看 깊은 규방 처자 불러 보여 주리라

1603년(선조 36) 간성군수 간이(簡易) 최립(1539~1612)의 『간이집 8권 동군록(東郡錄)』 시(詩)

선유담(仙遊潭)에서 노닐며 2수(二首)

海色潭光隔一陂 비탈 하나 사이로 바다와 연못 함께하니
無風兩段碧琉璃 바람 잔 두 물빛 푸른 유리 같아라
安能直似仙遊日 어찌하면 신선들 노닐던 바로 옛날 같이
來往?同大小池 크고 작은 연못을 왕래할 수 있을까

仙遊潭上獨遊時 선유담 위에서 나 홀로 노니는 때
鳥度雲移把酒치 새와 구름 벗 삼아 잔을 든다네
一兩白鷗如識我 두어 마리 백구가 나를 알아보는 듯
沈浮來去故依遲 떴다 잠겼다 오가며 곁을 지킨다오
이 정자에 올라서서 연못(潭)을 바라보면 경치가 이와같다


↑↑ 김광섭 칼럼위원(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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