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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옥의 ‘행복한 동화읽기’ 콩새분식 4

소현이의 입가에 오랜만에 밝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2012년 06월 19일(화) 09:54 66호 [강원고성신문]

 

오후가 되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과 번개가 쳤습니다.
“소나기가 올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빨리 집에 가거라.”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보내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서둘러 교문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소현이는 교실 뒷정리를 한다고 교실에 남았습니다. 경미는 볼일이 있다고 친구들과 한 디디알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고 혼자서 천천히 교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문구점을 지나 콩새분식 앞을 지나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작은 얼음덩이까지 섞인 세찬 소나기였습니다.
경미는 콩새분식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했습니다. 분식집 아주머니가 어떤 할머니하고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경미를 보고는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며 소나기가 그치며 가라고 했습니다.
경미는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를 하고 살며시 콩새분식집으로 들어가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누구시지? 아, 그렇구나. 학기초에 교실에 한번 오셨던 소현이 할머니시구나.’
경미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신발을 잃어버린 것이 화가 나서 선생님께 항의하러 오신 건 아닐까?’
경미는 의자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가슴을 졸이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소현이는 참 착하기도 해요. 아침마다 지웅이 데리고 학교에 오는 걸 보면 누나가 아니라 엄마 같다니까요.”
“고마워요. 아주머니가 가끔 먹을 것도 주고 잘 해주신다고 해서 그러잖아도 한번 들러서 인사를 하려고 했어요.”
“소현이 부모님이 외국으로 근무하러 가셨다는데 언제 쯤 돌아오시나요.”
할머니는 말없이 우산을 손으로 만지작거리셨습니다. 손끝이 가늘게 떨리셨습니다.
“아주머니한테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리다. 소현이 아빠 엄마는 재작년 교통사고로 모두 하늘 나라로 갔답니다. 둘째아들 며느리가 모두 공무원이었는데 출근을 하다가 그만…….”
몸을 움츠리고 할머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경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충격이 컸지요. 애들 큰아빠가 작년에 남매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답니다. 학교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가 외국으로 근무하러 갔다고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당분간은…….”
할머니는 이야기를 다 마치지 못하시고 잠시 숨을 가다듬으셨습니다.
“아, 그래서 소현이가 작년에 이 학교로 전학을 왔군요. 아이가 표정이 밝고 예의가 반듯해서 젼혀 다른 생각이 안 들었어요. 괜히 남의 사정을 여쭈어서 할머니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구먼요.”
“아니오. 아주머니한테만은 사실대로 말을 해야 할 것 같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학교 오가는 길에 들르면 잘 좀 보살펴주시구랴. 내 그 은혜는 잊지 않을 테니.”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찍어내셨습니다.
무섭게 쏟아지던 소나기가 그치고 하늘 한 귀퉁이가 파랗게 열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소현이가 당번인데 소나기에 갇혀 교실에 있나 보우. 소현이 우산을 갖다 주러 오는 길이었는데 비를 잘 피하고 갑니다.”
학교 쪽으로 가시는 소현이 할머니의 뒷모습을 경미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소현이의 책상에 예쁜 편지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학교에 일찍 온 소현이는 궁금해 하며 편지봉투를 뜯었습니다.

“소현아, 나 경미야.
그 동안 너한테 미안한 일을 정말 많이 했어. 사과할게. 오늘 오후 3시에 콩새분식집에서 만나자.”

소현이의 입가에 오랜만에 밝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복도에서 창문 틈새로 소현이 모습을 훔쳐보고 있던 경미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깍깍, 깍깍.”
오늘 오후에는 콩새분식집에서 정말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봅니다. 콩새분식집 담장 가에 있는 은행나무 가지위에서 아침부터 까치가 목청 높여 울어대고 있는 걸 보면.
<끝>

↑↑ 황연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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