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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국 칼럼 / 제행무상(諸行無常)

2012년 05월 22일(화) 17:14 62호 [강원고성신문]

 

↑↑ 이선국 칼럼위원(토성면장)

ⓒ 강원고성신문

최근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의 일부를 잃어버린 일이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면 컴맹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컴퓨터가 일상화 되었다. 언제인가부터 가끔씩 작성하는 비망록을 워드로 편집해 컴퓨터 파일로 저장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내 파일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본의 아니게 많은 자료와 기록들을 파일로 보관하게 되었다.
심지어 예전에 두터운 앨범에 보관하던 많은 사진들도 이젠 컴퓨터의 파일로 보관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은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된 지금의 세시풍속이기도 하지만 우선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컴퓨터 파일들은 지금 내게 어느 자료들보다도 소중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에 저장된 중요한 자료 잃어버려

그런데 며칠 전 컴퓨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의 일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료를 복사해서 옮기면 그대로 모두 저장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새로 저장된 자료를 찾았더니 복사된 자료가 절반이상 옮겨지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기계적 오류인지 운영자의 착오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기록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전에 사용하던 내 컴퓨터의 저장장치도 이미 없었진 상태였다. 황당했다. 물론 복구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일부 복구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내 기록들이 나를 등지고 떠나 버린 것이다.
우리의 뇌에 저장된 기억들도 7분마다 지워진다고 한다. 모든 사물은 영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잃어버리는 것이 그리 큰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막상 애지중지하던 자료를 잃어버리고 난 후 정말 섭섭하고 아쉬움도 컸다. 아무리 마음을 접고 포기한다고 해도 잃어버린 자료들에 대한 아쉬운 기억은 금방 지워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빛바랜 학창시절의 기록들도 잃어버렸다.
초등학교 다닐 때 비교적 상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학년수료식 때마다 상을 받았고, 저축우수자에 대한 표창장도 받았다. 가난했던 60년대 저축우수상을 받기가 쉽지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부모님의 덕분으로 용돈의 적립이 가능했고, 저축상도 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이렇게 매년 상을 받는 아들을 늘 대견스럽게 생각하셨다. 어쩌면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얻은 늦둥이 아들의 상장 보는 것이 보람이고 기쁨이 아니었을까. 더러는 상장을 작은 액자에 넣어 자랑스럽게 걸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가세가 기울어 이사할 때는 돌돌 말아서 장롱 속에 관리했다. 이렇게 우등상, 개근상 등 상장과 표창장, 졸업장, 심지어 학창시절의 성적과 기록이 빼곡히 적힌 생활통지표까지 학창생활의 흔적들을 보물처럼 장롱 속 깊이 관리해 오셨다. 아버지는 손자들의 상장도 그렇게 관리하셨다. 오랜 시간이 흘러 누렇게 빛바래고 손때오른 내 기록들은 꽈배기처럼 돌돌 말린 채 그렇게 농안 깊숙이 잠자고 있었다. 아주 가끔씩 장롱 한 귀퉁이를 나와서 지난 추억의 그늘이 되기도 했었다.

비우고 버릴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이후로는 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빛바랜 종이뭉치에 관심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냥 장롱 깊숙이 잠자고 있었다. 나 역시 그곳에 그렇게 있거니 생각하고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장롱 속의 서류뭉치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관리되지 않는 서류들을 가족 중 누군가 장롱 속을 정리하면서 낡고 쓸모없는 종이뭉치 정도로 생각하고 버린 것이다. 누렇게 손때절인 학창시절의 추억은 그 종이뭉치와 함께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분실신고도, 가출신고도 할 수 없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장롱 속에 온전히 있을 때 잘 관리할 걸 후회했지만 정작 사라진 이후 그것은 부질없는 푸념이 되고 만 것이다.
이미 사라져 버린 나의 추억과 학창시절의 기록들은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허전했다. 아쉽지만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편하다 싶었지만 그 종이뭉치들과 함께 사라진 나의 지난 추억들이 눈에 자꾸 밟혀왔다.
불기2556년 봉축일(奉祝日)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불교의 핵심교리인 제행무상(諸行無常)이란 말이 있다. 제행무상이란 불교의 연기설과 관련 있는 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건과 존재들은 무수한 인과 연들에 의해 현재의 모습을 가진다는 것이 연기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이 모습이 무수한 인과 연들에 의해 항상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잠시 현재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을 수 없고, 더더욱 영원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언제나 생(生)하고 변(變)하고 멸(滅)한다는 의미다.
늘 마음을 비우고 버려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버리고 비우면 다시 채워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새 것을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일상에서 버리고 비우는 마음을 갖도록 권한다. 이렇게 우리는 비우고 버릴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 비우고 버리는데 익숙하지 않다.
좀더 많이 그리고 좀더 자주 비우고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혹시 지금 바보처럼 집착과 애착으로 인해 평상심을 잃고 스스로 번민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무소유를 강조하신 법정스님의 말씀이 간절히 생각난다.




사설 / 고성 ‘금강송’의 수난

우리군은 맑고 푸른 바다와 울창한 산림을 갖고 있어 예부터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경관을 소유한 대표적인 자치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줄기가 곧게 자라는 ‘금강송’으로, 품위가 있고 멋진 모습이어서 소나무가 울창한 산을 바라볼 때면 가슴이 벅차기까지 하다.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소나무는 흔히 절개를 상징한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생활을 하면서 소나무를 주인공으로 그린 ‘세한도’는 지조있는 선비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소나무가 요즘은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축사를 신축하거나 초지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소나무만 굴취해 팔아먹고는 사업을 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더니,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열풍을 틈타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우리군에서 태양광발전을 위한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것은 총 39건인데, 이 가운데 현재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는 겨우 6건에 불과하고 6건은 산림만 훼손한 채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진행중인 것으로 되어 있는 건수들도 실제로 사업추진이 될지는 미지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태양광발전시설사업을 허가받아 놓고 실제로는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지전용허가를 받은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산림복구만 하면 그뿐이다. 이런 문제가 전국화되자 정부에서 산지와 농지의 태양광발전시설은 100%를 생산 할 경우 70%만 인정하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이는 소나무만 굴취하고 사업을 포기할 경우 아무런 소용이 없는 조치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태양광발전 전기사업 허가권을 갖고 있는 강원도는 이제부터라도 허가권을 보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특히 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지인이 태양광발전을 하겠다고 신청하는 경우는 될 수 있으면 허가를 내주지 말았으면 한다. 태양광발전을 해서 얼마나 큰돈을 벌겠다는 건지는 몰라도, 자신의 삶의 터전이 아닌 곳에서 수익도 별로 좋지 않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소나무만 굴취하겠다는 속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발행위와 산지전용 등 개별법 허가를 맡고 있는 고성군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식의 소극적인 일처리에서 벗어나, 십중팔구 소나무만 굴취하고 포기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허가를 하지 않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군의 금강송은 지난 2007년 국회사무처의 요청에 의해 80그루가 기증돼 현재 국회 본관 앞뜰에 심어져 있다.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고성의 금강송들이 더이상 수난을 당하지 않도록 보다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행복한 고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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