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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국 칼럼 / 나의 유일한 도반은 산행이다

2012년 06월 19일(화) 09:36 66호 [강원고성신문]

 

↑↑ 이선국 칼럼위원

ⓒ 강원고성신문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리왕산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다녀왔다.
나의 산행 이력은 비교적 짧지 않은 편이다. 37여년 쯤…부잡스럽고 억세다는 말을 듣는다. 지금의 상황과 많이 다르지만 산행시작 당시 다른 레포츠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 취미활동이고 가까운 거리에 명산 설악산이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등산을 좋아하게 됐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산행은 내게 유일한 취미이고 좋아하는 운동이 된 것이다. 나의 유일한 도반(친구, 함께 도를 닦는 벗)은 산행이라고 말할 만큼 좋아한다. 마음을 추스르고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도 산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요즘도 가끔 홀로 산행하는 버릇이 있다. 물론 산행이라는 도반과 함께 하는 것이다.
기실 따지고 보면 나의 산행의 시작은 고교시절로 돌아간다. 고교시절 수학여행은 요즘처럼 버스나 비행기를 타고 유명 관광지를 탐방하는 것이 아니라 4박5일 동안 가까운 산을 등반하는 것이었다. 설악산 등반의 첫날은 백담사 앞 민박마을에서, 이튿날은 봉정암 산장에서, 그 다음 이틀 동안은 설악동에서 각각 얄개들의 고교시절 졸업여행은 절정을 이룬다.

고교시절 설악산 첫 산행

아마도 설악산의 오색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초가을쯤이었을 것이다. 수학여행으로 마음이 들뜬 친구들은 아침 일찍 출발했다. 하지만 나는 그 여행에 동참할 수 없었다. 중학생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여행 경비를 납부하지 못해 그냥 집에 있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여행경비가 없는 내겐 정말 내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뒤늦게 함께 가자며 조르는 친구를 따라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선 것이다. 시외버스를 타고 백담사 산길이 시작되는 용대리 마을에 내린 시간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오후7시경이었다. 하룻강아지 같은 고교생 둘은 손전등도 없이 어둠이 일찍 찾아드는 산길을 겁도 없이 걷기 시작했다.
계곡을 휘감아 흐르는 세찬 여울소리, 산 숲을 스치는 스산한 바람소리 그리고 달빛이 구름에 가린 산길은 무서웠다. 가끔씩 푸드덕 날아가는 박쥐와 이름모를 산새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고 머리카락이 쭈뼛 설만큼 공포감이 엄습했다. 무서움을 덜어볼 요량으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한 마음과 무서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어쩌다 마주친 인기척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두려웠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 굽은 산길을 돌아 산모퉁이를 막 돌아섰을 때 비로소 희미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허겁지겁 걸어서 아홉시가 넘어서야 백담사 앞 민박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박돌이 하얗게 깔린 냇가엔 캄캄한 어둠이 이팔청춘의 젊은 혈기로 활활 타고 그 모닥불 불빛에 발갛게 익어가는 얄개들이 깔깔대는 청량한 웃음소리와 맑은 여울물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내설악의 초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밤늦게 도착한 나는 호롱불빛이 흔들리는 아이들의 방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무서운 밤길의 긴장이 풀린 탓도 있었겠지만 피곤함 때문에 산행의 첫날은 곧장 꿈나라로 향했다.
이튿날 아침 소동이 났다. 엊저녁 기분 좋게 얄개들의 밤을 지피던 장작들은 몰래 가져온 사찰의 화목인 것이 밝혀져 선생님께서 곤혹을 치르는 사단이 났다.

숲을 찾기 더없이 좋은 계절

일행은 이른 아침 백담사를 출발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선발대와 구분된 본대는 인원이 많고 처녀산행 하는 여학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산행속도가 늦어져 선발대와의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 산행루트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고 급히 연락할 마땅한 통신망도 갖추진 않은 본대는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듯 희미한 산길을 따라 무작정 산속으로 들어갔다. 오를수록 표층이 두터운 낙엽으로 산행흔적이 거의 없는 계곡만 나타났다. 어둠이 일찍 찾아드는 산길에서 낮에 마땅한 숙영지를 찾지 못한다면 많은 학생들이 산속에 고스란히 갇히기 때문에 본대는 서둘러서 지금까지 걸어 오른 계곡을 다시 되돌아 나가기로 했다. 사실 하루 온종일 계곡을 이리저리 가로질러 오른 산길을 되돌아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아니었다. 날이 금방 저물고 있었다.
2일차 숙영지인 봉정암 산장에서 기다리던 선발대는 하루해가 저물도록 도착하지 않는 본대를 찾아 산을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밤10시쯤 선발대와 본대는 극적으로 만났다. 사지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것이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언제나 가파른 봉정암 오름길을 네발로 기어오르듯 도착했다. 배낭 3개씩 짊어지고 쓰러지는 여학생까지 부축한 내게도 정말 힘든 산행으로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의 밤이었다. 이것이 우여곡절을 겪은 이튿날 산행이 되었다. 산사의 산장에서 하루산행을 되돌아볼 겨를도 없이 또다시 피로감에 파묻혀 산행 이튼날밤을 맞게 된 것이다.
이렇게 비록 힘겨운 산행의 연속이었지만 얄개들은 전날의 악몽을 까맣게 잊고 또다시 조잘대며 설악산 정상을 오르고 천불동 계곡을 따라 비선대로 무사히 하산해 돌아올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매순간들을 곡예 하듯 넘어온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운 좋게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것이 내게 첫 산행의 추억이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산행을 도반으로 삼아 좋아하게 되었고, 근래에는 해외유명 산의 트레킹을 유심히 보게 되고 외람되게 해외원정 산행욕심도 갖게 되었다.
봄철산불 입산통제기간이 대부분 끝났다. 신록이 더욱 짙어가는 산 숲을 찾는 것이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산새와 계곡을 휘감아 치는 여울물 소리가 있는 산행은 다소 힘겹고 피곤하지만 늘 마음 설레고 긴장감이 있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산행은 아찔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따라서 산행할 때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늘 다니는 산행에도 충분한 사전준비와 산행정보, 장비를 갖추고 안전산행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강원고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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